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극복한 희망의 골
2016년 11월 29일 충격적인 비보가 날아들었는데요. 브라질 샤페코엔시 선수단을 태운 비행기가 이동 중에 추락해 모두가 슬픔에 잠겼습니다.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해 더욱 안타까운 사고였죠. 나중에 밝혀진 원인은 연료 부족과 조종사 과실이었습니다. 최소로 필요한 연료도 채우지 못해 결국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거든요.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탑승했던 77명 중 생존자는 고작 6명에 불과했죠. 승무원과 스튜어디스, 함께 탔던 기자와 선수들이었는데요. 지옥과도 같은 참사 속에서 앨런 루셀과 네투, 잭슨 폴맨 세 명의 선수가 생존하며 큰 감동과 위안을 주었습니다. 당시 상태는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급했으나 다행히 사고 이후 치료에 성공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고요. 다만 골키퍼로 활약했던 잭슨 폴맨은 다리가 절단되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지금은 패럴림픽에서 다시 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죠.
당시 샤페코엔시는 콜롬비아의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을 상대로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이동 중이었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한 22명의 선수 중 19명이 사망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선수들 역시 그라운드에 복귀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죠. 이미 은퇴한 선수도 있었고요. 동승했던 감독과 코치 역시 끝내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으며 승승장구하던 클럽은 순식간에 절망적인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그래도 축구계에는 여전히 온기가 남아있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샤페코엔시를 향한 응원과 애도의 물결이 쏟아졌죠. 결승전 상대였던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은 샤페코엔시에게 우승컵을 양보하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브라질은 물론 아르헨티나까지 무상으로 선수를 보내주겠다는 클럽도 줄을 섰고, 다시 회복할 때까지 3년 동안은 강등되지 않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었고요.
이미 은퇴를 선언했던 왕년의 슈퍼스타들도 샤페코엔시를 위해 뛰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리켈메를 비롯해 구드욘센, 호나우지뉴까지 6개월 동안 활약하겠다고 밝혔거든요. 아쉽게도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았으나 국적을 막론하고 그들이 보여준 품격은 훌륭했습니다. 쏟아지는 도움에도 샤페코엔시는 스스로 일어서기를 원했는데요. 넘치는 배려와 지원은 감사했지만, 정중히 거절하며 홀로 일어설 준비를 했죠.
네이마르와 호비뉴는 특별한 추모 경기를 개최했으며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샤페코엔시를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에 동참했습니다. 브라질 출신의 윌리안은 당시 첼시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료 다비드 루이스와 함께 득점 후에 추모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죠. 파리에서 뛰던 카바니 역시 자신의 100번째 득점 후에 강해지자는 의미가 담긴 티셔츠로 응원했고요. K리그 유수의 클럽들 역시 SNS와 검은 완장 등으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행히 팀은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는데요. 많은 격려와 응원 속에서 샤페코엔시 역시 빠르게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사고 발생 3개월 만에 20명의 선수단을 구성해 다시 리그에 참가하며 재기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2017년 5월에는 산타카타리나주에서 펼쳐진 리그의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고요. 기세는 이어져 1부 리그 잔류에도 성공했습니다. 사고로 주축 선수들을 잃어 대부분의 선수가 새롭게 합류하거나 유소년 출신 선수들이 승격한 팀이었지만, 기적과도 같은 일을 연출해냈죠.
무엇보다 반가웠던 장면은 당시 사고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앨런 루셀의 복귀가 아닐까 싶습니다. 척추를 다치며 다시 축구화를 신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치료와 재활 끝에 그라운드로 돌아왔죠. 무대는 바르셀로나가 샤페코엔시를 초청했던 친선경기였는데요. 비록 소속팀은 완패했으나 누구보다 많은 박수를 받은 선수는 다름 아닌 앨런 루셀이었습니다. 무려 9개월 만에 돌아와 당당히 주장 완장까지 차며 선발로 출장했고요. 36분 동안 활약하다 교체된 그는 경기 후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친구들을 위해 뛰겠다는 글까지 남겼습니다.
또 다른 생존자였던 네투와 폴맨 역시 참석해 자리를 빛냈는데요. 루셀과 함께 선수로서 운동장을 누볐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아쉽게도 시축자로 등장했죠. 특히 골키퍼였던 폴맨은 의족을 착용한 상태로 경기장에 등장해 뜨거운 환호와 함성을 자아냈습니다. 서로 감싸 안으며 흐느끼던 그들의 모습이 지금껏 뇌리에 선명하네요.
결과적으로 유일하게 현역 생활을 유지 중인 루셀은 2019년 뜻깊은 장면을 추가했습니다. 잠시 샤페코엔시에서 고이아스로 임대를 떠났는데 기다렸던 득점이 터졌거든요. 왼쪽 측면에서 주로 활약하는 그는 득점과 인연이 없었지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죠. 비극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슬슬 희미해지는 시기에 터진 골이었습니다. 루셀은 카메라를 향해 오늘의 득점을 추락사고 희생자와 팀원들에게 바치겠다며 다시금 감동을 선사했고요.
샤페코엔시 역시 사고 이전의 일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2017년을 8위로 마무리하며 오히려 더욱 발전한 모습까지 보여주나 싶었죠. 그러나 아쉽게도 기적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3주기를 하루 앞둔 시점에 2부 리그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거든요. 비관적인 상황이었지만, 샤페코엔시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억도 있었고요. 불과 1년 만에 승격에 성공하며 건재함을 알렸습니다.
참혹한 사고 속 비운의 팀으로 남을 수 있었지만, 샤페코엔시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며 정상궤도에 올라섰습니다. 참으로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며 많은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앨런 루셀도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놀라운 선전을 격하게 반기며 앞으로 행보 역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