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심각한 표정의 아내가 팔짱을 끼고서 탁자 주위를 서성인다. 남편은 죄인처럼 시무룩하게 앉아있다. 손님이 눈치를 보면서 중얼거리듯이 노래한다.
손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 What's the Buzz)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왜 알고 싶어 하나요?
미래에 대해 신경 쓰지 말아요.
앞으로의 일은 생각하지 말고
내일의 일은 내일 구하세요.
대신 오늘에 대해 생각하세요.
[남편 :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일인지 말해주세요.]
당신들에게 진실과 증거를 주겠어요.
앞으로의 계획과 예언들을 주겠어요.
내가 어디로 갈지 알려 주겠어요.
[남편 : 예루살렘에는 언제 들어가나요?
예루살렘에는 언제 들어가나요?
예루살렘에는 언제 들어가나요?
예루살렘에는 언제 들어가나요?]
왜 알고 싶어 하시죠?
왜 싸움에 목숨을 거나요?
시간과 운명을 피할 수 있나요?
우리가 가는 길을 안다고 할지라도
나만큼 이해하지는 못할 겁니다.
[남편 :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일인지 말해주세요]
당신의 머리를 식혀드릴게요.
당신의 머리를 식혀드릴게요.
당신의 머리를 식혀드릴게요.
당신의 머리를 식혀드릴게요.
당신의 머리를 식혀드릴게요.
[아내 : 마리아 정말 좋네요.
여러분이 저녁식사 동안 잡담하는 동안
어디에, 언제, 누구와, 어떻게에 대해서 떠들어댈 때
그만이 홀로 내게 주려고 하네요.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을요.]
[남편 :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무슨 소란이죠?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아내 대체 언제부터야?
남편 저 그게…….
아내 속일 생각 하지 마. 언제 부터야?
남편 한 세 달 됐어.
아내 세 달이나? 세상에, 어떻게 그 동안 나한테 말 한마디 안하고 그럴 수가 있어?
남편 계속 말하려고 했어. 진짜야. 몇 번이나 하려고 했는데, 당신이 너무 충격 받을 것 같아서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어.
아내 아, 말하지 않은 게 나를 위해서였다고? 나를 보호해 주려고? 고-마워라. 자기, 정말 남자답네.
남편 실은 오늘 저녁에 말하려고 했어. 집에 들어오면서 단단히 마음을 먹었었다고. 그런데 이렇게 손님이 계시는 바람에 할 수가 없었던 거야.
아내 그래, 오늘. 하필 오늘. 이 특별한 날에. 내일까지만 좀 참지 그랬어. 세 달이나 숨겼으면서 왜 하필 오늘이야.
남편 닭다리를 내 눈앞에 들이미는 당신을 더 이상 기만할 수가 없었어.
아내 대단한 양심이시네. 본래 가장 이기적인 인간이 바로 가장 양심적인 인간이지. 정말 나를 위한다면 그냥 모른 척 눈 딱 감고 닭다리 한 개쯤 뜯어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손님 앞에서 내 면전에다 대놓고 폭탄을 터트리다니. 이런 창피가 있나. 이 무례는 또 어떻고. 도대체 손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손님 저기, 저는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편하게 대화들 나누세요.
남편 자기야, 나도 괴로웠어.
아내 하, 퍽이나 그러셨겠지. 내가 자기를 위해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고, 식탁을 차리는 동안에 말이야. 내가 해준 돼지고기 김치찌개, 고등어구이, 불고기, 떡갈비, 동태 매운탕, 찜닭, 양갈비 스테이크, 오징어무침, 미트볼 스파게티, 순대 볶음, 닭꼬치, 베이컨 샌드위치, 오리 로스 구이, 새우튀김을 식욕이 없다면서 슬그머니 밀쳐내면서 말이지.
남편 어차피 자기가 다 먹긴 했잖아.
아내 그래서 나만 5키로가 쪘지. (자기 몸을 더듬으며) 고기를 먹고 고기를 찌운 거야.
남편 (반가워하며) 그래, 내 말이 바로 그거야. 그게 바로 내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라고. (아내의 몸을 가리키며) 고기를 먹고 고기를 찌우는, 이런 기만과 낭비 때문에 말이야.
아내 (화가 나서 말을 잇지 못한다)
손님 (혀를 차며) 참 어지간히 눈치도 없으시네요.
남편 저기, 그래, 당신 말이 맞아. 당신을 속인 건 정말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하지만 부탁인데 내 결정을 조금만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아내 이해라고? 채식주의자가 된 당신을 이해해 달라고? 아니면 당신이 된 채식주의자를 이해해달라고?
손님 아하, 주어와 목적어가 자리를 바꾸기 시작하네요.
남편 시작이 좋지 않아요. 빠져나갈 수가 없겠어요.
아내 자기, 나 고기 좋아하는 거 알지?
남편 그럼, 알지. 잘 알지.
아내 고기반찬 없으면 밥 못 먹는 거 알잖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육회라는 것도 알고?
남편 알지.
아내 나는 스테이크도 레어로 먹는 사람이야. 아침부터 삼겹살을 굽고, 선지국이라면 환장하고, 산낙지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사람이란 말이야. 평생 고기만 먹고 살라고 해도 문제없이 살아낼 걸.
남편 그래,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육식주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아내 세상에, 그런데 내 남편이 채식주의자라니. 채식주의자라니.
손님 이제 보니 당신들은 정말 지킬과 하이드군요. 그런데 음, 어느 쪽이 지킬이고 어느 쪽이 하이드죠?
아내 (남편을 바라보며) 글쎄요, 과연 어느 쪽이 ‘하-이드’일까요?
남편 자기야, 내 말 좀 들어봐. 정말 중요한 건, 내가 뭘 먹던지 간에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거야. (과장하며) 사랑은 위장이 아니라 여기 심장에 있으니까.
손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핏.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