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1박 2일 목포 여행 (첫 번째 이야기)
나는 현재 호주 멜버른에 살고 있다. 2021년 3월에 개인 사정으로 한국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다. 호주 국경은 굳건히 닫혀 있었고 한국에 얼마나 머물다 다시 호주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14일간의 자가격리 때문인지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자가격리가 끝나고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드디어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 오빠는 개인 사정으로 목포 여행을 갑작스레 취소한다고 했다. 그런데 여행을 며칠 앞두고 하는 취소라 환불이 불가능한 것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굉장히 즉흥적이다. 그다음 날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생각이 안 난다. 어머니와 나는 환불이 안 되는 게 아깝다며 오빠 대신 우리가 목포 여행을 가는 게 어떤가 이야기했다. 주말이니 어머니도 시간이 되었고 이제 막 자가격리를 끝내 시간이 넘쳐나던 나는 당연히 좋았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즉흥적으로 1박 2일 목포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목포에 가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목포는 어떤 곳일까?
바다?
이밖에 떠오르는 바가 없었다. 즉흥적인 여행이니 별생각 없이 떠났다. 가는 내내 하늘은 우중충하고 흐렸다. KTX 창밖으로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바라보니 문득 한국에 와서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여행은 날씨가 많은 요소를 좌지우지하는데 나에겐 그 어떤 것도 별로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한국에 와서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간다는 자체가 좋았다. 호주에 사는 나에겐 이 순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 가다 보면 구름이 걷힐 줄 알았는데 목포에 다 와 가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심상치 않던 하늘에선 비가 부슬부슬 떨어졌다. 4월 초라 따뜻한 봄을 예상했지만,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였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목포 KTX 터미널 밖으로 나와 부스스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좋았다. 점점 빗줄기는 강해졌고 우산을 쓴 채 캐리어를 끌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도착하기 전에 KTX 안에서 목포 맛집을 찾아봤다. 나는 허기짐을 잘 참지 못하기 때문에 터미널 바로 근처에 있는 식당을 선택했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 나온 뼈해장국 맛집인 <은지네 해장국>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비가 와서인지 따뜻한 국물이 내 몸속에 들어와 녹여주는 것 자체로 좋았다.
여기 뼈해장국은 내가 상상한 맛과는 달랐다. 마치 며칠 내내 끓이고 마지막 한 그릇 남은 소고기 뭇국의 맛이랄까. 그렇지만 짜진 않고 담백한 그런 느낌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며 군더더기 없는 맛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살코기가 잔뜩 붙은 뼈였다. 뼈에 붙은 살코기를 발라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차서 밥도 다 먹지 못했다. 그렇지만 국물은 거의 다 먹었다. 이른 아침부터 KTX를 타고 목포 터미널에 내려 비를 맞아 찌뿌둥해진 몸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오빠가 독특하고 이색적인 숙소를 예약해 놨다. 오빠 대신 엄마와 내가 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에메랄드색 벽과 대비되는 빨간색 꽃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숙소의 인테리어 색감과 소품이 하나하나 다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묵은 방은 창성장 별채이다. 창성장 공간은 근현대적이고 고풍스러웠다. 이곳의 작은 소품과 구석진 공간까지 모두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창성장 2층은 주황색과 빨간색의 붉고 강렬한 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공간의 색에 매료되고 인테리어 소품에 한 번 더 빠져드는 숙소였다.
우리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풀지 않은 채 일단 나가기로 했다. 날이 흐리고 비가 왔지만 1박 2일 여정이니 나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돌아갈 순 없었다. 이렇게 우리의 목포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