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1박 2일 목포 여행 (세 번째 이야기)
여행에서 항상 빼놓을 수 없는 건 음식이다. 이번 목포 여행에서는 새롭게 먹어 본 음식이 많았다. 그중에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은 민어회이고 가장 강렬했던 건 홍어 라면이다.
나는 회를 정말 좋아한다. 현재 호주에 사는 나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 횟집을 찾아다녀서 이젠 호주에서도 제법 맛있게 회를 먹는 방법을 안다.
한국에 가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 중 하나가 회이다. 바다가 가까운 목포까지 갔는데 회를 안 먹을 순 없었다. 목포 횟집을 검색하니 민어회 식당이 많았다. 얼마나 민어 식당이 많으면 '민어의 거리'도 있었다. 이 정도로 민어가 유명하니 엄마와 나는 당연히 민어회는 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어의 거리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가서 민어회를 주문했다. 회를 주문하니 재빠르게 반찬이 먼저 차려졌다. 서울에서 먹던 횟집과 이 식당의 다른 점이 있다면 반찬이다. 흔한 콘치즈나 부침개보다는 조금 더 정갈한 음식이 차려졌다.
초장과 된장도 직접 만든 거여서 어디서도 먹어볼 수 없는 맛이었다. 무엇보다도 민어회와 너무 잘 어울렸다. 그리고 5~6년 된 묵은지가 나오는데 이걸 민어회에 싸서 먹으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이전에 내가 먹어 본 묵은지와는 조금 다른 독특한 맛이 났다. 묵은지의 깊은 맛과 시큼한 맛이 담백한 민어회와 더해지니 담백함과 매콤함, 새콤함이 입 안에서 굉장히 조화롭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이래저래 잡다한 반찬이 많이 나오는 것보다는 몇 가지 안 돼도 정성 들인 반찬이 나오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건 아무 데서나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어회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따로 있다. 민어회를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부속 부위 때문이다. 비주얼부터가 특이했다. 껍질은 알겠는데 나머지는 어떤 부위인지 기억이 안 난다. 사장님께서 부속은 소금을 찍어 먹어야지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고 하였다. 설명해주신 대로 소금에 찍어 먹으니 씹을수록 정말 고소한 맛이 입 안에서 감돌았다. 식감도 독특하여 먹는 재미가 있었다.
회를 어느 정도 먹다 보니 민어 튀김이 나왔다. 이것도 맛있어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막 튀긴 거라 튀김은 바삭했고 민어는 식감이 거의 안 느껴질 정도로 너무 부드러웠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회를 먹었으니 마무리는 매운탕으로 끝내야 한다. 사실 배가 너무 불렀지만 그래도 매운탕을 먹지 않으면 뭔가 개운치 못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매운탕을 주문하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했다. 텁텁함이 없고 깔끔한 맛이었다. 따뜻한 국물로 속을 개운하게 달래주고 아주 만족스럽게 저녁을 마무리하였다.
목포에 간다면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은 민어회이다. 그렇지만 나의 모든 감각을 깨어나게 해준 강렬한 음식은 홍어 라면이다. 참고로 나는 홍어를 못 먹는다. 내 평생 홍어를 먹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홍어를 먹는 사람들이 여전히 신기해 보인다.
목포에 유명한 홍어라면 가게가 있다고 하여 방문해 보았다. 엄마는 홍어를 드실 수 있어서 홍어 라면을 주문하고 나는 홍어를 못 먹는 사람을 위한 메뉴인 오징어 라면을 주문했다.
주문한 라면이 나왔는데 둘 다 비주얼이 좋았다. 엄마가 홍어 라면 국물을 한 숟갈 떠 드시더니 숟가락을 차마 내려놓지도 못한 채 연거푸 기침을 토해내셨다. 홍어의 톡 쏘는 맛이 라면 국물과 더해져 코를 찌르며 훅 들어온 것이다. 예상치 못 한 맛에 당황한 엄마는 일단 물로 진정시키고 다시 조심스럽게 드시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법 잘 드시는 엄마를 보며 나도 한 숟갈 도전해 보았다.
홍어 라면 국물을 한 숟가락 먹었을 뿐인데 내 온몸의 감각이 다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참지 못한 나는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켰다. 이렇게 먹으니 또 막걸리와 홍어가 왜 잘 어울리는지 느낌을 알 것도 같았다. 그렇지만 홍어는 못 먹겠다.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아찔한 맛이다. 분명 라면 국물인데 홍어 맛이 아주 강렬하게 퍼져 있었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좋아할 맛이다. 몇 숟갈 떠먹은 걸로 먹어 봤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짜릿함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여행에서 자는 것과 먹는 것, 보는 것
모두 중요하겠지만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그 추억의 깊이가 달라진다.
짧은 1박 2일 여행이었지만 엄마와 단둘이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엄마와 단둘이만 여행을 다닌 적이 별로 없었다. 호주에 사는 나에게는 이번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가족과 추억을 쌓는 큰 기회가 되었다. 한국을 갑작스럽게 간 것도 좋았지만 엄마와 즉흥적으로 간 목포 여행에서 또 다른 깊이의 둘만의 기억을 만들었다.
여행에서 자는 것과 먹는 것, 보는 것 모두 중요하겠지만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그 추억의 깊이가 달라진다. 생각해보면 20대 초반에 친구들과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 모든 기억이 지금까지 아련하고 잔잔하게 남진 않는다. 분명 여행은 좋았지만 내 머릿속에 그 추억이 진하진 않다. 친구와 싸운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그때의 여행을 함께 추억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 쌓아갈 누군가와의 여행 추억이 마음속 큰 공간을 메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