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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줌마 Sep 25. 2023

면접보러 캐나다로 날아가다

의외로 낮을 수 있는 문턱

이메일의 제목은 "Your resume"였고 보낸 사람은 그 회사의 HR 매니저였다.


"Thank you for your interest in *** Laboratories. We would like to invite you for a tour, interview and testing. Please advise of a date that would work for you.

Thanks,"


와. 면접을 보자고? 한국에 있는 나에게?

몇 번의 이메일이 오가고 나의 면접 날짜는 8월21일 화요일로 정해졌고 나는 서둘러 항공편을 토론토 피어슨 공항으로 변경했다.


학원에서도 한국에서 이메일로 지원했는데 면접보자고 연락이 온 케이스는 내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그것도 온타리오주에서. 지원서들 보내고 나서 2주정도 지나도 연락이 없다고 하니 학원에서도 캐나다는 원래 가서 직접 이력서 drop off하는게 일반적이라며 가서 직접 다녀보라고 조언했었다. 다들 이렇게 한국에서 지원해서 면접 일정 잡고 캐나다 넘어오는 게 일반적인것은 아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지원서를 보내고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출국을 준비하며 지인들을 만나 작별인사를 한다든지 하지는 않았다. 합격 통보를 받은 것도 아니었고, 면접을 보는 것 뿐이기에 불합격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불합격 한다면 주변 도시들에 머물며 더 지원서를 넣어보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원래 계획대로 캘거리로 옮겨가 돌아다녀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 두달 정도 시도 해 보고 소용이 없으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 한국을 떠나 5년동안 한국에 돌아가지 못할 줄은 몰랐다) 나의 거취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간다든지 하지는 않았다. 나 혼자 먼저 건너가 취업을 하고 정착하면 아이를 데려가기로 했다.

3주정도 되는 준비 기간동안 왁스업 연습과 엑소캐드 디자인 연습을 틈틈히 했던 것 같다. 딸아이가 시청에서 진행하는 해외탐방단에 선발되어 내가 출국 한 뒤 일주일 후에 호주 시드니로 출국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 준비로 또한 바빴다.


얼렁뚱땅 3주가 지나고 폭염이었던 한국을 뒤로하고 8월 중순의 어느날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미리 런던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인터넷으로 예약해두어서 그 버스를 타고 임시숙소인 민박집까지 이동했다. 밤 11시가 넘어서 민박집에 도착해 잠을 자고 다음날부터 은행업무등을 처리하고 렌트카를 빌려 학원에서 배운대로 주변 기공소에 직접 방문하여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다. 면접을 앞두고 시차 적응 등을 위해 일주일 정도 먼저 입국했기 때문에 시간이 있었다. 면접이 예정된 곳에 꼭 합격하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차선책을 마련하자는 생각과 붙더라도 다른 곳들을 방문함으로써 면접 대비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어떤 기공소는 간판만 있을 뿐 폐업한 상태였고, 어떤 곳은 리셉션의 직원이 친절하게 받아주었다. 어떤 곳은 친구사이로 보이는 할아버지 두 명이 일하고 있었던 작은 기공소였는데 자신들은 앞으로도 채용 계획이 없다며 너무나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다른 곳에 가보라며 업체명과 주소까지 직접 적어주었다. 

단 한 곳도 이력서를 내러 온 나를 귀찮아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화를 직접 체험한 것은 나에게 많은 용기를 주었다.


밤에는 인터뷰 예상질문을 뽑아서 답안을 작성하고 연습을 하기도 하고, 왁스업 연습을 하기도 했다. 전기조각도와 왁스 그리고 연습용으로 학원에서 여분으로 만들어 온 석고 모델 등을 짐가방에 싸서 가져갔었다. 엑소캐드 디자인 연습도 했지만 3Shape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쓰는 그 회사에서는 전혀 소용은 없었다. 면접 전날에는 그 회사에 사전 답사를 하기도 했다. 런던에서 시간이 꽤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에 한 번 직접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인터뷰 시간은 오전 11시. 면접과 테스트가 총 3시간정도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었다. 오후 2시 정도면 끝날 상황이라 점심 준비 같은건 하지 않고 회사를 방문했다. 


커다란 회의실로 안내를 받아 가니 그 날 면접을 치르는 사람들이 3명정도 더 앉아있었고 아시안은 나 뿐이었다. HR 매니저가 그들과 대화 나누는 것을 들어보니 어떤 사람은 Driver(완성품을 치과에 배달하거나 치과를 돌며 의뢰된 케이스를 수거해오는 역할), 어떤 사람은 Prep(치과에서 의뢰된 케이스가 입고되면 석고모델을 만드는 가장 초보적인 단계) 으로 지원한 사람들이었다. HR 매니저는 우리에게 인터뷰 질문지를 나누어주고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한 뒤 지원자들만 남겨두고 사라졌다.


대박! 나는 인터뷰 예상 질문을 말로 해야 할 줄 알고 긴장하며 스피킹 연습을 여러날동안 했었는데 적어내라니. 질문들은 대략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터뷰 예상질문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 같진 않았다. '왜 우리가 너를 뽑아야 하니?'같은 질문의 응용버전이랄까. 구글인지.. 마이크로소프트인지... 그런 회사처럼 무슨 "센트럴파크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다고 했을 때 성공 전략이 뭘까?" 다행히 이런 건 없다.

나름 수월하게 질문들에 대한 답을 작성할 수 있었던 건 미리 준비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캐나다 영주권자 정착지원기관인 석세스에서 취업 워크숍을 들으며 받았던 인쇄물을 고이고이 1년 넘게 간직하다 캐나다 넘어올 때도 가져왔다. 그것을 가지고 면접 3일 전부터 예상질문에 답을 작성하고, 달달 외우고 했었다. 게다가 한국의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관리 업무를 할 때 팀원들과 구글시트를 공유했던 버릇 때문에 인터뷰 예상질문과 답도 구글시트에 작성해 두었다. 구글시트를 사용하다 보니 스마트폰에서도 편리하게 접속이 가능해서 작성 중간에 잘 기억이 안 나거나 단어 스펠링이 생각 안 나거나 하면 스마트폰으로 구글시트에 접속해 커닝까지 하면서 쓸 수 있었다.


다음으로 HR 매니저가 지원자들을 데리고 회사의 각 파트를 돌며 투어를 시켜 주었다. 이 회사는 크라운&브릿지, 틀니, 교정 3개 파트를 모두 운영하고 있었다. 지원하면서 보니 세 분야를 다 취급하는 기공소는 많지 않았는데 큰 규모만큼 다양한 파트를 하고 있었다.

작업장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시끄러운 소음에 좀 놀라게 되었다. 정말이지 공장같았다!


맞다. 이빨공장.

직원이 총 80여명이라니 그중에 사무직과 배달 직원을 제외하고 적어도 60명은 안에 있을테니 소음x60이었나보다.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있지만 거기서 각자 갈고, 자르고, 굽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지원한 부서인 크라운&브릿지팀 중에서도 캐드 디자인을 하는 Digital Department 쪽을 방문했을 때 내가 반갑게 손 흔들며 "Hi~"했더니 일하던 아줌마 하나(나중에 나의 사수가 되었다)가 "너 나 아니?" 하고 물었다. 아는 사람이라 반기는 걸로 생각했나보다. 민망하게스리. 크라운&브릿지 세라믹 작업을 하는 지하공간은 윗층보다 조용했다. 먼지에 예민한 작업이다보니 다른 공간과 분리되어 있다고 했다.


투어를 마치고 회의실로 돌아오자 HR 매니저가 실무진 면접을 해야 한다면서 나를 따로 데리고 다시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부사장, 크라운&브릿지 팀 매니저, 후임 매니저 세 사람이 나를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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