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끼는 7살 카오스 암컷 고양이다. 페르시안 믹스로 추정된다. 고양이 동생들 중 유일한 암컷이다. 다른 냥이들과 비교해 보면 딱 여자아이처럼 예쁘게 생겼다. 장모종이 섞여 털도 복슬복슬하니 ‘그나마’ 우리집 고양이들 중에서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마끼는 초개냥이에 무릎냥, 가슴냥, 접대냥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도 내 무릎 위에 누워 골골이를 하고 있다.
마끼는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 성격이 너무 좋아서 수의사 선생님도 이건 새로운 종의 발견이라고 했을 정도이다. 사람에게 발톱을 세우는 일도 절대 없다. 한번은허리디스크가 터져 2개월 간 병가를 내고 누워만 있던 적이 있었다. 다정한 마끼는 그때도 항상 내 옆에 누워 나를 지켜 주었다.
다른 형제들을 괴롭히거나 해코지하는 법도 드물다. 덩치가 작은 편은 아니나 힘센 수컷 형제들 사이에서 주로 당하는 위치라 보고 있으면 짠할 때도 많다. 새끼 고양이들이 입양 오거나, 잠시 임시 보호를 하기 위해 머물고 있을 때에도 마끼만 유일하게 하악질을 하지 않는다. 먼저 다가가 그루밍을 해 주는 경우도 많았다. 다른 동생들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마끼는 나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사람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천사 같은 동생이다.
츠동이와 마찬가지로 마끼도 마끼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김처럼 까만 등과 밥알처럼 하얀 배. 그리고 중간중간 날치알처럼 박혀 있는 얼룩덜룩한 갈색 털들. 초밥집에서 시켜 먹는 데마끼(김말이 초밥)와 아주 닮았다. 마스카라를 한듯 예쁜 눈에 귀엽고 하얀 털 양말도 신고 있는 아가씨이다.
손님 맞이 준비 자세 중인 어린 마끼와 그윽한 눈빛의 청소년 마끼. 하얀 양말이 매력적이다.
꼬질이 마끼
사실 마끼는 키우려고 데려온 것은 아니고 임시 보호 차 맡아 주고 있던 아이였다. 아내가 츠동이에게 반한 것처럼 나 또한 마끼를 보자마자 푹 빠져 버렸다. 꼬질꼬질 더럽고, 작고 깡말라 못난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한 마리를 더 키우는 것은 아내가 반대할 것이 분명했다.
꼬질이 마끼. 처음 본 마끼는 꼬질이였다. 삼색 카오스라 유독 꼬질꼬질해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두 마리를 키우다가 세 마리를 키우는 것은 그리 추가적인 수고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한 마리만 키우던 상황에서 처음으로 하나를 더 입양하는 것에는 산술적 차이를 넘어서는 수고로움이 있다고들 한다. 다른 고양이와의 궁합, 추가 화장실 등 고려할 것이 많았다. 명분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츠동이가 외롭지 않도록 동생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다. 아내는 말했다. “안 돼.”
예상했던 바지만 아내는 너무 단호했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는 감성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나는 속옷만 입고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아이처럼 떼를 쓰기 시작했다. 못 키우게 하면 집을 나갈 거라고 협박도 해 보고, 술을 줄이겠다고 회유도 해 보았다. 아내는 아주 독한 여자라 통하지 않았다.
씻기고 나니 화사해진 아기 마끼
접대냥 마끼의 영업 전략
일단은 다른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더 데리고 있기로 했다. 혹시라도 내가 없는 사이에 갑자기 입양을 보내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하며 마끼는 잘 있는지 하루에 몇 번씩 물어보기도 했던 것 같다. 다른 고양이가 새로 오면, 보통은 원래 있던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마련이다. 참고로 우리 집 서열은 츠동이가 나보다 높다. 나는 코골이가 심하고 일하는 시간대도 서로 달라 아내와 따로 자는데, 츠동이는 잠도 아내 옆에서 잘 수 있다. 아내는 혹여 츠동이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서 마끼의 입양을 주저했던 것 같다.
츠동이가 내 마음을 헤아린 것일까. 아니면 서열 1위가 2위에게 베푸는 아량 같은 것이었을까. 다행히 츠동이와 마끼는 환상의 궁합을 보여 주었다. 개냥이인 마끼의 영업 수완도 한몫했다. 아내도 결국 성격 좋은 마끼에게 넘어갔다.
거대한 츠동이와 반도 안 되는 크기의 작은 마끼. 지금은 츠동이가 다른 냥이들을 귀찮아하지만, 이때는 마끼를 오빠로서 아주 잘 챙겨주었다.
그렇게 마끼는 나의 두 번째 고양이 동생이 되었다. 이때까지 아내는 몰랐을 것이다. 나의 세련되고 정교한 협상 기술에 넘어가 결국 고양이를 네 마리나 키우게 될 줄은... 이 말은 아직도 소개할 냥이가 둘이나 더 남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