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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 나무를 또, 심었다.

(자연이 주는 즐거움, 스웨덴에서 만난 아침)

by 바람마냥

살아가면서 식물에 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는데, 언제부턴가 식물에 관해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봄부터 만나게 되는 아름답고도 앙증스러운 새싹에서부터, 밝은 햇살에 빛나는 푸르른 나뭇잎 앞에서 문득 발걸음이 멈추게 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시골에서 태어나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가슴 깊은 곳에 자연에 대한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오가는 길가에 노랗게 피어오른 민들레가 정겹고, 길가에 새싹이 아름다워 발 길을 멈추기도 했다. 이른 봄, 뽀얀 솜털을 이고 나오는 찔레순이 아름답고, 가는 바람에 흔들림이 가여워 보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 볼 수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오래전에 준비한 논 한구석에 흙을 채워 넣고 채소를 기르거나 나무를 심어 아름다움을 느껴볼까도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라 망설이기만을 몇 년,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는 것이 신기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워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몇 년을 허비했다.

올해는 달려주었으면 하는 모과나무

자유롭게 자연과 어우러지는 생활을 하고자 전원주택을 준비하려 했지만, 전원주택을 준비하는 것도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난 전원주택은 그런대로 입지조건에 만족할 수 있었다. 우선은 도시에서 10여 km 떨어진 곳에 잔디밭 있고, 집 앞으로는 끊이지 않고 흐르는 자그마한 도랑이 존재하며, 뒤편으로는 자그마한 산이 솟아 있는 조용한 동네였다. 주택들이 밀집되어 있지 않아 개인행동이 자유스러운 것도 다행이고, 이층 주택에 잔디밭이 마련되어 있어 아내의 마음에도 꼭 드는 눈치였다.


올봄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동네를 구경하고 집에 관해 많은 것을 묻는다. 전원주택에서 살아보는 것을 많은 사람이 원하지만, 감히 도전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아 망설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택을 구입하여 부족했던 대문도 손수 설계하여 설치하고, 부족한 것들을 열심히 보충하여 그런대로 멋진 집을 만들었다. 봄부터 피기 시작하는 영산홍과 꽃잔디를 시작으로 가을까지 푸름이 가득한 집이 되었다.


창문이 많은 이층 주택 문을 열면 모두가 푸름으로 가득한 액자가 되고, 비가 오면 앞산은 푸름에 빗물이 더해 그보다 좋은 풍경은 있을 수 없다. 짙은 녹음이 가득하면 집 앞 뜨락에 앉아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맛은 도시에선 맛볼 수 없는 아름다운 맛이다. 가끔 찾아오는 친지들과 어울려 삼겹살을 구워 먹고, 소주 한 잔을 나누는 멋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상생활의 맛이다.


지난해에는 일주일에 반은 전원주택에서, 반은 도시에서 사는 생활을 하면서 전원주택을 열심히 가꾸어 제법 그럴듯한 시골집이 되었다. 뜰 앞과 옆으로는 푸르른 잔디가 더욱 풍성해졌고, 뜰 앞에는 항상 흐르는 작은 도랑물이 있어 언제나 살아있는 것들과 함께하게 되어 나도 살아 있는 것 같아 좋다. 새싹이 다시 보이고 나뭇잎이 다시 보이는 것은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리라.

올해에 꽃을 볼까해서 심은 목백일홍

드디어 여러 가지 사정이 해결되어 많은 준비 끝에 전원주택을 주 무대로 생활하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반반이지만, 지금은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어도 어떻게 변할지 아직도 걱정이 된다. 우선은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하여 생각에 방해받는 것이 없다는 것이 좋고, 조용한 밤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밝은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새들이 찾고,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한 닭이 잠을 깨우는 새벽은 새롭기만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나 정원에 나가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며, 주변을 돌보는 과정으로 한, 두 시간을 보낸다. 이 일이 끝나고 나면 아내가 준비한 아침을 해결하고 하루를 설계하여 생활을 한다.

아내는 수시로 나와 화단을 돌보려 움직이고, 자그마한 텃밭에 심은 채소가 자라나는 모습에 항상 감탄을 한다. 도시생활에 익숙해 있는 사람이라 새싹이 돋아나는 것이 신기하고, 열매를 맺는 것은 더욱 신비스러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산다. 텃밭에서 나온 청양고추를 소중히 아끼며 음식을 하고, 바로 뜯어 낸 상추로 밥을 싸 먹는 즐거움은 언제나 자랑거리이다. 물이 흐르는 도랑가에 심은 콩이 자라나 열매를 맺을 무렵엔 아침, 저녁으로 찾아 바라보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껴 먹고 남은 상추를 친구들에서 나누어 주는 즐거움도 한껏 누리고, 가끔 찾는 친구들에겐 삼겹살과 소주로 대접하는 수고로움도 늘 즐거워한다. 다가오는 봄에는 무엇을 심을까를 수없이 고민하는 즐거움도 있어 좋아한다. 화단과 울타리에는 많은 나무와 꽃을 심어 자라나는 모습에 감탄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뒤 울을 지키는 더덕 덩쿨

그러다 보니 우리는 나무와 꽃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되고, 욕심을 부리며 많은 꽃과 나무를 심게 된다. 오늘도 많은 나무와 꽃을 심으면서 이렇게 나무와 꽃을 많이 심어도 되는가를 고민한다. 지금 심어 놓은 것도 그렇게 많은데, 이렇게 많은 꽃을 심어도 나무와 꽃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수많은 나무를 심어도 넉넉하게 자라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뒤뜰에 심은 수많은 더덕과 두릅나무가 잘 자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또 아는 사람이 보내 준 회양목을 가득 심어야 했다. 그 위에는 오래전에 심었던 수많은 노란 매화나무가 새싹을 내밀었다. 아내는 오늘, 쑥을 많이 심었다고 좋아한다. 나는 덩달아 홑잎 나무를 그 옆에 또 심었다.


며칠에 걸쳐 심어진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일 아침이면 일어나 엊그제 심은 상추와 파에 물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심어 놓은 나무에도 물을 주면서 잘 자라길 바래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고 꽃과 나무를 그만 심어야겠다고 약속을 해야겠다. 하지만 그 약속이 지켜져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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