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다. 이민자들의 경우 모국에서 사용하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는 곳을 옮겼다고 해서 평생을 불려 온 이름을 갑자기 버리고 낯선 이름으로 불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모국어 이름을 포기하는 것은 왠지 애국심을 저버리는 것 같고 나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비영어권 모국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몇 가지를 감수해야 한다. 작다면 작을 수도, 크다면 클 수도 있는데 물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첫째로 자신의 이름이 본토 발음 그대로 불리기는 포기해야 한다. 영어로 본토 발음이 그대로 표기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평소 영어이름을 쓰지만 은행이나 관공서 등에서 법적 이름(Legal name)을 말로 확인해주어야 할 때 나의 한글 이름을 불러주지만 한국 발음 그대로 불러주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발음하는 식으로 알려주어야 잘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영어발음식의 또 다른 한국이름, 제3의 이름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캐나다는 이민자의 나라이지만 굳이 이 나라의 문화와 시스템에 서투른 이방인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투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위급상황에 대한 부분에서는 화급을 다투는 상황에서 익숙한 것, 친근한 것에 우선적으로 마음이 가는, 사람의 너무나 기본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메일 주소 또한 마찬가지로 영어권에서 통하는 게 따로 있다. 한국사람들이 즐겨 쓰는 Yesul845@naver.com 같은 "영문 알파벳+숫자"는 영어권 사람들은 전혀 쓰지 않는 형태의 이메일 주소이다. 한마디로 영어권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형태의 주소이다. 영어권에서 '공식적인 업무'에 쓰이는 메일 주소는 자신의 이름을 활용한 주소이다. First name의 첫 글자(이니셜)와 Last name을 활용하는 경우를 가장 많이 본 것 같다. 전체 이름이 John Smith라고 할 때, j.smith@google.com과 같은 형식이다. 반대로 First Name + Last Initial(john.s@google.com)을 쓰는 경우도 있고 전체이름(Johnsmith@google.com)을 다 쓰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영어권 스타일로 이메일을 만드는 가이드이다. https://nethunt.com/how-to-choose-professional-email-address.jsp
그러므로 지원서를 제출하는 이메일에서 신뢰를 주고 싶다면 영어권 업무 이메일의 스타일로 만든 주소로 발송할 것을 추천한다. 이때 추가로 주의할 점은 닉네임으로 주소를 만들지 말 것, 숫자나 특수문자 등을 넣지 말 것, 인종, 성별, 종교 등의 상징이 들어가는 단어를 쓰지 말 것 등이다. 도메인부터 영어권에서 익숙하게 쓰이는 'gmail(구글메일)'로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 Naver 등 영어권에서 사용하지 않는 도메인은 자동으로 스팸메일로 분류되기도 한다. 비 영어권에서 낯선 도메인으로 이메일이 오는 경우 해킹 등을 의심하여 수신자 회사의 보안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거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