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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shirley Oct 23. 2021

파이널시험, 떨어지면 짐싸서 집으로 가야해

-외항사 승무원 트레이닝 최종시험

 파이널 시험, 이 트레이닝의 마지막 단계이자 반드시 통과해야 비행자격증을 받을수 있는 최종시험이었다.


이미 쉴틈 없이 진행된 실기시험에 이미 체력이 다 바닥났지만 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통과한 실기시험도 다 소용없는게 되버리기 때문에, 마지막 정신을 다잡고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트레이닝 매뉴얼북은 너덜너덜했고, 졸림에 집중력이 떨어질 때면 에너지 드링크를 먹어가며 밤을 새야했다. 잠도 못자고 주말 내내 공부하면서 문득 서러워질때도 있었다. 한국과는 다른 열대지방인 이곳의 더위에 지치기도 했고, 살인적인 에어컨바람 때문에 몸살감기를 꼬박 한주를 앓기도 했다. 가뜩이나 공부해야할게 너무 많은데 몸이 안따라주고 아프니 서러워서 숙소에서 동생과 통화하며 엉엉 울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이 시험에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승무원이 되기까지 고군분투했던 면접을 보러다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유럽이고 동남아시아고 국경을 몇 번이나 넘고 수없이 탈락을 해도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음면접을 보러가던 근성을 가진 나였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그렇게 만든 건 다름아닌 이 승무원이라는 꿈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파이널 시험은 오후 하루 종일 진행되었고, 정말이지 피말리는 시간이었다. 90점이상을 통과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재시험이었고, 그리고 재시험에서마저 떨어지면 그 즉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마치 서바이벌 게임과도 같았다. 수능시험에도 이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았는데, 시험관이 시험지를 나눠주고 문제를 푸는데도 긴장이 돼서 손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주관식에서는 그토록 달달 외웠던 단어가 왜 생각이 안나는건지.. 한명씩 동기들이 시험을 마무리하고 나가는 동안 더더욱 긴장과 조급함이 밀려왔다. 제발 차분해지자- 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최선을 다해 마지막 마무리를 지었다. 이제 운명에 내 모든 걸 맡길 수밖에.



 시험이 끝나자마자 시험관과 함께 채점을 하고 틀린 것을 체크했다. 심장이 쪼그라 들것같은 채점이 마치고 시험관은 나에게 90점을 넘어 합격이라는 소식을 알려줬다!

합격을 확인하고 시험장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드디어 이 지옥의 시간이 끝이났다...! 턱걸이로 합격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짐싸서 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 ! 2주간의 고군분투 했던 날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승무원 면접에 합격했을때와는 또다른 성취감이 밀려왔다.



  최종시험이 끝난 후 저녁에는 동기들과 함께 숙소 앞 테라스에서 조촐하게나마 축배를 들었다.

모두들 밤새워 공부하느라 얼굴들이 말이 아니었다. 수업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을 서로 설명해주고, 서로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동기부여가 되어주지 않았더라면 결코 나는 이 최종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을거라 너무나 동기들에게 고마웠다. 서로 감기를 바톤터치하듯 앓아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파이널을 통과한 우리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서로에게 승무원이라는 꿈은 너무나 간절했기에,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들 역시 같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가족같이 동고동락한 동기들과 어서 빨리 이 트레이닝을 무사히 통과해서 함께 비행하는 날이 너무나 기대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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