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체 타시룬포사원의 만남, 티베트 빙하의 모습)
포탈라 궁전이 티베트 제1인자인 달라이 라마의 궁전이라면, 타시룬포는 티베트의 제2인자인 판첸라마의 궁전으로 한때 4,000명이 넘는 승려가 있었지만, 현재는 600명 정도의 승려가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볼거리로는 금과 수많은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는 11m 높이의 판첸라마 4세의 영탑과 약 27m의 높이에 달하는 티베트 최대 크기의 청동 미륵불상으로 이것을 관람하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판첸라마는 위대한 학자라는 뜻으로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 다음으로 권위를 지닌 종교지도자이다. 더운 날씨에 현지인들이 꽉 들어찬 사원은 발 디딜 틈이 없다. 현지인들이 보고자 하는 영탑이 보고 싶어 줄을 서려했지만 현지인들이 얼마나 몰려있는지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할 수 없이 포기하고 한가한 사원을 둘러보기로 하는 수밖에 없다.
티베트 사원 중에서 타시룬포사원은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에 벌어진 사원 파괴에서 남아있는 몇 개 안 되는 사 원 중에 하나로, 과거에는 트레풍 사원을 중요시했으나 사원 파괴를 겪으면서 타시룬포가 티베트의 최대 사원으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타시룬포에는 제1대 달라이 라마 유해와 역대 판첸라마의 영탑을 모시고 있으며, 불교철학을 가르치는 승가대학이 있다. 여기에서 수백 명의 승려들이 학업에 열중하고 있고, 멀리서 봐도 금빛으로 반짝이는 사원 지붕이 눈에 띈다. 사원 뒤편에는 40m 높이의 탕카 벽이 있어 라싸의 트레풍 사원에서 벌어지는 축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듯하다. 한참을 돌아 나타난 것은 정문인데, 타시푼포를 한 바퀴 돌아야 하는 거리는 대략 3km 정도로 하나의 도시를 연상하게 한다.
정문으로 나오자 관광지 특유의 재래시장이 펼쳐지고 갖가지 민속품과 과일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중국의 어느 관광지에 온 것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사이 사원 정문에서는 정성스러운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도 있고, 옆에서는 장난스레 장난을 치는 관광객들도 있어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식당으로 향하였다. 식당에서는 역시 현지식으로 제공되었는데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서인지 우리의 입맛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시원하고도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게 하는 음식들이었다. 식사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은 마음에 간신히 식사를 마치고 나온 식당 입구에는 과일상인들이 찾아와 관광객을 맞이한다. 언제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과일은 먹음직스럽다. 푸릇푸릇하면서 먹음직스러운 포도를 구입해 약간은 모자란듯한 저녁식사 대신으로 하고 근처에 있는 호텔로 향하였다.
호텔에 들어서면 언제나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는 것이 통례이지만 고산지대에서는 감기가 걸릴 염려가 많고, 감기가 걸리면 상태가 더욱 나빠지는지라 샤워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참고 잠이나 자야 했다. 또 한 가지는 샤워를 하면 혈액순환이 빨라 산소의 요구량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고산지대에 가면 언제나 샤워를 삼가라는 것이 그래서인가 보다. 호텔에는 생수조차 제공되지 않아 반바지 차람으로 밖에 나갔더니 반바지를 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감기에 조심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정신이 번쩍 들어 서둘러 물을 사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으나 어쩐지 찜찜한 생각이 든다. 3,900m의 시가체, 좀처럼 방심할 수 없는 높이라는 것을 의식하며 잠을 청했지만 너무나 머리가 아파 잠을 잘 수가 없고, 눈이 튀어나오는 듯 하나 방법이 없으니 참는 수밖에 없다.
잠을 청하려고 해도 도저히 잠이 오질 않고, 머리는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 약이라도 먹었으면 좋으련만 아내가 잠을 깰까 봐 그러지도 못하면서 새벽을 맞았다. 할 수 없이 일어나 약을 챙겨 먹고 잠을 청하는데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고 머리는 더 아프다. 가까스로 참으며 아침을 맞았지만 얼굴이 부슥부슥 하여 그냥 다닐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선글라스를 쓰고 레스토랑으로 갔더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의 증세를 호소하는 것이 아닌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회복되어 어느 정도는 적응된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시내에는 많은 현지인들의 모습은 고산증세와는 상관이 없는듯하니 부럽기만 하다.
여행을 하고 난 후의 느낌으로는 고산증의 증세가 밤이 되면 훨씬 더 나타나고 낮이 되면 원상으로 회복되는 증상이 되는데, 이것은 아마 온도 차이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고 나니 머리가 아픈 것도 서서히 없어졌고, 눈이 틔어 나올 듯이 뻐근한 것도 없어졌으며 부스부슥하던 얼굴도 회복되어 안경을 벗어도 될 지경이 되었다. 아직도 약간의 두통은 남아있지만,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시내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우리의 일상과 마찬가지로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을 하고, 출근을 하기도 한다. 깨끗하게 포장은 되어 있지 않지만 그런대로 정리된 시가지 양편에는 수많은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장체와 시가체의 여행을 마치고 라싸로 돌아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