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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바라는 것을 주는 어긋난 사랑

사랑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by 밝음

결혼의 전제조건은 사랑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선택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서 결혼을 선택한다. 결혼의 바탕 언어는 사랑이다. 같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사랑을 구현하는 일이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사랑해서 결혼을 선택했다. 내 생애 마지막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결심으로 말이다. 사랑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고, 나에게 많은 것이 있었음을 알게 한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결혼하고서야 알게 되었으니까.


서로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면 힘든 가시밭길인 결혼이라는 삶에 감히 발을 들여놓기는 힘들었을 거다. 받는 사랑도 많지만 내어주어야 하는 사랑은 그 너머만큼 많다. 소중한 나의 배우자를 위해 많은 것을 하게 되고 해주려 한다. 내가 가진 사랑의 언어로 말이다.




결혼해서 살아보니 사람마다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쓰는 사랑법과 그 사람이 쓰는 사랑법이 달랐다. 남편의 사랑법은 묵묵히 들어주고 챙겨주는 사랑이다. 가만히 그 자리에서 언제나 밝은 빛을 내어주는, 한결같이 그곳에서 어둠을 비추고 있는 가로등 같은 사랑이다. 내가 그 골목을 지나가든 지나가지 않든 묵묵히 나를 비추어주며 그 자리를 지켜준다. 그래서 그의 곁에 있으면 언제나 그 따뜻한 사랑과 온기를 듬뿍 받을 수 있다.


그의 사랑이 감사하고 고맙지만, 나는 많은 순간 적극적인 사랑을 원한다. 가만히 듣기보다는 내 일을 자기 일처럼 여겨주기를 바란다. 함께 이런저런 해결책을 찾아주기를 바란다. 무조건적으로 챙겨주기보다는 내가 요구하거나 필요로 할 때 도움 주는 것을 원한다. 남편이 행하는 사랑과 내가 바라는 사랑이 이렇게 다르다.

내가 하는 사랑법은 적극적으로 상대방의 상황을 묻고 해결점을 제공하거나 새로운 생각으로 다른 여지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사랑이다. 남편이 가로등 같은 사랑을 한다면 나는 손전등 같은 사랑을 한다. 직접 어두운 곳을 비춰주고 이 길이 아닌 저 길을 비춰준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성장, 발전하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남편이 원하는 사랑은 조용하고 따뜻하게 피워진 모닥불 같은 은은한 사랑이다. 자신이 해주는 것을 인정해 주고 고마워하고 그의 곁에서 한결같은 따뜻한 사랑을 주기를 원한다. 그런 사람에게 나의 사랑은 전혀 원하지 않는 사랑이거나, 너무 센 사랑일 때가 많은 것이다. 내가 행하는 사랑과 남편이 바라는 사랑은 모습과 방식이 달랐다.


우리가 각자하고 있는 사랑법과 받고 싶은 사랑법이 다르다는 것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왜 내가 원하는 사랑을 주지 않느냐고 답답해하거나 서운해하면서 결혼생활을 보냈다. 나는 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함께 알아보고 같이 살아 가주지 않느냐고 서운해했다. 그는 왜 자신은 챙김 받지 못하고 고마움을 받지 못하냐고 서운해했다.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상대에게 표현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사랑에 목말라했다.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제자리에 선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제대로 서로를 마주 보고 설 수 있었다. 각자 어떤 사랑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사랑을 받고자 하는지 점검할 수 있었고, 서로 어떤 방식으로 대하고 관계해야 하는지 탐구할 수 있었다.


각자 어떤 사랑을 좋아하는지 알지만 그것을 상대에게 원하지는 않는다. 대신 서로 어떤 사랑을 선호하는지 알기에 내가 기꺼이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법을 실천해 나간다. 억지로 맞추는 게 아니라 내가 나로 충분히 채우고 그러고도 남은 사랑을 상대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다. 관계의 파국은 내 마음을 상대방이 채워주기를 기대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서운함, 미움, 분노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생기는 마음이다.

내 마음은 타인이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 매일 채워준다 한들 한번 채워주지 않으면 그 사랑은 곧바로 미움으로 표정을 바꾼다. 우리는 이제 나의 마음은 내가 채워야 함을 서로 알고 지낸다. 기꺼이 도움 주고 해 주지만 상대방이 고마워한다면 그건 감사할 일이고, 상대방이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해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찬찬히 관찰하면 그 사람이 원하는 사랑법이 보인다. 그 사람이 매일 하는 말과 행동은 사실은 그 사람이 받기 원하는 사랑법일 가능성이 크다. 부부는 그것을 모른 채 서로의 방식으로 상대편을 만족시키려 한다. 모양이 다른 나의 열쇠로 다른 사람의 자물쇠를 평생 열고 있는 꼴이다.


사랑법에 정답은 없다. 이런 사랑 모습도 있고, 저런 사랑 모습도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랑의 모습을 가졌는지 아는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랑의 모습을 가졌는지 아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사랑의 모습을 지녔는지 알게 되면 그것들이 오롯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몰랐던 많은 사랑이 보인다. 그 사람의 사랑 언어는 언제나 나를 향해 전달되고 있었다. 나의 언어로 되어있지 않아서 그것을 몰랐을 뿐이었다.

결혼에서 정말 중요한 사랑의 언어. 서로의 언어를 존중하면서 내 언어도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본다.소중한 우리의 사랑이 어긋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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