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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Oct 28. 2022

라오스가 생각나는 평창의 패들보드

가족과 1박 2일 평창 여행 (두 번째 이야기)

가족 여행으로 평창에 있는 글램핑장에 갔다. 글램핑장에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었고 우리는 그중에 패들보드를 타기로 했다. 8월 말 여름의 끝자락 날씨는 구름이 많고 흐렸다.




여행이 주는 단단한 에너지가 있으니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로 다음 여행을 상상해보는 자체가 여행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패들보드를 타기 위해 구명조끼와 안전 장비를 잘 착용하고 사장님을 따라 물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숙소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간단하게 준비 운동을 하고 패들보드 기본 요령을 강습받았다.



누군가에게는 고소 공포증이 있다면 나는 물 공포증이 있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사장님과 함께 패들보드를 타기로 했다. 그러면 물에 빠질 일은 절대 없을 테니 말이다. 생각보다 패들보드를 조절하기가 힘들다며 사장님 뒤로는 어머니와 내가 나란히 앉아 타기로 했다. 남자들은 각자 하나씩 패들보드를 집어 들고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한 명씩 물살을 헤치고 내려갔다. 비가 와서 물이 상당히 많고 물살이 꽤 빨랐다. 패들보드 타기에는 아주 적합했다.







삼촌, 아버지, 오빠 순대대로 한 명씩 떠내려가고 그다음에 사장님 패들보드 뒤에 탄 어머니와 내가 따라서 내려갔다. 물살이 센 구간에는 패들보드가 뒤집히기도 하고 방향 조절이 생각보다 어렵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혼자 패들보드를 조절해야 했던 아버지와 삼촌, 오빠는 자꾸 바위 어딘가로 부딪혀서 혼자 헤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사장님이 가서 도와주셨다.







물살이 잔잔한 구간에서는 산으로 둘러싸인 평창의 자연을 감상하며 천천히 떠내려갔다. 이 광경을 보니 라오스에서 한 튜빙이 떠올랐다. 튜빙은 튜브를 타고 물살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 것이다. 튜브에 누워 있으면 물살의 방향에 따라서 저절로 떠내려가게 된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튜브에 타고 가만히 누워서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바람과 물소리를 듣기만 하면 된다.


물살에 따라 튜브 방향이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조금씩 움직이는데 이에 따라서 내가 바라보는 라오스의 자연경관도 바뀌게 된다. 길쭉하게 깎인 바위와 짙은 초록색으로 뒤덮인 산이 내 주위를 감싸고 그 사이에서 튜브를 타고 유유히 떠내려갔던 라오스 여행이 떠올랐다.







패들보드를 타며 주변 경관을 보니 라오스가 생각나서 사장님께 이곳이 마치 라오스 같다고 말했다. 이에 사장님이 격하게 공감하셨다. 뭔가 기쁜 마음에 사장님께 언제 라오스를 다녀오셨냐고 묻자 사장님은 가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셨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라오스 떠올리셨냐고 여쭤보니 사장님은 세계 여행 프로그램의 광팬이라고 하셨다. 사장님과 가족은 여행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매일 시청하신다고 하였다. 여행을 너무 좋아하시기에 결국은 이렇게 사장님이 원하는 글램핑장을 만든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라오스의 자연경관이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도 슬픈 사연이 있다. 홀로 떠난 5박 6일 라오스 배낭여행의 추억을 생생하게 담은 핸드폰을 라오스에서 분실해 버렸다. 참으로 어이없는 사연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때 타기 전만 해도 핸드폰이 있었는데 비행기에 탑승하고 자리에 앉으니 핸드폰이 사라졌다. 그렇게 나의 라오스 여행 사진의 절반이 사라졌다. 다행히도 그때 당시 디카를 가져가서 라오스 여행 사진과 동영상이 어느 정도는 남아있다. 그런데 튜빙 할 때는 핸드폰을 방수팩에 넣어 촬영했기에 튜빙의 추억은 그날 SNS에 업로드했던 사진 몇 장뿐이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라오스에서 튜빙 했던 기억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평창에서 탄 패들보드도 라오스 튜빙만큼이나 기억에 남는다. 패들보드를 타고 하류로 내려오니 트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트럭에 패들보드를 싣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개운하게 씻은 후 우리는 바비큐를 준비했다. 여행에서 바비큐가 빠질 순 없다. 이렇게 평창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다른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새삼 국내 여행의 묘미를 더 느끼게 되었다. 한국에 이렇게 가볼 만한 곳이 많았나. 안 해본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도 노력해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없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알아서 찾아보고 어디든 떠나자며 긍정적으로 여행의 출발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 한 사람들에게 여행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숙소 예약, 표 예매, 가는 방법, 맛집 탐색, 관광지 검색 등 여행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찾아봐야 한다. '그냥 가보자' 하는 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에게만 가능하고 생각이 많고 신중한 사람에게는 쉽지 않다. 그래도 지난 여행을 기억하며 앞으로 쌓을 여행 추억을 위해 자신만의 방식대로 노력해야 한다.



뭐든 쉬운 건 없다. 그래도 여행이 주는 단단한 에너지가 있으니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로 다음 여행을 상상해보는 자체가 여행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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