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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Jan 03. 2025

12화_헝아와 동생

2:1 불리한 게임

12화_헝아와 동생


“엄마, 엄마 엄마!! 아가 응아. 냄새.”

“진짜? 아가 응아했어? 준하 어떻게 알았어?”

“기저귀 냄새 킁.”

“아~~~~ 진짜? 너무 웃기다. 준하 최고. 동생 어딨어? 엄마가 씻길게.”

“쩌기 저기 방.”

“고마워, 준하. 아가~ 응아 닦으러 가자. 우리 애기.”

첫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둘째를 찾으러 떠나는 길 미소가 한가득이다. 가끔 둘째가 응아를 했는지 기저귀 냄새를 맡아보라고 첫째에게 시켰더니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알려 준다. 이거 아동학대 아닌지 생각하며 웃음이 난다.  


 남편이 출장을 떠난 지 보름 정도 지난 것 같다. 같은 시련이 반복되면 그것은 더 이상 고난이 아니다. 그래서 인생은 언제나 새로운 역경으로 삶을 테스트한다. 남편 없는 아이 둘 대 어른 하나의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 시작되었다. 불합리한 경기 속에 땀을 뻘뻘 흘리기도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적어도 고독하지는 않다.


 몇 년 전 아이와 어른의 일대일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고독함이 제일 큰 장벽이었다. 세상에서 고립되어 아무도 없는 느낌. 아이를 재우고 나면 그토록 서럽게 꺼이꺼이 울었다, 패배자처럼. 그때 내가 원한 것은 승리가 아니었다. 30분, 5분만이라도 엄마가 아닌 사람으로 자유롭게 숨 쉬고 싶었다.


“엄마, 엄마. 우유 우유. 까까 조.”

“준하 배고파? 밥 먹을까?”

“어, 맘마 맘마.”

“알았어. 동생 분유 먹고 있는 것 다 먹고 엄마가 맘마 줄게, 잠깐만 기다려 줘.”


 첫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달려와서는 이내 동생이 잡고 있던 분유 병을 잡아준다. 동생이 분유 먹는 것을 보니 자기도 우유가 먹고 싶었나 보다. 어릴 때부터 다른 아기 분유 먹는 것을 보면 울던 첫째는 여전히 식성 좋은 아이다. 자기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동생의 분유를 들어주는 것을 보니 기특하며 귀엽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이런 모습에 아이를 키우는 것인가. 패배자로 느껴지게 하던 육아는 두 번째 게임에 들어서면서 비록 공정하지 않은 인원수의 경기라도 부쩍 힘이 난다. 정신없이 시끄럽기는 해도 전혀 외로울 틈이 없다. 어린아이 둘을 혼자 키우려면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뛰어다녀야 하고 엎지르고 토하고 싸고 흘리는 사건 사고의 연속에 전쟁 같은 시간들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 난다. 더 이상 고독하지 않다.


“엄마, 엄마, 나 응아.”

“응아 마려? 어서 가자 화장실. 바지 벗고, 팬티 벗고, 자 앉았다. 다 하면 말해. 엄마 밥 차리고 있을게.”

“어 어.”

분유를 먹인 뒤 소화 막 시킨 둘째를 보행기에 앉히고 화장실에 간 첫째는 변기에 앉힌다. 부랴부랴 점심을 차리며 반찬을 만드는 사이 첫째의 소리가 들린다.

“엄마, 다 해쪄.”

“어, 갈게. 가고 있어. 어머, 애기는 왜 여기 있어?”

“엄마 내 애기 놀아줘.”

“푸하 우리 애기 헝아 응아 하는 거 구경하러 왔어? 푸하하”

화장실 문 열어 놓고 응아 하는 헝아를 구경하러 보행기 타고 온 둘째는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런 동생을 위해 변기에서 얼굴에 배트맨을 하며 놀아주는 첫째는 영혼의 한 쌍 같은 모습이다. 웃기네 웃겨 요 귀요미들.


 

 둘째가 이유식을 먹기 싫다고 손을 내젓는 바람에 바닥으로 떨어진 그릇. 그 속에서 쏟아진 음식물. 둘째와 실랑이를 하는 사이 팬티에 응아를 한 첫째. 첫째를 씻기고 나오니 물통까지 떨어트려 바닥에 물을 쏟은 둘째. 엉망진창의 주방과 응아 잔뜩 묻은 팬티와 바지가 널브러진 화장실. 전쟁 통 속에서도 살아남은 어제의 하루가 부쩍 먼 과거같이 느껴지며 오늘은 또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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