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공사가 모두 끝나면 준공과 입주를 준비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입주청소와 실외 토지 되먹임과 준공서류 제출 등이다. 3월 입주를 앞두고 하나씩 건축사와 현장소장과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아직 실내 작업이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상태다. 부엌가구와 전자제품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마루가 깔려야 하는데 마루를 깔기 위해서는 보일러를 돌려야 하고 보일러를 돌리려면 지열 보일러이기 때문에 지하 천공을 해야 한다. 천공을 하려면 크고 높은 기계가 들어와야 하므로 건물 벽에 설치한 비계(아시바)를 철거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지붕 작업이 끝나지 않음으로 철거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집짓기 글을 이렇게 오랫동안 쓸 줄은 나도 처음부터 예상하지 못했다. 하이퍼그라피아인지 그야말로 관종이어서일까? 특별한 고급주택은 아니지만, 집 짓는 일이 나에게는 '특별한' 일이었고, 또 내가 '쓰는 사람'이었기에 쓰다 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긴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마을을 만들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집도 처음 생각했던 것 하고는 달리 여러 변화과정을 겪었다. 마을 만들기의 꿈도 다소 변색되었다. 계속되는 비용조달에 주민들이 많이 지치기도 했고, 일 하는 과정의 작은 절차에서 오해가 있었으며, 작은 일을 감정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큰 사건이 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서로 갈리기도 했다. 지금으로서는 다만 파커 파머의 말처럼 부서져 흩어지지' 않고
'부서져 열리기'를 바랄 뿐이다. 뒤늦게 시작한 마을센터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상량식을 마쳤다.
집은, 마을은 짓고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이 살기 위한 것이므로, 삶의 창 앞에서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민다.
<여생은 없다>
평생 수고하셨으니 이제 여생을 즐기시지요
듣기 좋게 번지레한 말을 다시 생각해 보니
하던 대로 하루하루 사는 것이 인생이요
원래 누구나 처음부터 여생餘生이 인생이지
여생이라고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을 물러났다고 남는 인생이 아니라
시간을 한 시간 하루 이틀로 나누지 않고
할 일을 이 일 저 일로 칸을 막지 않으며
하늘처럼 둥근 시간에 기대어 살뿐이다
서둘러 끝내야 할 일도 시간도 한정이 없으니
아침저녁 하루 해면 족하지 않은가
젊어 늘 정처 없는 안갯속을 떠다녔지만
안개강을 넘어와 이제 보이지 않는 건 없다
시간의 부유에도 짐짓 게으르지 않고
생활의 가난에도 차마 비굴하지 말며
오직 마알간 한가함 한 모금 끌어들여
하류의 강물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이며
물소리 따라가다 소리가 그치면 멈출 뿐
강물이든지 저 하늘 빈 마음 구름이든지
흘러 흘러가는 것들에게 종점終點은 없다
(오랫동안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