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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Oct 29. 2022

패러글라이딩은 왠지 이번이 마지막

가족과 1박 2일 평창 여행 (세 번째 이야기)

아버지, 어머니, 삼촌, 오빠, 새언니, 나 이렇게 여섯 명이 평창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평창에서 첫째 날은 올림픽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패들보드를 탄 다음 저녁에는 글램핑장에서 바비큐를 하니 하루가 지나갔다. 둘째 날 아침에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가보니 구름이 산 중턱까지 내려와 있었다. 차가운 공기와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새소리만이 내 주위를 장악했다.



둘째 날 일정도 상당히 버라이어티 했다. 전날 평창에 도착하여 다음 날은 뭘 할까 이야기하다가 패러글라이딩이 갑자기 대화 속으로 훅 들어왔다. 오빠와 새언니를 제외하고는 패러글라이딩 경험이 없었다. 오빠는 우리에게 해보겠냐고 제안했고 우리는 얼떨결에 좋다고 대답했다. 그리하여 패러글라이딩이 처음인 아버지, 어머니, 삼촌, 나는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되었다.







시간은 항상 없다. 다음을 기약하면 평생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내 마음이 닿을 때 조금 더 건강할 때 기회가 있을 때 해보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해보자.







글램핑장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조나단 패러글라이딩 학교로 향했다. 도착하여 복장을 착용한 후 안전 교육을 받았다. 패러글라이딩을 타기 위해서는 산 높이 올라가야 했기에 차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굉장히 험했다. 차가 심하게 흔들려 그에 따라 몸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래도 동남아에서 탔던 차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동남아 여행지를 가면 멋진 경관을 보기 위해 차를 타고 높은 곳으로 이동할 때가 있다. 비포장도로와 좁고 가파른 길을 달릴 때 차가 너무 많이 흔들거려 생명의 위협을 감지하기도 한다. 이거 정말 안전한 거 맞나 두려움 속에서 안전벨트를 꽉 쥐고 가다 보면 어느새 경치가 좋은 곳에 다다른다. 동남아에서 느꼈던 그 정도의 위험은 아니고 비포장도로 산길의 들썩거리는 재미를 맛보는 정도이다. 덜컹덜컹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니 평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에 도착했다.







탁 트인 경관을 보니 모든 자연의 정기를 다 삼켜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전날은 비도 오고 흐린 날씨였는데 이날은 다행히 하늘이 맑으며 패러글라이딩을 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 우리 차례가 되어 한 명 한 명 순서대로 내려갔다.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당연히 숙련된 전문가가 함께 타기 때문에 안전하여 무섭진 않았다.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산을 빠르게 내려오듯이 앞으로 뛰어가야 하며 절대 발을 멈추면 안 된다. 그러면 어느새 발이 공중에 뜨게 된다.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나는 뛰어가다가 뭔가 타이밍을 놓쳤는지 공중에 뜨지 못하고 실패했다. 뒤에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다. 다시 내 차례가 왔고 이번엔 정말 당차게 계속 끝까지 달렸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내 발이 공중에 떠 있었다. 성공했다.







탁 트인 평창의 멋진 풍경을 보니 마음속에서뿐만 아니라 육성으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왜 이렇게 어지럽지. 바람을 따라 살랑살랑 움직이는 머리와 가슴 어딘가에서 처음 경험하는 멀미가 느껴졌다. 그래도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있겠나 싶어서 최대한 멀리 바라보며 즐기려고 노력했다.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10분이면 끝나기 때문에 하늘에서 누릴 수 있는 이 짧은 시간을 만끽하기로 했다. 어느새 육지에 다가왔고 땅에 발을 디디니 참았던 멀미가 발끝부터 머리까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었다.



일단 나는 먼저 내려온 가족들을 찾아갔다. 그런데 아버지, 어머니, 삼촌 모두 표정이 그리 좋진 않았다. 어머니는 거의 뭐 바이킹을 한 열 바퀴 탄 표정이었다. 아버지와 삼촌도 어지럽다고 하였다. 나도 도무지 정신이 차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처음에 안전 교육받았던 장소로 돌아갔고 거기에서 오빠와 새언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표정이 왜 이렇게 죽상이냐고 하였다. 그때 당시 우리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몸이 축 처져있었고 눈은 초점을 잃었으며 웃음기가 전혀 없는 얼굴이었다. 보통은 재밌게 타고 와서 밝은 표정인데 우리 가족만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했다. 아버지, 어머니, 삼촌, 나 어쩜 이렇게 네 명이 다 똑같을 수 있는지 우리의 상태는 정말 말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재밌게 타고 오는데 우리는 벌칙 수행을 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제 이 에피소드는 우리 가족에게 자동 웃음 버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패러글라이딩은 정말 추천하는 액티비티이다. 그렇지만 나에겐 왠지 이때가 마지막 체험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다시 기회가 온다면 다른 지역이나 해외에서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다. 높은 전망대나 비행기 창밖으로 바라보는 정적인 풍경과는 다르다. 패러글라이딩은 하늘에 떠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오며 풍경 속의 일부가 되는 체험이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뭐든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해보면 좋아지는 게 있고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막상 해보고 나면 그다지 흥미 없는 게 있다. 해보지 않고는 판단해볼 수 없다.



시간은 항상 없다. 다음을 기약하면 평생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내 마음이 닿을 때 조금 더 건강할 때 기회가 있을 때 해보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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