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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줌마 Feb 14. 2024

6. 테스트

테스트를 진행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고...


해보겠다고 말은 하지만 내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지 한국인 매니저가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하는 데까지만 해 보라고 나를 다독였다. 그 어정쩡한 상황을 보더니 어떤 백인 할아버지 매니저가 와서 

"얘 안 되겠대? 그럼 프렙 하는 데로 데려갈까?" 

하는 것 같았다. 너무 당황해서 잘 기억도 안나는 것 같다.

그랬더니 한국인 매니저가 일단 시켜 보겠다고 하니 할아버지가 다시 나에게 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할아버지가 거의 30년 근무한 크라운&브리지 매니저이고, 이 할아버지가 연말에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새로  매니저가 한국 사람이었다.)   


"너 기본적인 용어 같은 건 아는 거지?"

"응"


지나고 보니 이 순간이 의 운명을 가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만약 이 순간에 한국인 매니저가 "얘 안될 거 같아." 이러면를 데려가라고 했으면 모델룸에서 최저시급에 가까운 급여로 근무하겠냐는 오퍼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매니저가 나에게 한국말로 뭘 잘하냐고 물었다.


"저는 어젯밤까지 캐드랑 왁스업 연습했죠..."


했더니 제 포트폴리오에 세라믹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테스트하자고 했다는 것이다여기서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세라믹 단 한번 했기 때문에 사진 딱 한 장 들어갔는데, 그걸 보고 그걸 시키려고 부른 거다!! 정말 이럴 수도 있는 거였다!!!

는 학원에서 원장쌤의 조언에 따라 캐드만 할 줄 아는 사람보다는 왁스업도 하고 다른 것도 할 수 있으면 회사에서 더 좋아한다(용도가 많으니)기에 정말.. 어떤 상황에서 기회가 왔을 때 "응. 나 그거 해 본 적 있어."라는 목적으로 ("잘해."라든지, "할 줄 알아."가 아닌...) 심화반 선택에서 세라믹을 한 번 해 본 것이었는데... 게다가 가 심화반 수업을 들을 때에는 심화반 신청 인원이 거의 없어서 학원에서 정규 수업을 개설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출국 앞두고 하고 싶은 사람에게 아예 기회를 안 준다는 게 미안했던 학원에서 심화반 수업의 큰 주제 중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하루 워크숍으로 수업을 해 주셨는데 그때 세라믹을 한 번 해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여하튼....

세라믹으로 테스트한다고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다면 너 무한 거겠지..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물어라도 보았더라면 좋았을 걸 싶다. 혹시 말해주었다면 학원에 찾아가 몇 번 더 연습이라도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좀 더 경험이 있어서 이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면 오기 전에 진즉에 이메일로

"준비를 잘해서 너네 회사 꼭 붙고 싶은데, 테스트 내용이 뭔지 알 수 있을까?"

라고 물어볼 수 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답을 해주면 좋고, 아니어도 뭐 물어보는데 돈이 드나또 그렇게 열의를 그렇게 보이는 것을 나쁘게만 볼 리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 한 번이라도 해 봤다고 꾸역꾸역 기억을 더듬어 재료들을 달라고 이 사람.. 저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는 마련해 준 자리에 앉았다. 팀리더가 팀 사람들에게 저의 테스트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지원해 주라면서 사람들에게 "Be nice."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자리에 앉아서 덜덜 떨며 기억을 더듬어 빌드업을 시작했다.


'우쒸 나 초본데 반대쪽 대칭 치아도 빠져서 없는.. 절반은 갈린 80대 노인 거 같은 이런 이빨 주고... 우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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