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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Dec 27. 2024

11화_둘째는 껌이라던데

2nd 두 시간 수유 신생아 키우기

“수유하고 있구나. 아함, 몇 시지?”

“5시네? “

“그렇구나, 별이 다 먹었어?”

“어, 지금 막.”

“별이 이리 줘. 내가 트림 시킬게. 어제도 못 잤지?  어서 한 숨 푹 자.”

“그럼 고맙지.”

“언제 먹이면 돼?”

“방금 다 먹은 거라 2시간 반쯤 뒤?”

“알았어. 어서 자. 내가 별이 데리고 나갈게.”

“응, 준하는 잘 자고?”

“아직 자고 있어. 푹 자.”

 

 어젯밤도 2시간 대기 근무를 잘 서고 다음 보초에게 인수인계를 끝냈다. 말이 두 시간이지. 15분 먹이고 10분 소화시키고 잠을 청하면 한 시간 반 뒤에 기상 소리가 또 울린다. 하늘이시여. 처음 첫째 신생아 때는 뭣도 모르고 죽을 맛이었는데 한 번 해 봤다고 몸과 정신이 익숙한 게 신기하다. 자다가도 애기가 쩝쩝거리며 입맛 다시는 소리가 첫째 때보다 잘 들린다. 내 귀가 그 사이 발달된 것인가? 쩝쩝 소리를 들었음에도 너무 졸려 몸이 무거워 뒤치덕 거리면 어미 뭐 하냐고 나무라는 듯 우렁찬 울음이 바로 발사된다. 

“응애, 응애!”

 온 힘을 다해 울지만 그마저도 귀엽다는 생각이 새벽 4시 반에 떠 오르는 것 보면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잠 못 자는 신세가 억울하지도 않고 그러려니 체념하는 것도 웃기고. 이게 둘째 키우는 느낌인가 아니면 한 번 해 봤다고 익숙해진 건가. 어쨌든 한 숨 자 볼까?



“음마, 엄마. 이어나, 이어나.”

“준하구나? 잘 잤어? 아 이쁘다 우리 준하.”

“아빠랑 코 해.”

“아빠랑 코 잘 잤어? 잘했어. 엄마 일어날게. 잠깐만 옆으로 나와 보자.”

 두 시간 푹 잤으려나 첫째가 방으로 다다닥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눈이 떠졌다. 이제 진정한 하루의 시작인가?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오늘 준하 문화센터 자기가 갈래? 내가 별이 보고 있을게.”

“아, 오늘이지? 맘은 준하랑 나가고 싶은데, 잠을 너무 못 자서 비몽사몽해. 별이 잘 때 같이 잘래.”

 남편이 있는 반찬으로 차려 준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편이 집에 있는 것도 그렇고 오늘이 주말이구나 싶었다.

“그럴래? 자기 집에만 너무 있어서 답답할 것 같아 그랬지.”

“답답하지, 몹시 많이. 그런데 일단 잠이 고파. 자야겠어. 이렇게 애를 계속 안고 있는 자세로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 봐야지.”

“알았어, 자기. 집에 올 때 맛있는 거 사 올게. 일단 자고 있어. 준하야 이리 와. 양치하고 오감놀이 하러 가자.”

“엄마 음마. 가 노~”

“준하 엄머랑 같이 놀러 가자고?”

“어, 어”

 동생이 태어난 이후 엄마와의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유독 엄마를 찾는 첫째 준하가 짠하게 느껴진다. 이럴 때 몸이 두 개면 얼마나 좋을까?

“아구, 미안해 우리 아기. 엄마 별이 맘마 줘야 해서. 다음에 가자. 오늘은 아빠랑 재밌게 놀고 와. 알았찌? 준하 뽀뽀.”

“음마 아쪄. 뽀뽀.”

"고마워, 우리 준하."


 남편과 첫째 아이가 문화센터로 떠나고 나니 집이 갑자기 확 조용해진다. 산후 도우미 이모님이 안 오시는 주말 오전, 이 시간이 나름 고요해서 좋다. 평일동안 이모님이 별이 수유 텀을 확실히 잡아 주셔서 낮 시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첫째와 남편의 나들이 가는 모습도 뭔가 행복해 보인다. 남편 덕에 아침잠을 자고 밥 먹고 일어났더니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고요하게 흘러가는 지금의 순간이 퍽 마음에 든다. 


 첫째 이맘 때는 주말에 울면서 친정 엄마한테 전화한 적도 많았다. 아기가 이래도 울고 저래도 울고 도무지 왜 우는지 모르겠다고 혼비백산으로 전화하곤 했다. 남편이 약속한 퇴근 시간보다 30분이라도 늦으면 초조하고 불안했다. 초보 아빠가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단지 아이와 혼자 있는 시간이 무섭고 두려워 혼자보단 둘이 낫지 싶었다.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기저귀가 젖어서 그런지, 배고파서인지 졸린 것인지 판단해 주는 손바닥만 한 기계도 샀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기계에라도 전적으로 의지하고 싶은 초보 엄마의 애절함이었으리라. 이제 막 두 번째 육아를 시작하면서 배테랑 같은 솜씨를 척척 내 보인다. 

“응애응애”

“우리 별이 배고파요? 맘마 먹을까? 냠냠, 잠깐만 맘마 줄게.”

 전전긍긍 헤매는 것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아이를 달랜다. 둘째 키우는 건 껌이라던데 이건가 싶은 맛에 우는 아이 동영상 찍을 여유까지 있다. 

“이렇게 귀엽게 우는데 남겨 놓아야지. 미안해 별아 잠깐만 사진 좀 찍고.”

육아의 고단함은 분명 어깨에 그대로 메고 있지만 얼굴 한 편에는 미소가 가득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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