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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싸움

지는 것이 이기는 것

by 암튼 Jan 20. 2025




아무말이 없는 공무원과

더 이상 아무말로 대응 할 수 없을 정도로 격해진 나는 그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부정하다고, 갑의 논리로 접근한다는 억울한 생각에 휩쌓였다.


그 지방 도시에서 경기도인 나의 집까지 두시 간반 

어둡고 사람도 별로 없었다. 

분위기 좋은 jazz음악을 틀어놓고 기분을 풀어봤다. 

어느 새 금방 마음도 풀려간다. 

좋은 음악과 함께 아무생각 없이 목적지까지 운전대를 잡고 밟기만 하다보니,  억울하기만 했던 내 마음도 진정이 되었다.


아까는 이 놈의 공무원 갑질에 대해 저항하고 싶었고, 정정당당하게 인증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회사에서는 갑질하면 따박따박 따져묻고 흥분하고 싸우면 어느새 대화가 되고, 정중히 사과하고 그렇게 일을 헤쳐나가는 경험이 많았다. 

그러나 여기는 회사가 아니라 회사 밖이다. 

정글.


내가 회사 밖에서 무언갈 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더 마음이 격해져서, 내가 교통사고라도 나면 책임질것이냐 따져물었던 것도 있을터.


'그래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인데, 내가 너무 따박따박 대들었나. 

그가 갑질한다고 해도, 갑질 당하고 내가 얻어야 하는 것을 얻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야?'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서 읽은 구절 중 노홍철이 생각났던 문장이 기억났다.

277page

'실패했다고? 좋아! 실패는 배움의 가장 좋은 기회지.

 상황이 나빠져도 당황하지 마라. 좌절도 하지마라. 

 그저 상황을 바라보면서 "좋아!!!" 라고 말하라'



그래 맞다 

2주동안 퇴근 후에 창밖으로 손흔들면 서류 받아들여준다고 ?

그래, 나도 어차피 룰대로 하는거니 심사자가 하라는대로 하지뭐

그래서 결국

"좋아!!!"를 외쳐들었다.



좋은 책들은 정말 살면서 큰 자산이 된다.

씩씩거리며 잡았던 운전대가, 집에 도착할 떄쯤 되니 부드러운 가죽의 촉감이 느껴지는 느낌까지도 들었다. 




이 일을 함께 해주실 분, 맘카페에서 뽑은 우리집 매니저님의 성함은 미화님. 

이 분도 에어비앤비 청소 및 집관리 경험이 완전 전무하신데, 나는 분을 뽑았다. 

그리고 동네에서 가장 업무일당비를 비싼 가격에 말이다.

그 이유는 처음이지만 관상이 너무 좋으셨고, 정확한 시간에 약속장소에 나와주셨다.

면접이라고 하니, 당일 캔슬하시는 분도 계셨고, 다른 곳을 구했는지 이야기 도중 잠수타신분도 계셨었다.

그렇게 결국 나는 우리집과 한동네에 살고계신 토박이 분을 그저 느낌만으로 모셨다.


미화님께도 이 상황에 대해 알렸다.

함께 일하기로 하였는데, 우리집이 잘 되어야 본인도 일을 할 수 있다며 응원주셨다.

더불어, 피곤한 날엔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걸어서 5분도 안걸리는 곳이니, 미화님께서 손인사를 해주시겠다고.



와, 이렇게도 풀린다.


그렇게 2주간 열심히 달렸다.

한 번도 미화님께 손을 벌리진 않았다.

결국, 그 갑질공무원으로부터 나의 진득함을 보여주었고, 그는 승인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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