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꽃이 활짝 피었어요.

(이팝나무 꽃을 보며, 이팝나무 꽃)

by 바람마냥

하얀 이팝나무 꽃이 다복하게 피었다. 가로수에 우두커니 서 있던 이팝나무가 하얗게 눈이 온 듯 꽃이 피었다. 언젠가부터 가로수로 심어지는가 했는데, 이젠 보기 좋은 꽃나무로 몸집을 불렸고 편안한 길을 만들어 주고 있음이 고맙기만 하다. 고깃국에 하얀 쌀밥 먹기를 고대했던 어려운 시절, 이 밥이란 ‘이(李)씨의 밥’이란 뜻이었다. 조선시대 이 씨 임금이 내리는 흰쌀밥을 ‘이밥’이라 했다. 꽃이 핀 모양이 쌀밥을 수북이 담아 놓은 밥그릇을 연상케 한다 하여 '이밥 나무'에서 '이팝나무'가 되었다고도 하고, 입하 경에 핀다고 하여 '입하 나무'가 변해 '이팝나무'가 되었다고도 하는 나무이다. 살기 어려웠던 시절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다. 우리 곁에는 우리의 삶과 어우러진 꽃과 식물들의 이름이 많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지만 슬프기도 하다.


조팝나무도 있고, 박태기나무도 있다. 조팝나무 꽃이 피면 농사철이 시작된다. 어렸을 적, 조팝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면 못자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야트막한 논물을 가두고, 볍씨를 뿌려 못자리를 했었다. 지금은 대량으로 길러내지만 모든 것이 사람의 손이 필요했던 시절이다. 조팝나무, 가느다란 가지에 흰 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길가 덤불 속에 다복하게 모여 꽃이 핀 것이다. 긴 가지에 꽃이 붙어 있는 모양이 튀긴 좁쌀이 붙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조팝나무라 하는 꽃이다. 시골길에 하얗게 덤불을 이루며 행복함과 추억을 주는 꽃이다. 길가에 진보라 꽃을 피우고 물끄러미 서있는 나무를 만났다. 잎은 아직이지만 그런대로 어울린다.


봄철, 길가에 잎도 나지 않은 나무에 진보라 꽃이 붙어 있는 듯한 '박태기나무'도 있다. 박태기나무, 나뭇가지에 진보라 빛으로 생긴 꽃송이가 길게 붙어 있는 나무이다. 잎도 나오지 않은 가지에 자잘한 진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 마치 밥알, 즉 ‘밥 티기’와 닮았다고 하여 박태기나무라 하는 꽃이다. 허전하지만 아름다움을 주고, 잎이 나오면 다복한 모습으로 봄을 즐기는 나무이다. 그 외에도, 왜 그런지 모르지만 며느리와 연관된 꽃이나 식물 이름도 많다. 오래전부터 이야기되던 고부간의 갈등을 보여주듯이, 며느리주머니꽃, 며느리 밥풀꽃,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등 다양하기도 하다.


며느리주머니 꽃, 산지의 계곡에서 자생적으로 자라지만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금낭화라는 꽃이다. 길게 늘어진 가지에 빨강 꽃이 차례로 피어나고, 꽃 모양은 볼록한 주머니 모양을 닮았다. 진분홍에 하얀색이 멋진 어우러짐을 보여주는 꽃이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모습은 종이 흔들리는 듯이 올망졸망 붙어 있다. 꽃 모양이 차고 다니는 주머니를 닮았다 하여 '며느리주머니꽃'이라 부르는데, 왜 며느리라고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왜 하필 며느리주머니 꽃이라 했을까? 널따란 잎에 진분홍 꽃으로 단장한 며느리 밥풀꽃은 번식력도 뛰어나다. 이웃에 있던 꽃이 어느새 울타리를 넘어 이사를 왔다.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꽃이다.

IMG_E8136[1].JPG 영산홍과 어우러진, 금낭화

며느리 밥풀꽃은 슬픈 사연이 담겨 있는 꽃이다. 붉은 꽃이 가지 끝에 피는데, 꽃부리 끝이 두 갈래로 갈라져있고 꽃잎 가운데에 밥알처럼 생긴 흰색 무늬가 두 개 있다. 마치 밥풀을 연상케 한다. 밥이 다 되었는지 주걱에 붙은 밥알을 맛보던 며느리, 시어머니에게 들켰다. 어른이 먹기 전에 며느리가 먹었다는 시어머니의 호령이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혼이 났고, 며느리가 죽은 자리에서 꽃이 핀 것이 '며느리 밥풀꽃'이라 하니 슬픈 이야기의 꽃이다. 며느리 밥풀꽃도 꽃에 따라서 꽃며느리밥풀꽃, 새 며느리밥풀꽃, 애기 며느리밥풀꽃으로 이름이 붙어있다고 하니 슬픔을 지나 재미있는 꽃 이름이기도 하다.


시골집 뒤 언덕에 많은 풀이 자라고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가시가 있고 잎이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풀이 있다. 바로 며느리밑씻개라고 하는 풀이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를 미워한 시어머니가 부드러운 풀잎 대신 가시가 난 이 풀로 뒤를 닦도록 했다는 풀이다. 고부간의 갈등으로 참고 살았던 옛 여인들의 슬픈 이야기가 들어 있는 풀이다. '며느리'가 붙은 식물로는 며느리배꼽도 있다. 며느리밑씻개와 비슷하지만, 며느리밑씻개는 잎이 삼각형 모양이지만 며느리배꼽은 둥근 삼각형이다. 며느리배꼽은 ‘며느리밑씻개’와 달리 잎자루가 잎새 뒷면에 달려있는 것이 특징인데, 잎자루가 붙은 잎 뒷면의 움푹하게 패인 곳이 배꼽같이 보인다고 하여 며느리배꼽이라고 부른단다. 누가 며느리배꼽을 보고 붙였는지 궁금하기도 한 이름이다.


애기 똥풀도 있다. 초봄이면 시골집 뒤뜰을 가득히 메우고 노랗게 꽃을 피우는 꽃이다. 줄기를 자르면 노란 액체가 꼭 노란 애기똥과 비슷해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노랗게 연한 아름다움을 발하는 모습이 앙증맞기도 하다. 할미꽃도 있다. 오래전 뒷동산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꽃이다. 긴 털이 난 암술대가 있고, 많은 암술이 있어 마치 백발노인의 머리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할미꽃이라 불리는 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꽃이다. 할아버지 꽃이 아닌 할미꽃이다. 하얗고 긴털이 할미를 연상케 했나 보다. 식물이나 꽃 이름은 모양에 따라서 붙기도 하고, 냄새에 따라 붙이기도 하며 지역 이름에 따라 붙이기도 한다. 우리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꽃 이름이나 풀이름 들이다. 들여다보고 있자면 재미와 위트가 있고, 삶의 애환이 담긴 이름들이기도 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