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현재 호주 멜버른에 살고 있다. 2013년 한국에서 대학교를 자퇴하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호주에서 나는 대학교를 다시 시작하였다. 무사히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종로 세운상가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였다. 코로나 시작된 2020년에 결혼하면서 나는 다시 호주 멜버른으로 돌아갔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멜버른은 도시 전체가 봉쇄되었다. 건강상 문제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두 번이나 비행기가 취소되고 우여곡절 끝에 2021년 초 남편은 호주에 두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영주권과 시민권 둘 다 없었던 나는 호주 국경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며 1년 동안 한국에 머물렀다.
한국에서는 부모님 댁에 지내면서 결혼 전의 삶과 별 다를 바 없는 나의 인생을 살았다. 이것은 내 인생에서 앞으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특혜라고 생각하며 가족과 여기저기 많이 다니는 것을 나의 2021년 목표로 삼았다. 주말마다 부모님과 핫플레이스에 가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목포, 양양, 평창, 춘천 등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다. 나와 남편은 호주에서 영주권을 준비하고 있기에 내가 또 언제 이렇게 가족과 여행을 다니겠냐는 생각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더 많은 투자를 하였다. 남편도 남편 나름대로 호주에서 자유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호주 국경이 열리는 대로 곧장 호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호주 국경이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한국에서 섣불리 일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인생의 버킷리스트였던 책 출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불가피하게 계속 한국과 호주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커리어 쌓기가 너무 힘들었다. 영원히 남을 것 같은 책을 통해 나의 일러스트를 보여주고 여기에 나의 메시지를 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첫 책인 <빈티지의 위안>이 탄생하였다.
첫 책을 출간하고 나는 결혼 전에 하고 싶었던 '통영에서 살기'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2019년부터 통영에서 한 달 살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미리 알아놓은 숙소도 있었다. 2020년에 결혼하고 다시 호주로 돌아가면서 통영에서 한 달 살기는 이젠 더 이상 내 인생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또다시 이렇게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한 달은 무리였고 13일 동안 통영에서 혼자 머물며 작업하고 소소한 일상을 즐겨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나는 통영으로 떠났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여행에서의 사소한 추억과 감정을 하나씩 끄집어내 보자. 이것이 현재 살아가는 삶에 작은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호주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디지털 미디어를 공부하여 책의 디자인과 홍보 등 모든 걸 혼자 해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두 번째 책 출간도 욕심내게 되었다. 멜버른에서 보낸 유학 생활을 책 속에 녹여 보기로 했다. 글을 쓰기 위해 집중할 곳이 필요했고 나는 친구와 함께 춘천으로 떠났다. 춘천에서 5일 동안 미친 듯이 글만 썼다. 오전에는 호텔에서 오후에는 카페 두 군데를 돌며 매일 글만 썼다. 그렇게 5일 동안 <멜버른의 위안> 원고의 80%를 완성했다. 물론 이후 여러 번의 퇴고가 있었지만, 초고를 쓴 후 반복된 퇴고는 견딜 만했다. 처음 생각해 내는 게 항상 어려운 법이다.
2021년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한국 그리고 언제 호주로 다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나는 이것이 내 삶의 특혜라 생각하며 많은 국내 여행을 다녔다. 가족, 친구 때론 혼자 여행을 떠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그때의 추억과 기억은 분명 나에게 단단한 성장과 과정이 되었다. 그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며 사소한 행동과 감정이 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고 이것을 계속 내 삶 속에 녹여보려고 한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여행에서의 사소한 추억과 감정을 하나씩 끄집어내 보자. 이것이 현재 살아가는 삶에 작은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