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살이의 고민)
시골살이 어려움에 눈물짓는다.
새벽 운동을 위해 체육관을 찾았다. 아침부터 많은 회원들이 열심이다. 가볍게 몸을 풀고 운동을 시작하려는데, 이웃이 인사를 한다. 시골에서 살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서울사람이다.
오랫동안 살던 서울을 뒤로하고 찾아온 고향 근처, 산골에 멋진 집을 지었다. 아무도 없는 외딴집, 용기가 대단하다는 말로 첫인사를 나누었던 기억이다. 어떻게 여기에서 살자는 생각을 했을까?
수없이 전원주택지를 찾았지만 적당한 곳을 만나지 못했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고민이 되는 것이 전원주택이다. 우선은 이웃들과의 삶이 궁금하고, 자연과의 어울림도 고민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훗날에 집을 정리를 해야 하는 것도 고민스럽다. 누가 이 집을 사려고는 할까? 별걱정 다 한다 하겠지만 현실적인 고민이다. 어느 날 잔디밭에 풀을 뽑고 있었다.
지나던 부부가 인사를 하며 묻는다. 여기는 동네사람들과 잘 살아가느냐고. 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에 깜짝 놀란다. 오래전에 시골에 집을 지으려고 땅을 구입했단다. 막상 집을 지으려는 순간에 문제들이 생겨 팔고 나왔다는 하소연이다. 전원 살이는 고민거리가 너무 많다. 신중하고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
집을 지으려 동네를 오가는 트럭문제부터 시작해 집을 지을 수가 없고, 버틸 용기가 나질 않았다는 하소연이다. 소음이나 먼지 등, 트럭이 오가는 문제를 이웃에게 이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내 집을 내가 짓는데 무슨 문제 일까라는 단순하게 생각한 실수다. 반대 입장을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일을 소홀히 한 것이다.
시골살이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고민이다. 아침에 만난 이웃의 고민은 우울증이 찾아왔다는 설명이었다. 겨우내 눈이 쌓여 갇혀있는 상황, 도대체 왜 내가 여기에 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단다.
그렇다. 시골살이는 이웃과 어울림도 중요하지만 할 일이 없으면 곤란하다. 산책으로 메우기도 힘겹고, 화단 가꾸기도 하루 이틀이다. 꾸준히 할 수 있는 소일거리가 필수 조건이다. 잔잔한 소일거리나 취미생활이 다양해야 한다. 하루도 쉼이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나만의 방법, 미리부터 찾아보면 끝이 없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취미교실, 시간이 없어 참여하지 못할 정도다. 글쓰기에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를 비롯해 갖가지 운동이 있다. 회비도 저렴하고, 이웃들과 어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소홀할 수는 없다. 우울증이 찾아 올 기회가 없고, 최고의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아무리 사적인 공간인 내 집이라 해도 시골에선 다르다. 이웃들이 바라볼 수 있고, 대문과 울타리도 변변치 못하다. 언제나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 내 집에 내가 사는데 누가 뭐라 할까? 나만의 생각이고 그럴 수 없는 것이 시골의 삶이다. 울타리를 벗어나면 이웃이고, 일거수일투족이 남의 눈이다. 이것을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까?
나름대로의 방법이 필요하다.
이사를 오면서 떡방앗간을 찾았다. 이웃과의 만날 명분을 찾기 위해서다. 수박을 들고 회관을 찾았더니 아무도 없어 생각을 바꾼 것이다. 마침 마을 회의가 있다는 방송, 떡을 들고 나타났다. 이사떡이라는 말로 인사를 시작해 인사를 하자, 이런 사람 처음 보았다며 반겨준다.
자동차에 음료수를 싣고 다녔다. 무더운 여름에 일하는 사람들, 음료수 한 개를 건넨다. 어르신은 깜짝 놀란다. 이사 온 사람이라는 말로 인사를 하는 이웃에게 멀리 할 수가 없다. 동네 사람들이 관광을 간다는 방송이다. 맥주 한 박스를 실어주는 이웃을 미워할 수가 있을까? 이웃들과 어울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웃과는 언제나 마주칠 수 있다. 일하는 이웃, 날렵한 옷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나설 수는 없지 않은가? 삼겹살을 구우며 소란을 피울 수는 없지 않은가? 언제나 어울리며 살아야 하는 시골살이다.
텃세가 아니라, 내가 동네 사람이라면이라는 어떻게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색소폰 연습실을 회원들과 운영하고 있다. 새 회원이 들어온다면 입회비를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연습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기존 회원들은 그동안 많은 회비로 내부시설을 준비했다. 새 회원은 회비만 내고 무상으로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다. 조금은 불합리적이지 않을까?
새 동네로 이사 왔을 때의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가 동네사람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늘 되뇌며 살아가는 삶, 현명하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이래저래 시골살이는 난관의 연속임엔 틀림없다.
(2025.04.21 오마이 뉴스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