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있기를 사랑하고 혼자 있다고 해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의 친구다.”
주야,
오늘은 고독에 관해 얘기를 나눠보고 싶구나. 이 말은 최근 읽은 김재용 작가의 ‘오드리 헵번이 하는 말’이라는 책에서 배우 헵번이 한 말로 소개하고 있더구나. 내 생각은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하다는 생각이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것도 거치지 않고 맨몸으로 ‘응애’하며 혼자 태어났지. 이 세상을 떠날 때도 옷 한 벌 거치고 혼자 떠나가지. 그래서 인간은 고독이라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 숙명을 안고 떠난다고 생각한다.
단, 인생을 외롭게 살지는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책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다니는 등. 자기 자유의지로 하고 싶은 것을 한다면 외롭지는 않으리라 본다. 이근후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께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간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고 싶다.”고 했더구나. 어르신들의 바람을 생각한다면, 나는 괜찮은 인생을 산 것 같다. 왜냐하면 대체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간인지라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지. 믿었던 사람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때. 순수한 내 대의와 의도가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등이다. 남은 인생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을 나눌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내가 품고 있는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삶을 생각한다. 여기서 대의를 생각해 본다. 나는 1980년대 역사의 격동기 때 대학 생활을 했지. 엄혹한 군사정권 시대였지. 그때 생각했단다. 정권을 가지고 있는 그들도 자신들이 한 행위가 옳다고 생각할 텐데, 그런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결국, 인간발달에서 인격이 형성되는 영유아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지. 그래서 현해탄을 건너가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공부했지.
타국에서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연구실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며 혼자서 지내기도 했지. 아무도 없는 건물에서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화장실 갈 때, 연구실이 있던 건물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 때문에 뛰어내려 세상을 떠난 이가 있다는 곳 근처를 지날 때 무섭기는 했지만, 결코 외롭지는 않았지. 꿈이 있었기 때문이지. 중요한 시기인 인간발달 초기에 놓인 영유아와 부모교육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지.
그 뜻을 사회적으로 실천하고 싶단다. 물론 지금도 강단에서 강의를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글과 강연을 통해서 나름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는 하지. 그런데 이는 의식의 변화는 어느 정도 가능하게 하지만, 한계를 느낀다. 내가 원하는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의식과 제도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도 변화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 나름대로 사회와 민족의 현실과 앞날을 걱정하며, 선각자들을 떠올려보면 어느 시대나 시대를 앞서갔던 사람들은 참 외로워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들이 품은 뜻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테니까 말이야.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주야
이 글은 숫타니파타라는 불교서에서 나오는 말로 내가 좋아하는 경구야. 세상을 떠나시기 전 홀로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지낸, 법정 스님이 벽에 걸어두기도 했다고 하지. 나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지내며,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고독하게 그러나 외롭지는 않게. 너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인데, 네 생각은 어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