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싸로 돌아오는 길, 기도의 흔적)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이제는 라싸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는데, 280km 정도를 다섯 시간에 걸려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티베트에서의 ‘구간 측정’ 제 때문인데, 가는 도중의 좋은 풍경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인 듯하다. 나의 생각으로는 티베트에는 사막과 험준한 산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펼쳐지는 광경은 파란 녹색 위에 노란 물감을 쏟아부은 형태의 그림이 나타나기도 하고, 험준한 산맥에 골을 만들며 쏟아지는 물줄기를 볼 수도 있으며, 널따란 강을 따라 펼쳐지는 넓은 평야도 볼 수 있다. 그들도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터인데,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면서 행복을 찾아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사원마다 붐비고, 처절한 오체투지로 무엇인가를 얻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순진한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높다란 사막 위에 하얀 모래가 펼쳐지고, 낙타가 어슬렁거리는 티베트의 환상이 바뀐지는 오래이지만 몽골보다도 더 비옥한 토지와 물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누누이 하면서 라싸로의 길을 재촉한다. 한참을 달리다 나타난 곳이 그들이 장례 절차 중에 일반적인 형태인 조장터를 보게 되었는데, 산꼭대기에 있는 곳을 멀리서 보기만 하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저 멀리 산꼭대기에서는 정든 사람을 보내면서 그들의 영혼을 달래는 듯한 사람들이 서성인다. 무엇이 삶이고 무엇이 행복인지를 누누이 생각하며 멀리 서라도 보려고 차에 내려 보니, 오래전에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물건이나 먹을 것을 얻으려고 달려드는 어린아이들이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빨래를 한지가 아주 오래된 듯한 옷을 입고 관광객을 따라다니며 무엇인가를 구걸하는 아이들이 수도 없이 많아 아이들에게 주려고 가지고 갔던 볼펜을 만지작거리다 그만두고 말았다. 한 아이를 주면 수도 없는 아이들이 달려들어 어쩔 수가 없는 장면이 연출되기에 주지 않기로 하고 먼 산만 바라보고 말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조장터, 독수리의 먹이가 되도록 한다는 장례절차, 인간 사이에도 이러한 문화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만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누구나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조금을 다시 달리다 운전기사가 차를 대는 곳은 넓은 강가에 자리 잡은 잡상인들이 모인 곳인데, 40km의 속력보다 빨리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쉬었다 가야 한다는 말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넓은 강가를 따라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푸른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은 여기가 티베트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할 정도의 풍광을 만들어 낸다. 널따란 강이 유유히 흐르며 한가한 티베트의 한나절을 만들어 준다. 며칠 전부터 가이드한테 부탁을 한 민가 방문을 오늘 할 수 있다는 말에 이곳의 살림살이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기대를 하며 차에 올라 그들의 살림살이를 만났다.
작년 여름에 찾은 동티베트에서 장족의 민가 방문은 정형화되어 있는 가정을 방문하여 식상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는 어떤 형태 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그런 형태로 운영되는지가 오래되었으리라는 생각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따라나섰다. 역시 생각대로 시골 동네 우리의 부녀회장쯤 되는 여인이 우리를 안내하여 한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약간의 차와 야크 젖으로 만든 과자를 놓고 가정의 구조 및 동네를 설명하였다. 집을 보고 나서는 관광객에게는 5위안의 돈을 요구하는 모습이 돈 때문이 아니라 운영 형태가 어설프다는 생각을 갖게 하니, 배낭여행을 통하여 보고 싶은 집을 보는 것이 아니고 여행사의 안내에 따라 보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모두는 버스에 올라 시가체의 시골마을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가이드가 하는 말이 시골에 갈수록 우리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 제공된다고는 했지만 정말로 밥이나 반찬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는 지경이라, 중국 라면을 7위안에 구입하여 다행히 소지하고 있던 우리의 라면 수프를 넣어 요기를 하고 말았다. 식당의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오리, 토끼 등의 고기를 말려 걸어 놓은 모습인데, 그것을 보고는 주문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간신히 요기를 하고 라싸로 돌아오는 길은 한없이 느린데, 강가의 반대편에는 오래전에 상인들이 오고 가던 차마고도의 길이 어슴프레 보이고, 현재 라싸까지 와있는 칭짱열차를 시가체까지 연장시키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저녁때가 되어 도착한 라싸, 이제는 대부분의 여행 일정이 소화되고 남은 것은 포탈라궁 옆에 붙어 있는 공예품 전시장만 남았다는 것이다. 모두는 가이드 안내에 따라 들린 공예품 전시장에 들러 이것저것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도 저녁을 먹으려면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라싸에서의 밤을 기다리며 언젠가 찾았던 아리랑 반점으로 발길을 옮긴다. 여느 여행사처럼 마지막 날 저녁은 한식으로 제공되었는데, 마지막 날 한식으로 먹음직스럽게 식사를 하면 그동안의 피로와 불만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전환되기 때문에 여행사의 단골 메뉴라고 하는 말이 떠오르게 한다.
그래도 한식에 가까운 저녁으로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내일은 그동안 기다렸던 칭짱열차를 타는 날이지만 두려움과 기대가 섞여 마음을 설레게 한다. 호텔에 들러 열차에서 쓸 물건을 따로 모으고 한국까지 가지고 갈 배낭을 따로 정리하여 짐을 간편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을까? 기대와 두려움으로 누운 잠자리는 두통에 시달리며 라싸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말끔하지 않은 머리로 티베트인들의 국립박물관을 찾았는데, 새벽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 보이는 각종 전광판은 발전해 가는 티베트의 모습을 과감하고도 도전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우리의 70년대를 연상하게 하는 갖가지 사진들을 전시해 놓아다. 박물관 내부에는 갖가지 사진으로 그들의 발전 모습을 전시해 놓았고, 많은 현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서둘러 박물관을 나와 간단한 식사 후, 그렇게 타보고 싶었던 칭짱열차를 타러 라싸역으로 향하였다. 칭장 열차와의 만남은 무엇을 얻게 해 줄 것인가? 또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설렘과 두려움을 가득 안고 그리도 만나고 싶었던 라싸를 뒤로하고, 칭짱열차를 타기 위해 라싸역으로 출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