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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Feb 13. 2022

애교쟁이 삼색카오스 고양이 데마끼

고양이가 힘이 되는 순간, 힘이 드는 순간

4냥꾼 캣브로, 쉰세 번째 이야기




애교 많은 천사냥 마끼, 힘이 된다


지인이 집에 방문한다.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니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지인은 고민한다. ‘한번 만져 보고 싶기는 한데 도망가면 어떡하지? 할퀴거나 물지는 않을까?’ 난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집엔 접대 담당 마끼가 있으니까! 마끼는 처음 보는 사람 무릎에 앉아서 골골이를 할 정도로 성격이 좋다. 나는 손님의 바지가 온통 털 범벅이 되어 난처한데 손님은 즐거워한다. “고양이들이 원래 이래? 엄청 새침한 줄 알았는데?” “얜 그래.” 고양이 집사가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카오스냥이라 처음 보면 좀 꼬질해 보이기도 하고, 왠지 무서워 보인다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하지만 마끼는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는 볼매 고양이다.


마끼 입양 편에서도 소개했지만 마끼는 고양이에게도 친절하다. 절대 먼저 괴롭히거나 해코지하는 법이 없고, 새로운 냥이가 와도 경계하지 않고 먼저 다가선다. 사람에게도 냥이에게도 친절하고 상냥한 천사냥이다. 워낙 순해 병원에서 주사도 잘 맞고, 심지어 버둥거리지도 않는 마끼를 보고는 수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넌 뭐니? 이거 완전 새로운 종의 발견인데?”


이런 마끼에게 유독 고마웠던 일이 생각난다. 허리 디스크가 터졌을 때이다. 독한 마약성 진통제로도 잡히지 않는 통증 탓에 병가를 내야 했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했다. 걷는 것은 고사하고 서 있을 수조차 없어 꼬박 2개월을 집에서 기어 다녔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살은 계속 빠졌고, 누워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마음도 빈곤했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이 시기에 마끼가 항상 곁에 있었다.


고양이 이야기에 난데없이 등장한 캣브로의 처참한 디스크. 한쪽이 터졌다. 혹시라도 회복이 되지 않아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디스크 회복 말기,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을 때이다. 마끼는 내가 걱정스러웠던 것일까?


마끼는 내가 아프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집사가 외출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마끼는 24시간을 늘 내 옆에만 앉아 있었다. 아내가 귀가해도 마중 나가지 않고, 내 옆에 꼭 붙어 나만 안타깝게 쳐다볼 뿐이었다. 제 딴에는 나를 지켜 주려고 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마끼의 북슬거리는 털을 만지며 잔잔한 골골이를 듣고 있으니 정말로 통증도 좀 덜해지는 것 같았다. 마끼가 제일 고마웠을 때이다. 마끼 덕분에 힘을 내어 병을 치유할 수 있었다. 고맙다, 마끼야!


처음엔 주황색 덩어리만 보이겠지만, 잘 보면 다리 사이에 마끼가 있다. 누워 있으면 마끼는 항상 다리에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좀 많이 끼인다(?).


식탐 대마왕 마끼, 힘이 든다


그나저나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마끼의 식탐 때문에 ‘더럽게’ 힘들다.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 다 같이 간식을 먹게 되는 날이면 혼자 폭풍 흡입을 하고는 형제들의 간식까지 빼앗아 먹는다. 빼앗긴 녀석들에게는 더 주면 된다. 문제는 과식을 하는 바람에 기껏 먹은 비싼 간식을 다 토해낸다는 것이다! 그것도 꼭 침대에! 돈 한 푼 안 벌어 오는 이 괘씸한 녀석이! 참고로 사료 토와 달리 간식 토는 냄새가 영 좋지 않다.


순대 먹는 고양이. 마끼는 육류와 해산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좋아한다.


간식을 안 주면 되지 않냐고?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마끼는 간식을 줄 때까지 몇 시간이고 쫓아다니며 울어 대기 때문이다. 계속 얼쩡거리다 꼬리가 밟히는 일도 부지기수다. 다른 녀석들의 간식을 빼앗지 못하도록 잠시 방에 가둬 두면 문이 부서져라 긁어댄다. 자다가 쇳소리만 조금 나도 간식 캔을 따는 줄 알고, 벌떡 일어나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온다. 이게 바로 마끼의 실체다.


사람 먹는 음식도 얼마나 탐 내는지 방에 가두지 않으면 요리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잠시 한눈을 팔면 어느새 입에 한가득 무언가를 물고는 쏜살같이 침대 밑으로 도망간다. 이빨로 포장 비닐을 찢고 음식을 전부 헤집어 놓은 적도 있다. 아주 얄미워 죽겠는데 보고 싶다. 사실 마끼는 작년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슬프지는 않다. 그리울 뿐이다.


이런 애잔한 눈빛 때문에 결국 캔을 따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마끼야, 그래도 간식 달라고 자는 사람을 깨우는 일은 없어야지. 우리가 돈을 벌어야 간식도 사 올 수 있지 않겠니. 그리고 사료 좀 비었다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어떡하니. 엄마 화나면 뒷감당은 오빠가 다 해야 되잖아. 그래도 보고 싶네. 우리 마끼. 나중에 간식 배 터지게 먹게 해 줄게.”


루비의 간식을 빼앗아 먹는 마끼. “거참 잔소리는. 됐고, 이 집 잘하네. 다음부터 이 집에서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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