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나, 진짜야?”
오마담은 입을 쩍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하더니 곧 가쁜 숨을 헐떡이며 비명을 질렀다.
“어머머, 아이구, 세상에. 세상에, 말도 안 돼, 믿을 수가 없네, 아니, 어떡하니,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젊은 사람이 좀 참지, 어떻게 자기 목숨을 그렇게 맥없이……. 아유, 어쩌면 좋아.”
놀라서 얼굴이 샐쭉해진 오마담을 현태는 아무 대꾸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술집으로 달려와 오마담을 붙잡고 모든 걸 털어놓고 나니 속이 좀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수철의 자살이 동네 뒷골목 가십거리가 되버린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세상에. 그 부모는 얼마나 기가 막힐 거야. 졸지에 아들 죽어, 그 빚까지 평생 갚으면서 살게 생겼네. 그러니까 악착같이 살 생각을 해야지 죽기는 왜 죽어. 일확천금 손에 쥐고 으스대면서 떵떵거리고 살려다가 졸지에 빚이나 갚으며 궁색하게 살려니까 씨발 그냥 죽는 게 낫겠다 싶었나보지? 그래도 사람이 살아야지, 살긴 살아야지, 살아봐야지, 어떻게 그렇게 죽니. 어이구, 모지리, 쪼다, 병신같이.”
마담은 나오는 데로 함부로 떠들어 댔지만 달아오른 양 볼에 두 손바닥을 대고 어쩔 줄을 몰랐다.
“현태씨도 많이 놀랐겠네. 둘이 그렇게 친했는데.”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어요. 그냥 가게가 옆이다 보니 같이 어울린 거지.”
“그래? 하여간 수철씨 불쌍해서 어떡하나. 그래도 서글서글하고 사람은 좋았는데. 허세가 좀 심해서 그렇지, 누님, 누님 하면서 귀여운 구석도 있었고. 아유, 세상에, 한참 젊은 나이에, 혼자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 인생도 참 안 됐다.”
그러더니 마담은 끝내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현태는 마담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현미경이라도 들여다보듯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것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성취였다. 그 자신조차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것이다. 도대체 눈물은 까마득히 먼 어디에서 언제 시작해서 지금 여기 눈까지 도달하는 것일까? 촉촉해지는 그녀의 눈매를 보고 있자니 수철이 죽었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실감이 났다.
그 뒤, 현태는 만나는 사람에게 마다 수철의 자살에 대해 떠들어댔다. 그 얘기를 하러 주말도 아닌데 일부러 어머니 집을 찾아갔는가 하면,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온 현지에게도, 토스트집 주인에게도, 배달하러 온 상현에게도, 꽃을 사러 온 손님들에게도 수철의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면 모두들 놀라고 안타까워하면서, 젊은 사람이 딱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느냐, 분명 좋은 곳으로 갔을 거다, 따위의 말들을 해주었다. 심지어 늘 쌀쌀맞은데다가 수철을 만난 적조차 없는 상현마저 “거 참, 안됐네요. 사람 사는 게 참 허망해요. 그렇죠?” 하고 정색을 했을 정도였다. 수철에게 향하는 관심과 동정을 단 한톨도 남김없이 가로채면서 현태는 꽉 막혀 있던 속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할 수만 있으면 텔레비전 뉴스에라도 나가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수철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면 그도 마침내 홀가분해 질 것만 같았다.
비어있던 수철의 가게에는 얼마 안 있어 여성 구두 매장이 새로 들어왔다. 사장은 나이가 지긋한 중년 여자로, 개업하는 날 모조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화려한 샌들을 신고 개업 떡을 돌리러 그의 가게에 들렀다. 머리숱이 많고 웃음이 화사한 여자로 가게 정리가 끝나면 같이 차 한잔 하자며 곧 그를 초대하겠다고 했지만 그 뒤 두 사람 사이에 왕래는 없었고 가끔 가게 앞에서 마주칠 때에만 서로 공손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하루하루 흘러가면서 현태는 수철이 없다는 사실에 점차 적응되어갔다. 수철을 떠올리는 시간도 줄었고, 더 이상 옆 가게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장밋빛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늘어진 구둣가게의 화려한 쇼윈도 앞을 지날 때마다 새삼 또 한 번 섬뜩하게 놀라게 되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구둣가게 문이 닫혀 있을 때면 그는 슬그머니 가게 안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가게 안은 어둠에 잠겨 잘 보이지 않았고 전면의 쇼윈도 위에만 은은한 할로겐 조명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는 쇼윈도에 턱을 바짝 붙이고 - 예전에는 핸드폰들이 진열되어 있던 자리에 - 줄지어 늘어서 있는 여성 구두들을 구경했다. 나비 모양의 큐빅으로 장식된 분홍색 비치 샌들과, 은색 금속 장식이 둘러져있는 검은색 웨지힐 구두, 그리스 신발처럼 발목을 끈으로 조이는 보라색 가죽 구두, 놀라울 정도로 힐이 높고 온통 모조보석이 박혀 있는 애나멜 킬힐 구두 등, 그것들은 하나 같이 호화롭고 늘씬하고 아름다웠으며 심지어 어떤 것은 완벽해 보이기까지 했다. 현태는 입술을 핥으며 한참이나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자리를 뜨곤 했다.
이제 장마에 이어 한 차례 태풍도 지나가고 본격적인 8월 중순의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현태는 가게에 출근하자마자 에어컨을 틀어놓고 소파 위에 늘어졌다. 이 더위에 아침부터 손님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는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한 시간쯤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어제 새벽에도 고양이를 쫒아 두 번이나 층계를 오르내리느라 녹초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잠을 청하려니 잠이 달아나버려서 그는 소파에 머리를 기댄 채 눈만 끔뻑이며 앉아있었다. 구둣가게 사장도 출근했는지 벽을 타고 뭉개진 음악 소리가 가게 안까지 들려왔다. 발라드풍의 팝송인 것 같았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고는 ‘a sky full of light’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a sky full of night’ 이나 ‘a sky full of lie' 인지도 모른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아주 오래 전 어디선가 들었던 음악이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맴돌았다. 몽롱하게 막 잠이 들려는 찰나 가게 문이 벌컥 열리는 바람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안녕하세요.”
선영은 늘 그렇듯 활짝 웃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빨간 체크무늬 남방에 하얀색 반바지가 산뜻해 보였다.
“아, 이 안은 시원해서 좋네요. 밖은 얼마나 덥고 끈적끈적한지 몰라요. 이런 날씨 진짜 질색인데.”
“이런 날은 웬만하면 밖에 안 나가는 게 상책이에요. 오늘은 일찍 나오셨네요. 좀 앉으세요.”
현태는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 병을 하나 꺼내 선영에게 주었다.
“고맙습니다.”
선영은 스스럼없이 주스를 받아들고 소파에 앉았다. 매주 한 번씩, 혹은 두 번 씩 만나는 두 사람은 이제 제법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요새 장사는 어떠세요?”
“여름에 꽃 장사가 그렇죠, 뭐. 완전 파리만 날리고 있어요.”
“저런, 어떡해요.”
“여름에는 원래 그래요. 그냥 문만 열어 놓고 에어컨 쐬면서 쉰다는 생각으로 나와 있는 거예요. 더운데 괜히 안달해봤자 골치만 아파요.”
“그래서 요즘 사장님 안색이 별로 안 좋으셨나 봐요.”
“네?”
“아니, 더위를 타시는 지 좀 그러신 것 같아서요.”
현태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었다.
“저기, 그런데 이 옆에는 구둣가게가 새로 들어왔나봐요?”
“네, 얼마 전에 오픈 했어요.”
“그렇구나. 예쁜 구두가 많더라구요. 한 번 가보려구요.”
“원래는 핸드폰 가게였어요.”
“아, 맞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망했나 봐요?”
“아뇨. 가게 사장이 죽었대요.”
“네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아니, 왜요?”
“자살이래요.”
현태는 말끝을 삼키며 선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늘 그렇듯 놀라움과 충격, 그리고 뒤이어 아낌없이 쏟아지는 관심과 동정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선영은 “그래요?” 라고 한마디 하더니 아직 오렌지 주스가 반이나 남아있는 병을 그대로 탁자위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이만 가 볼게요.”
“네?”
“제가 시간이 없어서. 저기, 꽃 포장해 놓은 거 주시겠어요?”
“아, 예에.”
예상 밖의 선영의 행동에 현태는 당황했다. 보통은 ‘자살’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눈을 부릅뜨고 귀를 기울이면서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질문해 대기 일쑤인데, 선영은 무덤덤하다 못해 싸늘한 반응이었다. 현태는 그녀를 붙잡고 수철이 자살했다고 한 번 더 분명하게 말해 주고 싶었다. 수철이 왜 자살했는지, 어떻게 자살했는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걸 사소한 부분까지 빠짐없이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선영은 꼿꼿이 선채 눈동자를 굴리며 현태를 재촉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어젯밤에 미리 포장해 놓았던 꽃을 냉장고에서 꺼내 선영에게 넘겨주었다. 선영은 별다른 표정 없이 돈을 치렀다.
“그리고 휴가철이라 다음 주하고 다다음 주는 꽃꽂이 수업을 쉬기로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에 제 꽃은 주문하지 말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은 휴가 안가세요?”
“아, 네, 휴가, 가야죠. 그런데 아직 날짜를 못 잡았어요.”
“혹시 휴가 날짜가 잡히면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그 주에는 다른 곳에서 꽃을 구해 볼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뵐게요.”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서 있는 현태를 놔두고 선영은 재빨리 가게를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현태는 소파에 주저앉았다. 선영이 놓고 간 노란 주스 병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고 옆 가게에서는 아직도 외국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어쩐지 가슴이 답답하고 진정이 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해 보면 선영의 반응에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선영은 모르는 사람의 자살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뿐이었고, 그녀 말대로 시간이 없어서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문을 알 수 없는 수치심으로 현태의 얼굴은 축축하게 달아올랐다. 어쩌면 선영은 단번에 눈치 챈 게 아닐까? 현태가 수철의 자살에 대해 뜬소문처럼 떠들고 다님으로서 수철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는 걸.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현태가 수철에 대해 떠벌리고 다님으로서 벗어나려고 했던 건 수철의 망령으로부터가 아니라 오히려 수철의 부재로부터였다. 더 이상 '수철의'라는 수식어조차 붙일 수 없는 완전하고 영구한 부재. 만약 현태가 수철의 망령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면, 혹은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예감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현태는 차라리 안심했을 것이다. 설사 그 망령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지라도 기꺼이 그것을 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철의 모든 흔적들이 놀랍도록 빠르게 사라지고, 사람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수철이 처음부터 아예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한 번도 태어난 적도 살았던 적도 없었던 것처럼 감쪽같고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이어지는 것을 현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마저 수철을 까맣게 잊게 되리라는 건 뻔하디 뻔한 일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