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교육 시절, 동기들은 다들 가고 싶어 하는 부서가 명확했다. 그리고, 그런 게 없는 나를 이상하게 여겼다. 뭘 알아야 원하지. 그래서 인사 담당자와의 면담도 제일 빨리 끝났다. “어디든 보내시는 곳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길었던 교육의 마지막 날, 사령장을 받았다. 건네주던 사장님의 얼굴도, 거기 적힌 부서를 보았을 때의 느낌도 희미해졌지만 딱 한 가지만은 생생하다. 전국으로 흩어질 신입사원들에게 전하는 인사 임원의 당부.
“우리가 따라가려는 외국 회사가 있습니다. 부모가 그 회사에 다니는 아이들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다고 합니다. 아직 제 아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제 나이가 되었을 때는 우리 회사도 그렇게 되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마음속 불씨
안타깝게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자랑은커녕, 내 딸들은 우리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럼에도 저 이야기는 나를 가슴 뛰게 한다. 세계 몇 위, 매출 얼마, 고객 감동. 이런 흔한 말과는 달리 "초등학생도 자랑할 만큼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좋은 회사"가 되는 건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가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길 꿈꾸나 보다.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니게 하겠다던 스티브 잡스나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겠다는 엘론 머스크 같은,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 말이다.
하지만 훌륭한 비전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낸 사람들에게는 늘 든든한 지지자들이 있었다. 보컬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노래할 때, 뒤에서 조용히 박자를 통제하고 있는 드러머 같은 사람.
두 번째 미친 사람이 되자
흥미로운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원. 갑자기 한 사람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소위 ‘막춤’이다. 사람들은 잠시 그를 바라보며 웃지만, 이내 관심을 끊고 자신이 하던 일에 다시 집중한다. 손가락질하며 비웃기도 한다. 미친 사람이라고.
이때 누군가 다가간다. 말리는가 했더니 함께 춤추기 시작한다. ‘미친 사람’ 2명. 그리고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따라 춤추는 사람이 생기자 한 명 두 명 다가가 함께 하기 시작하고, 결국 공원에 있던 모두가 광란의 댄스파티를 즐긴다.
누가 리더인가. 첫 번째 사람이다. 그러나, 그를 미친 사람에서 리더로 만들어 준 두 번째 사람 또한 리더이다. 만약 당신에게 원대한 비전이 있다면, 사람들의 반대 따위는 무시하고 춤을 추어라. 그런 비전은 없지만 가슴 뜨겁게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면, 그 사람 곁에서 함께 춤을 추어라.
당신은 위대한 리더를 만들어 낸 사람, 많은 사람들을 춤추게 한 사람, 꿈 같던 일을 현실로 바꾼 사람이 될 것이다.
진정한 발견이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