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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Feb 17. 2021

고양이 식구가 생기다

고양이 입양

4냥꾼 캣브로, 첫 번째 이야기




동생이 생기다


낮에는 세로로 길게 찢어져 앙칼지게 나를 노려보는 눈. 밤에는 빛이 반사되어 무섭게 빛나는 눈. 나를 마치 사냥감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도대체 나보다 덩치도 작은 게 왜 눈싸움은 피하지 않는 것인지. 싸우면 그래도 내가 이길 것 같기는 하다만... 날카롭게 잘 갈린 발톱으로 나를 할퀴면 꽤 아플 것 같고, 털은 또 왜 이리 날리는지. TV에서 보던 고양이들은 작고 귀엽던데, 얘는 송아지마냥 왜 이렇게 큰 것인지. 옛말에 고양이는 요물이라던데, 강아지와 다르게 고양이는 사람한테 해코지도 한다던데.


우리집 첫째 동생 츠동이(가츠동)의 첫인상이다. 그렇다. 귀여운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나는 고양이를 처음부터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고양이가 오는 게 기대는 되었다. 좋아하지는 않는데 기대가 된다라... 잠깐 아주 개인적인 얘기를 하나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입대를 꽤 늦게 했다. 제대했을 때 28살이었으니 많이 늦은 편이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탓에 제대 후 줄곧 집에는 혼자 있어야 했다. 동생은 형을 따르는 법이다. 다만 꼭 안 좋은 것만 따라 하더라. 2살 터울의 동생(고양이 말고 사람 동생이다.)도 늦은 입대로 아직 나라를 지키는 중이라 텅 빈 큰 집에서 홀로 지내는 게 외롭기는 했었다. 함께 지낼 가족이 필요했다.


이때였다. 내가 캣브로가 된 건. 이때만 해도 내가 더 많은 고양이들과 함께하게  걸 몰랐다. 제대 후 바로 졸업과 함께 취업을 준비하며, 심신이 피폐했던 나에게 츠동이는 큰 힘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 족보 정리를 잘했어야 했다. 아내에게 고양이들은 아들이고 딸이다. 고양이들과 얘기할 때 본인을 엄마라고 칭한다. (집사들은 알겠지만 고양이와 지낸 시간이 오래 되면, 놀랍게도 고양이와 대화하는 게 가능하다! 정말이다!) 나에게 고양이들은 동생이다. 족보가 엉망이라고 한 이유이다. 그리고 캣대디가 아닌 캣브로가 된 이유이다.


집에서 키우는 송아지, 츠동이

 

처음엔 고양이가 무서웠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오직 둘만이 지낼 때는 츠동이가 조금 무서웠다.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츠동이는 항상 책상 위에서 나를 노려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반사광이 어릴 때면 흡사 요괴처럼 보이기도 하고, 내가 눈을 감으면 나에게 달려들 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다. 지금은 우리와 생활 리듬이 비슷해져 아침형 고양이가 되어 버렸지만.


고양이가 하품하는 모습은 또 어떠한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입을 쩌억 벌리는 모습을 볼 때면 고양이가 날 죽이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품하는 모습을 한번 보고 나 영화나 만화에서 왜 고양이가 암살자로 묘사되는지 알 것 같았다.


아주 거대하고 건방진 고양이, 츠동이


고양이 없이는 못 살지


공포감도 외로움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이러나저러나 츠동이는 우리 집에서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였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했던 우리 사이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학교 과제를 하느라 책상 앞에서 무언가 몰두하고 있으면 어느새 뛰어올라 노트북이나 책 위에 배를 까고 벌러덩 드러눕곤 했다. 고양이가 컴퓨터를 사용 중인 집사를 방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모니터 속에서 움직이는 커서가 신기해서, 컴퓨터가 따뜻해서.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심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서 나를 만져라, 집사야” 건방진 녀석들... 매력적이야.

  

지금은 아내 옆에서만 자는 츠동이지만, 당시에는 날이 추우면 이불 속으로 들어와 옆에서 자는 일도 많았다. 이런 고양이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말랑말랑 귀여운 분홍색 발바닥 젤리. 새침하다가도 배를 만져달라고 애교 부리는 모습. 털 때문에 토실토실한 얼굴. 맹수와 순진한 아이를 오가는 변화무쌍한 눈망울. 나는 고양이에 중독되어 버렸다. 다음엔 우리 고양이 식구들을 하나씩 소개해 볼까 한다.


"요즘 대학 나와도 취업 잘 안 된다는데, 과제는 좀 이따 하고 내 배나 한 번 더 만져 주라 집사야." "집사야. 나 화나려고 한다. 이불에서 이제 그만 꺼내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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