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백한 책생활 Feb 08. 2023

2월에는 연애소설

소설 <급류> 리뷰

‘사랑’만큼 흔하고 특별한 소재가 또 있을까. “단 한 사람이 없어서 사람의 삶은 외로운 것”이라는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어디에나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 사랑 하나를 어쩌지 못해 울고 웃는다.


광의든 협의든 연애와 결혼을 거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까지도 사랑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서사에 필요한 촘촘한 개연성, 이성과 원칙마저 일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논리는 사랑뿐이라는 것. 순간일지라도 사랑에 빠진 자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성경에서도 말하지 않던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전서 13:7)” 하. 적고 보니 굉장하다. 사랑의 힘이란.


민음사 젊은 작가 시리즈 중 하나인 <급류>는 해솔과 도담을 중심으로 한 연애소설이다. 19세 청춘 남녀의 풋풋함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해솔의 어머니 미영과 도담의 아버지 창석의 동반 익사 사건과 함께 비극으로 치닫는다. 소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칭 사랑 예찬론자로서 사랑이라는 소재만으로도 읽는 내내 즐거웠지만 깊게 ‘빠져들기’는 어려웠는데, 소설 속 인물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청춘 로맨스라고 하기엔 무겁고 30대 여성 독자가 읽기에는 가벼운 애매한 서사의 무게 탓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물 흐르는 듯 읽히는 가독성 덕분에 사흘 만에 완독 했는데 상처받은 인물들의 냉소와 외로움, 저자의 사랑에 관한 통찰이 공감돼서다. 과연 도담과 해솔은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결말이 궁금하기도 했고. 소설가 정대건은 2020년 한경신춘문예에 『GV 빌런 고태경』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인 셈. 편견일 수 있지만 남자 작가가 이렇게 여심을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다니 사랑에 몸 달던 시절을 추억하며 호들갑스럽게 인덱스도 붙였다. (외람되나 최근엔 남아미술연구소 최민준 소장이 유튜브 아들 TV에서 엄마 마음을 묘사할 때 비슷한 기분이 든다.. 다른 의미로 몸 다는 내 심정을 어쩜 저렇게 잘 알지..)


제목 <급류> 그대로 소설은 진평강을 끼고 있는 ‘진평’이라는 극 중 배경, 도담과 해솔의 예상치 못한 운명, 급류처럼 휘몰아치는 사랑의 이미지를 순간 순간 적절히 재현한다. “자욱해진 물안개 너머로 가파른 산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고 댐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곧이어 물안개가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하는 식. 불미스러운 익사 사건이 있은 후 문제의 마을 ‘진평’을 떠난 도담과 해솔은 몇 년 후 성인이 되어 재회한다.


시간에 가려 희미해질 뿐 누구도 과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때로 빚진 관계처럼 끈질기고 찢기고 패이고 헤집어져 예쁘지 않게 된 모양. 나이가 들면서 연애소설에 덜 공감하는 것은 그런 모양 또한 사랑임을 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도담과 해솔의 어그러진 첫사랑은 기어이 회복된다. 불행의 물살에 몇 번이고 서로를 놓쳤던 이들이 결국 서로의 구원이 된다는 결말은 ‘그래도 제일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내심 안도하기도 했다.


*민음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적은 리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튼, 명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