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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Mar 03. 2021

고등어태비 고양이 마구로

고등어냥이 입양 이야기

4냥꾼 캣브로, 네 번째 이야기 




거대한 참다랑어 마구로


구로는 6살 고등어태비 수컷 고양이다. 아마 마구로(참치)라는 이름에서 털 색깔을 이미 유추한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구로가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은 털 색깔 때문만은 아니다. 해체되기 전의 참치처럼 크다. 정확히는 크기도 하지만 뚱뚱하다. 태생적으로 다리도 짧아 누워 있으면 하프물범 같아 보이는 게 아주 귀여워 죽겠다. 골격은 츠동이보다 조금 작은데, 돼냥이라 츠동이보다 1키로가 더 나간다.


애착 인형 삼눈이와 함께. 아내는 왠지 일본 고양이 같은 느낌도 난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하프물범이다. 뚱뚱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속눈썹이 길고 예쁘다.


구로 역시 처음에는 임시 보호를 위해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구로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내는 세 마리는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내가 어떻게 나올지 이미 예상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번에는 키우자고 조르지 말자고, 원치 않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 생각에도 세 마리는 많았다.

  

내 결심은 구로를 보자마자 무너졌다. 당시 아기 구로는 귀여움 그 자체였다. 이 작고 토실토실한 고양이와 함께하지 못하게 된다면 속상함에 식음을 전폐할 것만 같았다. 바닥도 매일 청소하겠노라고 간절함을 담아 아내를 설득했다. 의외로 아내는 ‘쿨하게’ 입양을 하기로 했다. 어리둥절했다. 당시 아내도 거대해지고 있을 때라 구로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아내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이제 더 이상 거대하지 않다.


건방진 모습으로 역변한 구로. 돼냥이 구로도 작고 귀여울 때가 있었다.

 

마음이 아픈 아이


입양 전 구로의 이름은 장비였다. 구조자는 막내였던 구로와 형제들의 이름을 도원결의의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로 부르고 있었다. 구로는 이름과 달리 사람을 엄청 무서워했다. 원래 겁이 많은 건지 아니면 사람에게 쫓긴 기억이 있는 건지,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걸 보면 짠할 때가 많다. 어쩌면 형제들과 함께 구덩이에 빠진 것이 트라우마가 됐을 수도 있겠다. 다행히 형제는 모두 안전하게 구조되었다.


구로는 구조 당시에도 형들 뒤에 숨어 있었다. 성묘가 된 구로를 보면 장비라는 이름도 썩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영웅호걸의 이름을 갖기에 우리 구로는 너무 쫄보이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구로에게는 끔찍한 일이었지만) 형제 둘과 다르게 혼자만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다. 구로가 돼냥이가 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추측한다.


처음엔 커가면서 사람을 피하는 성향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안타깝게 성묘가 된 지금도 여전히 서 있는 상태에서는 2미터 안으로 접근할 수 없다. 나는 매일 집에서 보는 형이라고 1.5미터까지, 아내는 1미터까지는 허용한다. 이 0.5미터의 차이가 은근히 섭섭하다. 구로에게는 사료를 주는 횟수마다 접근 허용 거리를 조금씩 차감하는 마일리지가 있기라도 한 것일까. 아무래도 키가 더 큰 사람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요새는 앉거나 누워 있을 때는 꽤 가까이 오기도 하는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다시 호다닥 도망갈 때가 많다.      


집에서 키우는 길고양이


나와 아내는 구로를 집에서 키우는 길고양이라고 한다. 손님이 오면, 궁금해서라도 나오는 다른 세 마리와 달리 구로는 침대 밑에 숨어 나오지 않는다. 사료나 물을 먹다가도 기척이 들리면 도망가기 때문에 구로가 식사 중일 때 나와 아내는 숨소리도 내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츠동이보다 더 상전처럼 모시고 있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하고 있으면, 가끔은 갑자기 달려들어 손에 얼굴을 부비기도 한다. 구로 때문에 얼굴에 핸드폰을 떨어뜨린 적도 많다. 이런 겁쟁이 구로도 대담하게 만드는 마법의 아이템이 하나 있다. 구로는 빗질을 정말 좋아한다. 빗을 들고 있으면 가끔 가슴냥이가 되기도 한다. 가슴에 품기엔 너무 거대하고 무거운 존재라 심정지가 올 것 같은 게 단점이다. 그래도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모든 걸 멈출 수밖에 없다.


누나인 마끼보다는 한참 크다. 상체만 걸쳤는데도 구로가 올라오면 숨쉬기가 어렵다. 어쩌면 허리디스크가 터진 것은 요가가 아니라 구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빗질을 하는 때는 구로의 엄청난 골골이를 들을 수 는 몇 안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다른 냥이들은 맨날 하는 골골이를 못한 서러움인지, 두 달치 골골이를 몰아 한꺼번에 한다. 성량과 지속력에서 흡사 람보르기니 시동 거는 소리와 비슷하다. 나에게 행복을 주는 소리이다.


이렇게 셋째 동생 구로의 소개를 마친다. 아내는 구로의 사진을 유독 많이 저장하고 있다. 아내는 개인 SNS에 구로의 사진을 많이 남기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는 아마도 우리 집이 아니면 어딘가에서 구박을 받고있거나 파양이 됐거나 혹은 길냥이로 겨우 삶을 연명하고 있거나, 그런 성격을 가진 아이이니까. 그래서 내 곁에 다가와 주는 순간 순간이 모두 너무 고마우니까.” 혹시... 나와 결혼한 이유도...?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 집 변태냥이 루비의 소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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