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순자 Jan 26. 2022

160. 마을 수돗물 덕분에 자연인이 되다

물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마을 수돗물 덕분에 자연인이 되다


“여보 산에 있는데,

옆집 교장 선생님이 물이 안 나온다고 연락 주시네.

동네 맞은편 ooo 댁에는 지하수 있으니,

우선 거기서 떠다가 사용할 물을 준비해 두라고 하시네.”


강의로 외부에 나가 있는 나에게 걸려온 남편 전화다.

내가 자주 다니는 식당 주인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작은 물통을 찾아서 물을 담아준다.


집에 도착하니 남편은

며칠 전 내린 눈을 큰 그릇에 넣어 녹이고 있다.

내가 가져온 물은 음료용이나 설거지 헹굴 때 쓰기로 하고,

눈을 녹인 물은 허드렛물로 쓰기로 했다.

하나의 변기에 소변을 모았다.

변기가 그 옛날 요강 역할을 했다.

그러나 대변처리까지는 물이 여의치 않았다.


물통, 양동이, 비닐을 들고

물을 오염시킬 요인이 없는 마을 앞 냇가로 갔다.

얼음 사이를 흐르고 있는 물은 깨끗했다.

마을 반장이나 누군가 시에 처리해 달라고 연락을 했겠지만,

언제 복구가 되는지 궁금해서 물을 뜨는 도중에 시에 전화했다.

당직자가 전화를 받아 관계부서 전화를 알려준다.

적을 것이 마땅치 않아 눈 위에 썼다.


알아보니 약 두 시간 전에

고장 난 모터 수리를 했단다.

마을 아래쪽은 나오는데,

우리 집은 위쪽이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한다.

물이 나온다고 했으나

‘또 문제가 생기면 사용하지’라는 생각으로

냇물을 떠왔다.

수돗물이 아직은 졸졸 나오고 있었다.


이런 자연생활이 불편함보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눈을 녹여서 사용해보고,

어느 냇물이 오염이 안 되었을까 생각도 해보고,

이렇게 글 소재도 되고.

무엇보다 물의 고마움을 새삼 크게 느꼈다.

앞으로 세계전쟁이 일어난다면,

물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영국의 제인 구달이

우리나라 식당에서 했다는 행동이 생각난다.

주인이 가져온 물컵을 거꾸로 엎어놓더란다.

왜 마시지 않을 물을 따라 놓느냐고.

유엔 긴급구호팀장으로 세계를 누빈 한비야 씨와

같은 사무실에 일한 분의 얘기를 들었다.

한비야 씨는 이를 닦을 때 물컵을 사용하지 않고,

물을 낭비하는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마디 한단다.


두 사람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물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리라.

조금 전 쌀을 씻은 물을

하수구로 그냥 버리지 않고 설거지통에 담아둔다.

마지막 씻은 물은

된장국용으로 별도 그릇에 챙겼다.

사실 이 습관은 오래전부터이다.

생활 속에서 물 아끼기 작은 실천을

다시 생각하게 한 자연생활이다.


이전 05화 236. “삶, 그거면 돼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