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③_사랑은 타이밍!
위의 표에서 (2) 번 박스 ‘취향의 보완재’는, ‘자기 사랑’이 증가하는 트렌드를 원인으로 보는 관점이라고 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면 자신들의 취향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원래 동물 애호가였던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경향들이 늘어나게 되면 자기 삶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동물을 사랑하던 기존의 마음 수준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더 많은 행동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평소에는 길거리의 강아지를 마주칠 때만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면서 애정지수를 끌어올렸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앞으로는 자신의 그런 행복을 더욱 추구하고자 한다면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을 살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도 있을 테니깐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행동 변화는 없이, 동물을 사랑하던 마음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그친다면 갑자기 반려견이 증가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자기 사랑의 실천이 성립될 때, 반려견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질 테니깐 말이다. 그런 사랑의 실천들이 실제로 이루어져서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동물 애호가들의 행복 지수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이 반드시 동물이 아닐지라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간에 아무리 좋아하는 마음이 커봤자 실제로 그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저 ‘그림의 떡’처럼 마음속에만 내재되어 있어서 결코 닿을 수 없는 기호나 선호일 뿐이다. 그건 마치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돌(idol) 가수를 TV 속에서만 그림처럼 바라보듯이, 그대의 스타에게 부치지 못하고 있는 편지와 같다. 마음 깊은 곳의 그런 편지는 아무리 애절한 호소를 하고 있어 봤자, 꿈속에서 울리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그대한테 다시 돌아가기만 할 뿐이다. 그대가 연모하는 그 사람에게는 절대로 전달될 수가 없다. 상대방이 꼭 셀럽(Celeb)이나 스타(Star)인 경우에만 그렇겠는가. 오히려 가까운 일상에서는 우리와 비슷하게 평범한 누군가를 연모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편인데도, 그들 또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별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많이들 접해봤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 전혀 닿지 못하는 사랑도 과연 진짜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역으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그런 상황이 더욱 이해가 잘될 수도 있다. 만약에 그대를 매우 연모하는 누군가가 존재하여 주변에 계셔준다는 상상을 해보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더욱 체감이 잘 될 것이다. 아무리 상대방이 나를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강렬하다고 하셔도 그런 애절한 마음을 절대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내가 막 알아서 스스로 그걸 자동으로 알아채 주는 것이 쉬운 일인가? 그저 내 주변에서 유령처럼 빙빙 돌고만 있는 위성 같은 사랑의 마음을 어찌 매 순간 면밀하게 캐치할 수가 있을까. 우리가 무슨 로봇이라서 ‘사랑의 감지기?’ 같은 AI 자동 센서기가 달려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아, 진짜 그런 버튼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저 사람은 지금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건가요?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하는 AI 감지기 버튼을 하나 띡 누르면 그 결과지가 ‘Yes or No’ 중에서 하나로 찍혀서 바로 출력되는 형태라면 딱 좋을 듯. 그러면 굳이 신경 많이 안 써도 되고 얼마나 편리하고 좋아.
물론 인간한테는 로봇보다 더 직관적이고 섬세할 수도 있는 육감이나 감각이라는 세포들이 있어서, 어떤 경우에는 너무 신기할 정도로 직감이 더 잘 맞을 때도 있기는 하다. 설령 어쩌다 그렇게 알아챈다고 해도 그런 심증(心證)만 가지고 아는 척해주기가 쉬울까나. 누가 우수에 찬 눈빛만 보고 알아주겠음. 굳이 나랑 텔레파시(telepathy) 놀이하자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지. 그럴 때는 그냥 상대방이 혼자서 영화를 찍고 싶은 건가 싶어서, 그저 예비 감독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그의 좋은 미래를 응원해 주고 싶을 뿐이다.
‘다만. 앞으로는 혼자서 애만 태우는 안타까운 회색빛 영화보다는
기왕이면 서로의 핑크빛 사랑으로 빛나는 영화를 찍으려무나, 얘야.’
아하. 근데 저런 안쓰러운 예비 감독 후보자들이 계시다면, 괜히 영화감독만 고수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 혹시 은근 위트(wit) 있고 참신한 멘트가 하나 있으시다면 꽤 괜찮은 CF 감독은 어떠시오? 왜 그런 거 있지 않았었나? 오래된 CF 같아서 기억은 좀 가물가물하지만 인상적인 광고 문구 하나가 쓱 스쳐 지나가는군. 아주 짧지만 강력했던 멘트 하나.
“저 이번에 내려요!”
갑자기 뜬금없이 내린다고? 어디서 내린다는 거지? 비행기? 기차? 전철? 엘리베이터?
그게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버스 안의 장면이었던 것 같다.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어떤 여자 사람 하나가 내리기 직전에 어떤 남자 사람 한 명한테 넌지시 남기는 대사로 나오는 말이다. 저런 멘트를 하나 남기면서 버스에서 내리려고 하는 그 여자 뒤를 그 남자가 바로 따라내리는 모습도 이어서 나온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는 두 남녀가 그 광고용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서로 친해지는 모습으로 마무리가 된다. 아마도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다가 여자가 먼저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서 아쉬운 마음을 저렇게 간접적으로나마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나중에 남자 또한 원래 내려야 했던 정류장이 이미 두 정거장이나 지난 상태였다고 우회적으로 고백하는 것을 보면, 여자가 내리는 타이밍을 기다리기 위해 자신의 정류장은 이미 포기한 채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 수가 있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수줍게 친근한 제스처(gesture)처럼 보여서 웃음만 픽 나오는 장면 같지만, 실질적인 상황과 속내를 더 알게 될수록 둘 다 참 대단한 사랑꾼들 아닌가 싶다. 작은 버스 안의 고요한 침묵이 흐르는 애매모호한 공기 속에서 비좁은 동선의 위치까지 겸비한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챈 것부터가 대단해 보이는데, 그 짧은 순간에 둘 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귀여운 호감을 표현하는 저런 기법들은 어디서 특강이나 교과서로 따로 배운 작업 스킬은 아닐 테니 말이다. 타고난 직감과 재치들이 아니고서야 그러기가 쉬울까나. 여자가 전한 말의 뜻을 금방 알아차리고 바로 뒤따라 내린 저 남성도 매우 센스 있는 행동이었지만, 저 여성 또한 만약 현실 속의 실존 인물이라면 엄청난 용기와 기지를 발휘한 센스 있는 멘트를 날린 것이리라.

아무리 상대를 향한 애정이 그득할지라도 순간적인 찰나의 버스 정류장처럼 서로의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인데, 아무리 최고의 황금 타이밍을 맞이하더라도 서로의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결국 또 물거품이 될 것이다. 결국에는 베스트 타이밍의 행운과 애정 표현의 액션까지 합쳐진 덕분에 저런 작은 사랑의 출발점이라도 겨우 가능하게 된 것 아닐까. 그만큼 처음에는 더욱 쉽지 않은 용기와 기개가 필요하겠지만, 그 덕분에 저 한 쌍의 남녀는 서로 표현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쌓일 수 있었던 후회가 발생할 불상사는 미리 막은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사랑의 연결 다리가 만들어지기 위한 요건으로서, 반드시 엄청난 행운만을 유일한 필수 조건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저절로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어지게 누워만 있는 사람보다는 그 감나무 위로 직접 올라간 사람의 손에 더 튼실한 감이 더 빠르게 주어질 확률이 더 높은 것처럼, 어쩌면 이런 크고 작은 용기와 결단과 의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야지만 저런 튼실한 감처럼 좋은 사랑의 결실로 맺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질 테니깐.
“저 이번에 내려요!”
그런데 촌철살인 같은 이 몇 마디를 통해서, 과연 진짜로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이 제대로 잘 전달되기는 한 걸까? 아주 잠시 저 멘트 분석을 들어가 보면 꽤 재미있는 상상의 날개가 여러 가지로 펼쳐지기는 한다. 그중에서도 아주 제일 단순하게 여자 버전과 남자 버전으로만 나눠서 살펴봐도, 저 멘트는 이미 주어진 본연의 임무를 매우 충실하게 해낸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장하도다! 사랑의 연결 기능을 담당하는 브리지 역할로서 충분했거든!
우선 CF 광고 속 상황처럼 어떤 여성이 저런 말을 던지면서 작별 인사의 제스처를 취한 거라면? 그건 무슨 의미인지 어렵지 않게 감을 잡을 것이다. 광고 속 남자의 행동에서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듯이 말이다. 물론 저런 말을 실제로 듣게 된다면 처음에는 좀 황당무계한 기분이 들 것 같아서 그 순간에는 어안이 벙벙하겠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너무 깜찍하게 재치 발랄한 모습이지 않나. 은근한 설렘을 유발하는 ‘심쿵’ 멘트에 가까워 보이거든. 게다가 저런 짧은 말 한마디 안에 이미 핵심 내용은 잔뜩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가 있다.

‘우리는 오늘 처음 마주쳤지만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는 우리의 인연은 영원히 사라질지도 몰라요.
나를 사모하고 계시는 듯한 그대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선사해 드릴 테니,
나의 손을 잡는 건 바로 그대의 자유로운 선택권으로 가져가세요!’
【작업 멘트 : 간략 분석 결과】
#호감 표시를 먼저 전달했지만, 선택권의 카드는 상대방에게 넘겨드린 모습. (배려의 여신)
#덕분에 먼저 손을 내밀어 줬어도, 자신은 선택할 필요가 없어서 당당한 모습. (포스의 여신)
#선택권이 포함된 카드를 먼저 건넸을 뿐, 답이 정해진 카드를 잡으라고 강요한 것이 아님.
자신만큼 상대방도 소중하기에, 둘 다 모두에게 괜찮은 방향을 제시한 모습. (지혜의 여신)
#저런 모든 행동들을 그 짧은 순간의 찰나에 판단하고 먼저 시도한 모습. (용기의 여신)
저런 짧은 말 한마디에 얼마나 멋진 모습들과 깊은 의미들이 잔뜩 포함되어 있는 것인가. 물론 핵심 키워드를 활용해서 한 문장으로 만들면 더 간단하겠지.
아마 이런 의미들이 그 말에 숨겨진 요지였을 것이다. 광고 속 남자는 이런 의미를 바로 이해했으니깐 액션을 취했을 테고 말이지. 참, 아름다운 장면이로구나. 그저 미리 연출된 광고 속 모습이라서 그런 걸까? 아름다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단지 아름다운 CF의 한 장면인 것뿐인가? 만약에 진짜로 현실에서도 저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더구나 남녀가 바뀐 역할이라면? 과연 여자 쪽에서도 광고 속의 저 남자처럼 바로 따라 내리는 행동을 취했을까?
그건 좀 의문이 남기는 한다. 아무래도 행동을 취하는 데 있어서 엄청 적극적이지는 못한 성향의 여자들도 많을 수 있고, 자기가 선호하는 타입이 아니면 굳이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깐. 그래도 남자가 저렇게라도 호감을 표현했으니깐 최소한 그 마음만큼은 고맙게 받지 않을까. 설령 같이 따라가지는 않을지라도 싫어하는 타입만 아니라면 좋은 기억의 한 조각으로 기분 좋게 간직해 줄 수도 있겠지. 그 남자의 마음만은 알게 되었으니깐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마음 표현을 받은 여자 쪽만 좋을까나. 저 광고처럼 좋은 방향으로 작은 결실이라도 맺는다면 마음 표시를 시도한 남자 쪽이 오히려 훨씬 더 쾌재를 부르겠지. 비록 남자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자신의 마음을 전혀 표현하지 못해서 한 맺힐 일은 없지 않은가.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멋진 일을 해낸 것이 아니고서야 뭐겠는가. 굿잡! 나중에 백 년 뒤에 눈을 감을지언정 그때 적어도 한 맺혀서 이승을 떠돌아다니는 귀신이 되지는 않을 테니 말이로다. 굿잡!
그런데 나 같은 여자 사람 또한 저런 상황을 마주친다면 완전 긍정적인 응답을 해주는 게 아주 쉬울까? 물론 상대에 따라서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만약에 어떠한 호감 씨그널도 사전에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갑자기 불쑥 뜬금없이 저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아마도 어쩌면 이렇게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 상대방 남성 : “저 이번에 내려요!”
#ME 영어 버전: 응?! 쏘왓!? 아하! 그래! 잘 가!^^ 테이크 케어!! 씨유 레이러!?! 굿바이 포에버!?!
(What?! So what? Aha! OK! Bye!^^ Take care!! See you later!?! Goodbye forever!?!)
# ME 한국어 의역 버전 :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네~! 잘 가.^^
(물론 오는 사람들 중에서는. 극단 이상값들의 정제 과정이 있다는 사실은. 안 비밀.^^)

애써 호감 표시해 준 상대방의 마음은 참 고맙게 받을 것 같지만, 생전 초면인 사람이 갑자기 불쑥 저런 말을 꺼내면서 자기랑 같이 가자는 멘트를 덧붙이지 않는다면 그 의미가 헷갈려서 저럴지도 모르겠다. 혹시 평소에 조금이라도 안면 정도는 있던 사람이라면, 굳이 내리겠다는 사람의 앞길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저럴지도 모르겠다. 어떤 경우든 간에 그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보낼 수밖에 없을 듯. 아무래도 애매모호한 의사 표현은 저렇게 애매모호한 응답만 받을지도 모르니깐, 이런 반응에도 대비하여 항상 쿨해질 마음의 준비도 함께 하면서 시도하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하네. 상대의 성향이나 개별 스타일에 따라서 반응은 천차만별일 수도 있을 테니깐 말이다. 좀 더 확실한 반응의 수신을 원한다면 좀 더 확실한 발신 신호를 보낼 수밖에 더 있나. 씨앗을 튼튼하게 심어야지만 열매가 튼튼한 법.
그런다고 뭐,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가 있을까. 행동하는 자의 행운과 센스에 달려있을 테니, 그만큼 결과 또한 천차만별일 것 같거든. 어떤 경우가 펼쳐지든 간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에게 핑크빛 감정이 전달됐잖아?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아무리 저렇게 함축적인 언어로서 매우 집약적으로 표현했을지라도 아예 부치지도 못한 채로 가슴속 깊은 곳에 매장되어 버린 애석한 편지보다는 훨씬 낫겠지. 누구든 간에 그런 가슴속 깊이 묻힌 편지가 있다면 나라도 애도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