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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Oct 18. 2024

2화_육아휴직 복직 6개월차의 선배미

3개월만 버티면 되


어느 덧 회사에 복직한지도 7개월이 되었다. 6개월을 무사히 버텨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도 수령했다. 갑자기 생긴 귀한 보너스를 어떻게 쓸까 선물같이 받은 공돈에 기분 좋은 나날이이었다.


어찌 지나갔는지 모를 워킹맘 6개월. 복직했을 때 워킹맘 선배들이 일단 3개월만 버티고 6개월만 다니면 적응 끝이라고 말해 주었던 기간이 지나갔다, 무사히! 선배들이 해 준 그 말의 의미를 몸소 느끼며 정신차리니 흘러간 시간이었다. 화장실은 내게 선배 맘들과 함께 있을 때는 위로와 격려로 가득찬 곳이자 혼자 있을 땐 남몰래 울컥 눈물을 흘리는 장소이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한다는 게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지 체감했다.


"커피 한 잔?"

"잠시만, 하던 거 마무리하고 10분 뒤 휴게실에서 볼까?"

친한 동기의 메신저에 수현은 하던 일을 부랴부랴 마무리했다.

"어린이 집에서 연락왔어. 열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어떻게 하지? 어제도 아이 아파서 일찍 퇴근했는데. 오늘은 일찍 갈 수 없는데, 어떻게 해. 낼 미팅 준비는 하나도 못했고, 진짜 미치겠다."

"열 안 떨어져? 벌써 3일째잖아."

"안 떨어져. 휴가도 없는데 미치겠어 진짜.."

"남편은 뭐래? 남편 휴가는? 병원에서는 뭐래?"

"남편 지난 주부터 이슈 터져서, 부사장 서면 보고 들어갔어. 주말 내내 출근하고 이번 주 얼굴 보기도 힘들어. 연락도 안되고. 진짜 지 혼자 일하나."

지난 달 육아 휴직을 끝내고 복직한 동기의 얼굴이 하얘져 있었다. 복직한 뒤로 아이가 계속 여기 저기 아파 동료는 하루도 편해보이는 때가 없었다. 업무 적응은 커녕 회사와 아이 병원 다니는 것만으로도 매일이 벅차보였다.

  "어린이 집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를 해열 패치 붙여서 억지로 떼어놓고 나오는데, 진짜 현타 오더라. 돌아서는데 눈물이 핑 도는 거 있지? 밤새 잠은 못 자 몸은 무거워 회사 일은 밀려서 산더미야.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회사를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그만둬야하나?"

동기의 한 숨이 남 일 같지 않다. 지난 6개월 나 역시 숱하게 되내였던 고민과 걱정의 현실이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매를 먼저 맞아서 그런지 아주 조금 덤덤해지긴 했다. 동기와 함께 고민을 하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씩씩하게 말을 건넸다.

"뭘 그만 둬. 열심히 회사 다닐 수 있을 때 끝까지 다녀야지. 일단 엄마 오실 수 있는지 연락드려봤어?"

"엄마 지금 할머니 아프셔서 거기 가 계셔. 우리 엄마도 우리 애에 할머니에 왔다갔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 아 진짜 나는 어떻게 하지?"

"그럼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는...하나 하나 잔소리하셔서 불편해."

"니가 지금 찬밥 가릴 때야? 어서 연락드려봐."

아이 한 명이 오래 아프면 많은 집에 비상이 걸린다. 엄마와 아빠 뿐 아니라, 회사, 친정, 시댁, 이웃집. 받을 수 있는 작은 도움이라도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게 워킹맘의 감지덕지한 현실이다.


아이가 아프지 않고 컨디션이 좋으면 엄마의 회사 생활도 수월해진다. 커피 한 잔도 여유있게 마시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고 나면 인정받고, 보람도 생긴다. 누구 엄마가 아닌 본인의 이름으로 다시 불리우며 따박 따박 들어오는 월급에는 그 동안의 주름 져 있던 자존감도 번듯하게 펴진다.


그렇다고 출산 이전처럼 당연히 누리던 것을 모두 누릴 수는 없다. 기본적인 회사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야근, 회식, 모임, 취미 활동 등 부가적인 것들은 작별이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집으로 육아하러 출근하는 일정이다. 하루 종일 못 봤던 아이와 눈 마주치고 놀고 재우는 육아가 끝나면 집안 일이 기다린다. 청소, 빨래, 아이 먹을 음식까지 해 놓으면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 고요하다. 지금이 몇 시더라 그제서야 시계를 봤다. 여자는 어렵지만 엄마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엄마의 말이 갑자기 떠 오른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저 아이가 안 아프고 무사히 출근할 수 있는 그 자체에 다행인 하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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