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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shirley Jan 16. 2022

드디어, 이륙을 앞둔 활주로에 서다

- 외항사 승무원 트레이닝 졸업식

 강렬했던 첫 번째 중국 충칭 수피 비행이 끝나고, 두 번째 네팔 카트만두, 세 번째 대만 타이페이 수피 비행 역시 무사히 끝났다.

이로써 세 번의 SNY 수피 비행을 모두 마치고 수피 비행 내내 달고 있던 트레이니가 아닌 드디어 내 이름이 새겨진 네임택을 받게 되었다. shirley choi라는 내 영어 이름 밑에 cabin crew라는 단어가 반짝거렸다. 내겐 너무나 의미가 있는 이 두 음절의 단어에 괜스레 마음이 벅차올랐다.       

 


  트레이닝 과정을 수료한 졸업식은 회사의 파일럿, 그라운드 스텝을 비롯한 전 직원들의 트레이닝 졸업과 함께 우리가 트레이닝을 받았던 센터에서 이루어진다. 대학교 졸업식 이후에 또 다른 졸업식이 있을 거라 생각 못했었는데,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졸업식이라니 뭔가 신기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부모님을 그 자리에 모실 수 있도록 무료 왕복 티켓이 제공되었다. 부모님은 말레이시아까지 6시간이나 되는 먼 거리를 흔쾌히 와주셨고, 딸내미 덕분에 말레이시아까지 와본다며 너무나 신나 하시는 부모님을 보자 나 역시 너무 기뻤다.






드디어 졸업식 당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유니폼을 입고 함께 사는 동기 룸메이트들과 함께 트레이닝 센터에 도착했다. 트레이닝 시절, 매일 아침 셔틀버스를 타고 센터로 와서 졸린 눈을 비비며 하루 종일 수업을 듣고, 숙소로 돌아가면 시험을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치는 순간들이었지만 그 모든 과정과 시험을 합격해서 세 번의 수피 비행까지 클리어한 후, 드디어 졸업이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졸업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즐거운 축제 분위기였다. 동기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한 명씩 단상으로 올라가 트레이닝 수료증을 받고,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며 마음껏 축제의 분위기를 즐겼다. 특히나 부모님과 사진을 찍으며 어딘가 뭉클한 기분이 들었던 건 결국 나를 이까지 오게 한건 가족들의 든든한 서포트였다는 사실이 실감 나서였을까, 먼 말레이시아까지 와줘서 이 자리를 빛내준 엄마 아빠가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문득 트레이닝 이전에 내가 승무원이 되기 위해, 이 날을 위해 국경을 넘으며 면접을 보러 다녔던 날들이 떠올랐다. 유럽의 이름도 몰랐던 나라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 하나만 가지고 도전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오늘이 온 거라 생각하니 그날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나보다 앞서 나가는 것만 같아 두렵고 불안했던 그 날들, 면접에 떨어져서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던 날들, 남들의 시선에 작아져 어디론가 없어져 버리고 싶던 그날들은 분명 내게 너무나 견디기 힘든 날들이었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날들이 있었고 견뎠기에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다시 제로에서 시작할 수 있는 방법들을 배웠던 것 같다.          


이미 수피 비행에서도 잠시 겪었듯, 비행은 또 다른 도전이 될 거다. 결코 쉽지 않을 거고 주저앉고 싶은 때가 오겠지. 하지만 결국 나는 이 도전을 통해 성장해 나갈 거란 걸, 결국 나 자신을 믿는 그 확신이 나를 이끌 거란 걸 알기에 또 한 번 용기를 내보려 한다.  


이제 이륙을 앞둔 활주로에서 드디어 비상하는 일만 남았다.      

You're cleared for take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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