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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

by 빛작



되기를 기다리던 때와 되려고 결심하는 때는 다르다.




되기를 기다리는 자는

있어야 할 자리를 찾지 못하고,

되려고 결심한 자는

그 자리를 알고 있다.

되어가는 갈래 길을 가본 사람은

어떤 길이 가기에 적당한지

어떤 길이 상황에 적합한지

어느 한 길을 찾아낼 수 있다.

눈앞의 이익과 저 먼 미래 사이에는

반드시 험한 돌부리가 있으며,

방해물이 나타날 것이고,

유혹의 뭉텅이가 반드시 있다.

되려고 결심을 한 사람은

지나간 껍질을 벗고

잘못된 줄기를 자르고

아픔의 뿌리를 뽑을 각오로 임해야 한다.

결심은 그렇게 태풍 같은 것이다.

혹여 내면의 목소리 둘이서 싸운다면

하나의 말을 새기면 된다.

아주 깊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목소리.

명료함과 평정을 가져다주는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명료함

유혹과 방해꾼을 물리칠 단호함

닫힌 내면을 열 수 있는 강경함

기다려왔던 목소리만 듣는 것이다.

중요한 그 일을 해보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접근할 때 마음가짐은 긍정적이고,

되기 위한 기다림의 떨림을 받아들여

되려는 결심을 하는 것이다.

때를 기다리는 나뭇잎과 결심하는 나뭇잎은

다르지 않은가.

명료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단호하게 자신 아닌 것을 밀어내고

강경하게 자리를 지켜내고

숲을 평정하는 것이다.


서로 싸우는 목소리는 모두 신의 목소리가 아니다. 더 깊이 자신의 내부로 내려가서 단일한 목소리, 모든 의식을 제거하고, 이해와 명료함과 평정을 가져다주는 목소리만 들리는 곳까지 가라. 자기 자신과 일치하고 자신의 결심에 대해서 스스로 비난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사도는 말했다. 이 내적인 자동, 이 확신의 통일은 정신이 식별하고 분해하고 예견할수록 점점 원하지 않게 된다.


* 아미엘 일기, 아미엘, 동서문화사, 2006.

사진: by 이광민 (사진작가)

[빛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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