호기심, 배려심, 꾸준함, 긍정, 평정심
어제를 살아온 방식이 오늘의 삶을 결정하는 것처럼,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내일의 삶을 결정한다. 하루하루가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 기회이자, 원하는 삶을 선택할 기회가 되는 것이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나를 잘 들여다보고 내가 앞으로 되고 싶은 모습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내가 평생 지니고 싶은 마음 자세를 생각해 보자.
호기심
나이가 들어갈수록 호기심이 줄어든다.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목표만 생각하다 보면 다른 데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진 탓이다. 그러나 어쩌면 핑계일 수도 있다. 여유가 있음에도 새로운 그것에 관한 관심을 애써 무시하기도 한다. 낯섦과 두려움 때문이다. 이러다 보면 점점 더 호기심은 사라져 간다. 그리고 삶은 단조로워지고 허무해진다. 열심히 추구하던 목적이 사라지거나 무너지기라도 하면 삶은 균형을 잃기 쉽다.
인간의 호기심은 본능이다. 태어나 자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삶에 필요한 것들을 배워 나가야 하고, 그렇기에 호기심이 커야 생존에 유리하다. 아이들이 한참 말을 배울 때 “이거 뭐야? 왜?”를 끊임없이 물어보는 시기가 있다. 다 호기심이 충만한 시기가 누구에게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요즘 세상은 어느 정도 생존은 보장되어 있다. 단순히 생존뿐이 아닌 행복한 삶, 활기찬 삶을 위해서 호기심을 키워나가고 유지해야 한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삶에는 목적을 위한 지식뿐 아니라 필요 없어 보이는 지식인 ‘무용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용한 지식’의 장점은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또한 다양한 지식으로 불쾌한 일을 덜 불쾌하게 만들고 즐거운 일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필요 없어 보이는 지식이 오히려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삶에 필요한 핵심적인 관심사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관심사를 갖기 위해 노력하자. 그것이 앞으로의 우리의 삶과 정신을 더 풍요롭게 할 방법이다. 젊은 시절 이것저것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보면 중년이 되어도 유연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중년의 풍부한 경험은 유연한 노년 생활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꾸준함
앞서 호기심을 강조했지만, 호기심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적어도 무언가가 궁금해 경험해 본다고 했을 때 나한테 맞는지 어떤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십 대인 우리는 일단 시작하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하다. 시작한 무언가가 잘되지 않는다고 한두 번 만에 금방 포기하는 것은 호기심이 아닌, 그냥 변덕, 기분 전환에 지나지 않는다. 뭔가 새로운 지식, 경험은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 그러니 일단 꾸준히 해봐야 한다.
미국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가 개념화한 “그릿”이란 용어가 있다. 무언가를 열정을 가지고 끈기 있게 해내는 힘이라는 의미이다. 재능이나 지능과 상관없이 “그릿”을 가지고 꾸준히 하면 누구나 성취할 수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난 “그릿”이 없었다. 무언가 조금만 해도 중간은 가다 보니 끝까지 이뤄내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마흔쯤 되다 보니 꾸준함의 힘을 점점 느낀다. 뛰어난 사람보다 꾸준한 사람이 더 대단해 보인다. 속도보다는 시간과 의지의 힘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음이다. 마흔이란 나이를 핑계 대지 말자. 이런저런 핑계로 시작을 미루는 것보다 그 시간을 포함해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걸 이제는 알아야 한다.
공자님도 얘기하셨다. 어떤 방법으로 도달하든 간에 이루어지면 매한가지라고. 뛰어남이 필수가 아닌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는 데 필요한 것이 꾸준함이다. 스스로 뭔가가 안 맞는다고 결론을 내리려면 꾸준함으로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는 도달해봐야 한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닌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조건 높은 목표가 아닌 적절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조급해지지 말자.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삶에 필요해서든, 단순히 좋아서든 무언가를 함에 있어 꾸준하게 이루어 내려는 마음을 가지자.
배려심
마흔이 넘어서도 나만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아니, 없어야 한다. 내 주변을 살피고 신경 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아직도 내 삶은 치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배려는 필수로 가져가야 할 태도다. 마흔이란 나이는, 이 세상은 나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님을 아는 나이이다. 나 혼자 잘 된다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나이이다. 그 정도의 성숙함은 채워질 나이이다.
“이타주의자”가 되자는 말은 아니다. 단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습관 정도면 된다. 기분 나쁜 일이나 상황이 벌어졌을 때 화내기 전에 잠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습관 말이다. 이해된다면 이해하고 넘어가고, 이해가 안 된다면 그냥 나랑은 다르다고 인정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손해 보며 살아도 괜찮다. 악의적인 상황만 아니면 된다. 내가 조금 손해 보며 감정이나 금전적인 면을 좀 더 베풀어도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도 종종 느끼게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배려의 또 다른 형태는 논어에서 공자님이 얘기하는 “서”의 개념이다. “서”란 “남이 나에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은 나도 남에게 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이다. 상대방이 좋아할, 도움이 될 만한 것을 해주는 배려도 중요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싫어할 행동을 안 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결혼 전문가나 연애 전문가들도 종종 말한다. 행복한 관계를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이다. 연인 사이를 떠나 가족,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배려할 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배려할 때의 주체는 상대가 아닌 내가 돼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배려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내가 배려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상대가 똑같이 배려해 준다면 감사한 인연이고, 좀 더 돈독한 사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한다고 해서 똑같이 배려 없이 구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내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내 의지고 나다운 것이다. “배려하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긍정
긍정은 낙관과는 다르다. 무조건 상황을 좋게만 보는 낙관은 현실감이 좀 떨어진다. 긍정은 말 그대로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해야 받아들일 수도, 지워버릴 수도 있다. 되도록 나에게 생기는 일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건 그냥 시간과 감정의 낭비다. 일단 상황을 받아들이고 좋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자. 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판단해 보자. 그러고 나면 자연스레 걸러진다. 이 상황에 대한 나의 태도가 정해진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효율적으로 살아가면 된다.
항상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살자. 긍정적인 맘으로 오늘의 내가 행복함을 인지하고 감사하자. 내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더 떠올리며 좋은 인연에 위로받을 수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힘든 상황에서 잘 버티는 나를 보며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음은 이런 것이다.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더 나아가 내 주변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마음이다.
평정심
호기심, 꾸준함, 배려심, 긍정심, 이 모든 마음가짐은 결국 나의 마음의 평화를 위한 것이다. 삶을 대하는 나의 대표적인 자세는 평정심이 되고 싶다. 삶은 언제나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복잡하고 힘든 상황도 종종 겪게 될 것이다. 이런 일들이 안 생겨났으면 좋겠지만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어떤 일이 생겨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나를 더 믿고 삶을 더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내가 자주 떠올리는 말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진짜 그렇다. 사십 년 이상 살아오면서, 정말 괴로운 일도 결국은 지나간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다. 그걸 알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라도 너무 힘들어하거나 괴로울 필요는 없다는 것도 이젠 안다. 나도 말처럼 아주 의연하게 받아들이진 못한다. 하지만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서 대처하고, 그 뒤론 그냥 받아들여서 잘 버티면 된다.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가지든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기에 그 시간을 지옥에서 보낼지 천국에서 보낼지는 나의 선택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느끼고 내 감정에 솔직하되, 그것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항상 일관성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평정심의 자세다.
사람마다 나이 들고 싶은 모습은 다 다를 것이다. 정답은 없다. 단, 남이나 사회의 시선에 기준을 두지 말고 나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길을 찾으면 된다. 40년 후쯤 나의 모습을 만든다고 가정하며 스케치해 보자. 하나씩 마음과 태도의 살을 붙여가면서 완성하다 보면 노년의 내가 돌아봤을 때 "마흔"에 고민하던 내가 참 기특하고 뿌듯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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