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동이는 9살 치즈태비 수컷 고양이다. 전형적인 코리안 숏헤어, 다시 말해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똥고냥이다. 똥고냥이 주제에 체격 좋고 늠름한 핸썸캣이다.
츠동이의 이름은 원래 구름이였다. 아내가 붙여 준 이름이다. 뭔가 구름처럼 뭉실뭉실 귀여워 보여서 구름이라고 지었더랬다. 작명 센스하고는... 누렁이라고 짓지는 않아서 세상 다행이다. 츠동이란 이름은 내가 지었다. 아내도 바뀐 이름을 더 좋아했다. 츠동이 이후로 동생들도 죄다 일식 이름으로 짓게 되었으니, 아주 역사적인 순간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핸썸캣 츠동이. 우리 집에서 나 다음으로 건방진 녀석이다.
츠동이는 츠동이일 수밖에 없다. 일주일 된 기름에 튀긴 돈가스 같은 느낌의 살짝 어두운 갈색 털과 쌀밥처럼 통통하고 하얀 배. 누가 봐도 먹음직스러운 가츠동(돈가스 덮밥)이다. 다만 혼자 먹기에는 양이 좀 많은 느낌이다. 그만큼 츠동이는 덩치가 꽤 큰 편이다. 살이 찐 것은 아니고, 골격 자체가 크다. 어깨는 떡 벌어지고 대가리도 커서 흡사 장군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미국 프로레슬러 ‘브룩 레스너’를 닮은 것 같기도 한데, 너무 험상궂은 것 아니냐고 아내는 싫어한다.
츠동이의 밀당
츠동이는 사실 아내에게 첫 고양이는 아니다. 내 군 복무 시절, 아내는 사무치는 외로움에(아마도...?) 암컷 고양이 사샤를 입양해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예쁘고 건강하게 잘 크던 사샤는 복막염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당시 고양이에게 복막염은 치사율 99%의 치명적인 병이었다. 사샤의 죽음에 외로움과 슬픔을 느끼던 아내는 처음엔 다시는 다른 고양이를 키우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한 고양이 커뮤니티 카페에서 츠동이를 보게 된다.
츠동이는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이였다. 모든 탄생과 만남은 특별하고 신비롭지만, 츠동이를 만나게 된 이야기는 유독 애틋하다. 츠동이의 엄마와 이모 냥이는 둘이 함께 밥을 얻어먹으러 돌아다니던 길고양이들이었다. 자매는 어느 날 한 가정집에 들어가 눌러앉아 살게 되었는데, 임신한 상태였던 츠동이의 엄마 냥이가 새끼를 낳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적어도 4마리 이상을 출산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츠동이는 형제와 함께 단 둘만이 태어났다. 안타깝게도 츠동이의 형제는 영양 결핍으로 사산된 채로 세상에 나왔으니 태어났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기 츠동이와 엄마 냥이. 엄마 냥이는 삼색 카오스였다. 외동아들로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츠동이는 어쩌면 이때부터 건방짐의 씨앗을 품고 있었는지 모른다.
사실상 외동아들로 태어난 츠동이는 형제와 다르게 아주 건강했다. 가정집에서 태어난 데다 2개월간 엄마 젖을 독차지했으니 우월한 유전자에 유복한 환경까지 갖춘 금수저인 격이었다.
아내는 노란 털에 토실토실 귀여운 츠동이의 사진을 보자마자 나를 처음 봤을 때처럼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츠동이의 임시 보호자는 부모님이 츠동이의 어미와 이모까지는 거둘 수 있으나 새끼까지 키울 수는 없다고 반대하여 입양처를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내는 당장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연락해 보니 슬프게도 이미 다른 입양 예정자가 있었다.
츠동이와의 첫 만남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어느 날 낯선 번호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 “혹시 노란 아기 고양이 아직도 키우실 생각이 있나요?” 입양하기로 했던 사람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잠수를 탄 것이다. 아내는 물론 나의 평생을 고양이와 함께 하도록 해 준, 아주 나쁜 놈이면서 고마운 분이셨다.
아내는 연락을 받자마자 이동장을 짊어지고 혼자서 지하철로 츠동이를 데리러 갔다. 내가 군인이 아니었다면, 차로 편하게 같이 갈 수 있었을 텐데... 아, 생각해 보니 나는 그때 차는 있으나 운전면허가 없었다. 나는 군대도 늦게 가고, 면허는 더 늦게 딴 남자였다. 결혼도 더 늦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
아무튼 이제 3개월이 되었을 아이는 보자마자 깜짝 놀랄 만큼 거대했다고 한다. 6~7개월은 되어 보여서 처음에는 개월 수를 속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더랬다. 태어난 날짜를 물어보니 본인과 생일이 같았다고 한다. 운명이 맞다. 츠동이는 아주 통통했으며 품에 안아 보니 마치 시골 똥강아지 같은 단단한 느낌을 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3개월에 이미 청소년묘의 외관을 지녔던 츠동이는 나의 첫째 고양이 동생이 되었다. 고양이 동생들 중 유일하게 새끼일 적 모습을 못 봤다. 이래서 군대는 일찍 가라고들 하는가 보다.
우리 집 대형사고는 모두 힘센 츠동이 몫이다. 한번은 츠동이 때문에 친구가 숨질 뻔한 적도 있다. 냥이들이 사고 친 이야기도 나중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청소년묘 같은 거대한 아기 츠동이.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3개월 된 고양이이다. 병원에서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