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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Oct 28. 2022

강원도 출신이라 평창 음식이 너무 입에 잘 맞는다

가족과 1박 2일 평창 여행 (첫 번째 이야기)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하는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서로의 일상을 전하며 소소한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주제는 여행으로 흘러갔다. 해외여행을 못 가는 코로나 시국에도 국내에 가볼 만한 곳이 많다며 대화를 나누었다.



오빠는 여행 경험이 많으며 일반적으로 흔히 알지 못하는 여행 정보도 많이 알고 있다. 오빠는 평창에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는 글램핑장이 있는데 전화로만 예약이 가능하여 아는 사람만 갈 수 있다고 하였다. 정말 재밌는 곳이라며 가족들 앞에서 여러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런 곳이 있으면 우리는 왜 안 데리고 가냐고 하셨다. 그러자 오빠는 가자고 제안했고 다음 날 바로 예약하였다. 그렇게 갑자기 가족 모두가 평창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 삼촌, 오빠, 새언니, 나 이렇게 6명이 갑작스럽게 평창으로 여행을 떠났다. 평창에 도착하여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올림픽 시장에 들렀다. 우리 가족은 굉장히 자유롭다.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흩어졌다. 나는 오빠와 새언니를 따라 감자옹심이 식당에 갔다. 강원도라면 역시 옹심이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메뉴를 잘못 주문하여 메밀 칼국수를 먹었다. 다행히도 센스 있으신 사장님이 옹심이를 넣어 주어 옹심이 맛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만두였다. 강원도 출신인 오빠와 나는 만두를 먹으며 너무나 감탄했다. 오빠와 내가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먹을 때 새언니는 다소 갸우뚱하는 표정이었다. 이게 그 정도로 맛있나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후 계산하며 사장님께 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우리도 강원도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장님께서는 그럼 만두가 입에 잘 맞았겠네 라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할머니가 해주신 만두 그 맛이었다. 그때 알았다. 이게 강원도식 만두이구나.




여행이라는 건 신기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상기시켜주고
뜻하지 않아도 내가 지나온 과거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오빠와 나는 강원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서울로 올라갔다.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할머니가 해주시던 강원도 음식에 길들어졌다. 만두는 다 같은 줄 알았는데 이번에 평창에 가서 깨달았다. 이게 강원도식 만두이구나. 어렸을 때부터 이 만두를 먹고 자란 오빠와 나의 입맛에 너무나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참 신기하다. 어렸을 때 먹었던 맛을 뇌가 기억하고 있다.



시장에서 사 온 메밀전병과 메밀 배추전도 맛있었다. 메밀 배추전은 밋밋하여 아무 맛도 안 난다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외할머니도 강원도 출신이어서 어렸을 때 외갓집에 가면 외할머니께서 메밀 배추전을 자주 해주셨다. 어렸을 땐 별생각 없이 먹었는데 지금은 조금 그리운 맛이다. 메밀 배추전은 어머니도 생각난다며 집에서도 가끔 해주시는 음식이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6명이기에 글램핑을 2개 빌렸다. 남자 방과 여자 방으로 나눠서 이용했다. 숙소는 넓고 깔끔했다. 무엇보다도 자연으로 둘러싸인 경치가 너무 좋았다. 글램핑이 몇 개 되지 않아 뭔가 북적북적한 분위기보다는 한적한 느낌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는 강원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8살에 가족과 함께 상경했다. 사실 짧으면 짧은 기억이지만 시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은 나에게 너무나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갈 때 강원도에 가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이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고향이 주는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여행이라는 건 신기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상기시켜주고 뜻하지 않아도 내가 지나온 과거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번 평창 여행에서 할머니가 해주시던 만두 맛이 기억나 마음속에서 그리움과 따뜻함이 피어났다. 내 인생에서 서울에서 보낸 기간이 훨씬 길지만, 미각은 여전히 강원도에 길들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할머니의 손만두를 맛볼 수는 없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주어 따뜻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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