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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MIN May 06. 2024

영유아에게 호감형입니다



  아무래도 나는 아기들에게 호감형인 모양이다. 무턱대고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 이유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아이들과 높은 확률로 아이컨택을 하게 되고, 또 높은 확률로 아이가 웃는 표정을 보거나 나를 보고 뭔가를 말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 나에 한정된다고는 할 수 없기는 하나 그런 경험들이 하나둘씩 모여 만들어진 빅데이터로 도출하게 된 결론이다.


오늘도 카페에서 엄마와 함께 앉아 있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뽀얗고 조막만한 손으로 통에 든 뭔가를 야무지게 먹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블루베리였다. 역시 아기라서 건강에 좋은 걸 먹고 있구나. 건강에 안 좋은 걸 잔뜩 흡입하고 몸에서 MSG 좀 작작 좀 넣으라는 신호를 보내기에 소화도 시킬 겸 카페 내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어슬렁대다가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어린 동물들의 눈은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 동글동글하고 크고 불순물 없이 무해하다. 이런 공격력 높은 눈으로 빤히 바라보는데 내게는 항상 이 시선이 어서 귀여워하고 예뻐해 달라는 신호로 느껴진다. 그래서 불가항력으로 웃으며 인사를 건네게 된다. 아이든 동물이든, 말을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내가 건넬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자 친근함의 표시인 "안녕?"을.


사실 그 부근에서 찍을 사진은 다 찍어서 이제 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지만 아직도 빤히 나를 보고 있는 아기가 귀여워서 뽀얀 손을 한번 잡아 봤다. (아기 엄마가 "이모한테 인사해야지?"라는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냈기에 가능했던 행동이다. 모르는 아기한테 괜히 접근했다가 오해라도 샀다가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랑하고 여리면서 살짝 낮은 온도의 손이 내 손가락 두 개를 힘주어 꼭 잡는 게 이상하게 마음을 울렸다. 


"이모한테 블루베리 하나 드릴까?" 아, 이제 나는 언니가 아니라 이모구나 하는 데에서 은은한 타격을 받으며 아이가 엄마한테 받은 미션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혹시 블루베리를 건넨다면 흔쾌히 입에 넣어서 아이에게 만족감을 줄 준비도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한 손으로 동그란 블루베리 한 알을 집는가 싶더나 묘한 표정, 그러니까 꼭 줄까 말까 하면서 약 올리는 표정 같은 걸 지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묘한 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그 동작이나 표정, 내 행동을 살피며 절묘한 순간에 멈춘 손 같은 것이 그때의 내게는 아무리 봐도 "줄까 말까?"로 느껴졌다.


사실 조금 긴가민가했다. 그러니까 지금 나를 약 올리고 싶은 건가? 나는 영유아가 태어난 지 얼마 정도가 되었을 때 어떤 발달 단계를 거치는지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저 나이대의 아이가 뭘 할 수 있고, 뭘 못하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엄마 맞은편에 있는 카페 의자에 혼자 앉아서 블루베리를 집어 먹을 정도는 되고, 엄마가 하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지만 하고 싶은 말은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시기쯤 되겠거니 짐작할 뿐이었다. 


그렇게 어어 하고 당황하는 사이 아이의 손에 있던 블루베리는 짜부라져서 아기 어머니의 "설마 그걸 드리려고?" 하는 소리에 우연인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사이 음료를 가지러 갔던 아이의 아버지가 오며 나는 아이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낮췄던 자세를 일으켜 테이블로 돌아왔다.




  이전의 나는 습관처럼 "나는 아이가 싫어."라는 말을 종종 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나가는 아이를 보며 항상 귀엽다고 생각했고, 오늘 같은 일이 어쩌다 한 번씩 생기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러니까 나는 아이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좋아하고 귀여워하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부정적인 의견을 말했던 것은 주변에서 어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말하는 것이 주는 부담감, 한 생명체를 온전히 자립할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주는 무게, 가끔 주워듣는 '요즘 애들'에 대한 도시 전설 같은 이야기들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 만난 그 아이는 나를 놀리려고 했던 것일까.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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