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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May 17. 2024

어버이 날 최고의 선물을 받다

9살 아들이 직접 사서 건네준 그것

첫째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 학원 끝났엉."
"그래, 어서 오렴."
연휴라 못한 일들을 평일에 몰아서 하고
피곤에 지쳐 쉬고 있었다

하원 후 씻기 싫다는 둘째와
한바탕 실랑이 후 더욱 지쳐 있을 때쯤
걸려온 첫째의 전화였다
들어올 때가 지났는데도 첫째가 오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첫째가 들어왔는데 손에 뭐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뭐야?"
"어버이날 선물. 엄마 힘든 것 같아서.
 커피 사 왔어, 내 용돈으로 "


"네가? 어떻게?"
"아줌마한테 현금 계산돼요?라고 물어봤지
  학원 가기 전에 내 용돈 미리 챙겨 갔지 ^^v."
"메뉴는?"
"따뜻한 바닐라라떼 주세요라고 했어.
 엄마 그거 좋아하잖아."
...

.... ...


그렇게 해서 두 손에 받아 든 커피
'오후에 커피'를 못 마시지만
꿀꺽 꿀꺽 마셔본다

내 인생 제일 따뜻한 커피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커피 한 잔
이보다 맛있고 달달한 커피가
세상에 있을까?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있는 요즘이었다

간병과 육아 집안 일에 여러모로 힘이 부쳤다
아이들에게 짜증도 많이 내는 날들이었다

전 날은 평소와 달리 첫째가 울음을 터뜨렸다
숙제하라는 엄마의 말에
그동안 쌓인 불평을 울음과 생떼로 한바탕!
잠자리 독서를 더 해 달라고
둘째는 30분을 넘게 울다 잤다
정신적으로도 피곤이 쌓이는 나날이었다

나 역시 잠을 많이 자도
에너지가 차오르지 않았다
기력이 다 한 게 느껴지는 요즘이었는데,
그 순간 첫째가 커피를 선물로 주었다

종이접기, 그리기, 만들기 말고
처음 물질로 받아보는 선물이어서
좋은 것인가? ㅋㅋㅋㅋㅋㅋ


전 날 "엄만 무슨 커피 좋아해?"라고
물어보던 첫째의 질문이 떠올랐다

엄마한테 무엇을 선물할지 생각하고,
미리 돈 준비하고,
많이 낯설었을 텐데 용기 내서
"현금으로 돼요? 바닐라라테요."
주문했을 모습이 상상된다
갑자기 안 보이던 기력의 샘이
솟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갑자기!!!

극기훈련 중 촛불의식을 만난 것처럼
감정이 파르륵 눈물이 주르륵 일어난다
고마워, 엄마를 다시 일으켜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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