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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초짜의 만남

김미화님

by 암튼 Feb 03. 2025



맘카페에 글을 올린 것은 2018년 겨울.

40년 된 구옥의 공사도 마쳐갈 때 즈음 오픈의 꿈을 안고 가장 중요한 청소해 주실 매니저님을 구하는 것이었다. 서울은 업체들도 많다 하지만, 이 지방 소도시에서는 그런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나는 여행자였을 때 오후 3시 체크인,  11시 체크아웃이 너무 힘들기도 하고, 매번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나의 게스트들에게 최소 24시간을 제공하는 호스트가 꿈이었다.

그리고 꿈 실현을 하려고 이짓들을 해온 것 아닌가.

과감하게 11시 체크인, 오후 2시 체크아웃.

24 시간도 넘도록 제공해 보자.

그래서 더 엄마들을 유인(!?) 하기 좋았다.

업무 시간이 오후 2 시 이후로 아무 때나.

자유로우니까.


제일 먼저 그 지역 맘카페부터 가입했다.

이곳은 아직 업체들보다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일터가 부족한 동네다.

집안 살림 전문가들은 다 집에 계시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글을 올렸다.

“함께 일할 매니저님 구합니다.

숙소 청소 및 관리해 주실 직원분 구합니다.

오후 2시 이후 시간 유동적 운영 가능.

1회당 페이 4만 원. “


이때 당시 이 지역에서 4만 원이면 페이가 최고였다.

보통 3.5 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럿에게 쪽지가 왔다

본인의 경력을 소개하고 연락 주신 분이 4,5 명 정도로 기억한다.

그중 한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저는 이쪽 일 관련 일은 해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아이 둘 키우는 엄마이고, 숙소와 같은 동네에 있는 아파트에 삽니다 ^^; 처음이지만 열심히 해볼게요 ㅎㅎ“


이 메시지가 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루 날을 잡아 면접을 보기로 했다.

메시지 톤이 맘에 안 드는 분 제외 3분 이내로 시간을 잡았는데, 아예 답변안주신 분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무경력의 초짜이신 미화님을 만났다.

동네 빵집이자 카페에서 만났다.

나의 구옥 도보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아파트에 살고 계셨다.


먼저 가서 커피를 시켰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검은 피부에 활짝 핀 눈웃음이 환하게 비추었다.

겨울 오전 햇살이 빵집으로 함께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나는 미혼의 30대 초반.

새파랗게 젊은 애가 숙소운영을 하는 데, 그분은 특유의 밝고 겸손한 자세로 나에게 본인이야기를 해주셨다.

내가 먼저 “미화님, 저는 암튼이예요 “

00 씨, 가 아닌 00님.

회사에서 배운 스킬이다.

씨보다는 님이 좀 더 부드럽고, 나보다 나이 많지만 나보다는 직급 낮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좋았던 호칭.


고깃집을 운영하시고, 시댁식구들이 농사하시는 집안이었다. 미화님도 원래는 주택에서 자랐기 때문에, 오래된 주택에 대한 이해도도 높으셨다


단순 청소업무가 아니라 집안 매니징이 가능하신 분이셨다.


미화님도 자연스레 나에게 ‘암튼 님’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고작 시골 빵집에서 만났지만 우리의 면접시간은 카카오 같은 IT기업처럼 수평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나는 미화님만 단독 면접을 했고, 그분과 일하기로 했다.

그날 이후 5년간이나 함께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나는 엄청난 귀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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