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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두리e Apr 24. 2024

시간 :  나이 들수록 왜 쏜살같이 흘러가버릴까?

시간을 느리게 즐기는 방법


"요즘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어"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아이들에게는 다음 크리스마스가 한없이 길게 느껴지겠지만 점점 늙어가는 나에게는 시간이 놀라울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리는 것 같다. 하루가 어느새 1주일이 되고 1주일이 금방 한 달이 된다. 인생의 속도는 나이의 숫자만큼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결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1996년 청년 집단(19~24세)과 노인 집단(60~80세) 대상으로 머릿속으로 3분의 시간을 헤아려보게 하는 실험을 했다. 청년 집단은 평균적으로 실제 시간으로 3분 3초가 지나는 동안 3분을 헤아린 반면 노인 집단은 3 분하고도 40초가 지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집단은 젊은 집단보다 경험한 시간의 길이를 훨씬 짧게 추정했다.


3분 40초가 지났지만 2분도 채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나머지 1분 40초는 어디로 갔냐고 말한다는 것이다.


​자 그럼 여기서 1년이 생애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한 번 보자.


​5세 아이에게 1년은 1/5 ×100 = 20%

고등학교 2학년인 울 아들에게 1년은

1/18 × 100 = 5.5 %

나에게 1년은

1/50 × 100= 2%



그러니까, 5세 아이에게 다음번 생일까지 생애의 20%만큼 기다려야 한다면,  50세인 나는 다음번 생일까지 생애의 2%만 기다리면 된다. 다섯 살 꼬마는 살아온 생의 5분의 1을 더 기다려야 생일을 맞이하지만 나는 50분의 1을 기다리면 또 생일이다. 이러니 생일을 빨리빨리 맞이한다는 느낌을 받고 감흥도 없다.



 

어린아이는 낯선 경험으로 가득 차 있다. 고로 주변 세계의 모형을 끊임없이 다시 수정한다. 그에 반해 우리 어른들은 일상의 큰 변화가 없다. 일상의 틀이 익숙해질수록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간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일상의 친숙성은 커지고 삶은 단조로워진다. 삶이 단조로워지는 만큼 시간은 더 더 빨리 흘러간다.



연둣빛 나뭇잎의 찰랑거림을 황홀하게 올려다보기를 한 지 엊그제 같은데 가로수들은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변해간다. 곧 다가올 유월의 싱그러움, 작열하는 태양아래의 여름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계절이긴 하지만 문득 두려움이 앞선다. 이 여름만 지나면 곧 1년이 쏜살같이 지나가겠구나. 바람처럼 휙 지나가려는 이 시간을 부둥켜안고 붙잡고 싶어 진다.


어느 누가 괜히 나이를 만들고 시간을 재는 바람에 이런 것들을 헤아리게 만들고 있나 하는 고약한 생각도 든다.



시간이 마냥 느리게 흘러가는 공간은 낯선 여행지 일 것이다. 이방인이 되어 골목골목을 누비는 것조차 모험 같은 일상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때로는 평범한 거리으 커피숍에 앉아 nobody가 되어 마치 오랜 시간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즐기는 여유도 부릴 수 있다. 2박 3일의 시간조차 일주일이 된 것만 같은 마술을 부리는 경험이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마치 아름다운 꿈을 꾼 것만 같다.


일상을 여행하는 것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매일 가는 장소도 오늘은 차를 두고 버스를 타고 가 본다. 창문 밖 펼쳐지는 풍경을 눈에 담다 보면 저곳에 이런 장소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몽글몽글 솟아나기도 한다. 동네 도서관에 가는 길도 평소에 가지 않았던 길을 만들어 걸어가 본다. 동선을 정하고, 걸어가는 길에 마주한 진한 아메리카노 향기에 음료하나 구입하고, 햇살을 따라 걷고, 일상이 곧 여행인 것 같은 기분을 내보는 방법이다. somebody였던 내가 nobody가 되는 순간이다.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시간을 갉아먹는 일상의 단조로운 틀을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경험으로 삶을 채워야 한다. 오늘은 마라톤을 즐기는 지인이 새로이 안내해 준 걷기 길을 걸어볼까 한다. 물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이다. 아파트가 있고 작은 연못이 있고 공원이 있지만, 낯선 길이다. 그 길 위에서 잠시 여행 기분을 내어보리라.  내가 봄날의 시간을 느리게 즐기는 방법이다. 거창한 경험이 아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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