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도시를 걷는다

by 리박 팔사


별 일 없이 지나가는 일상 이야기이다.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그저 풍경을 느끼고, 사람을 바라보며, 시간을 곱씹는 일이다.


걷기는 생각보다 독특한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걷는다는 것은 나를 존재하게 하고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1. 걷기 + 강연 보기


나는 걷는 동안 종종 강연 영상을 본다.

전공 수업보다 더 무겁고 더 치열한 질문을 품은 이야기들이다.


발걸음은 느린 박자로 이어지고

손에 든 작은 화면 속에서는 한 인생의 깊이가 서서히 펼쳐진다.


길은 흐르고 사람들은 스쳐가지만 상관없다.

나는 그 흐름 속에서 화면을 바라보며 나 자신에게 묻고 답한다.


도시의 소음, 신호등 소리, 발밑의 리듬

모든 일상적 배경 위에 한 사람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울린다.


걷는 동안 보는 강연은 정답을 찾거나 훈계하지 않는다.

대신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질문들을 천천히 흔들어 깨운다.


그렇게 길 위에서 삶을 배운다.

지식보다 지혜를, 머리보다 몸을, 욕구보다 기술을,


2. 걷기 + 음악 듣기


나는 걷는다.

귀에는 음악이 흐르고 눈앞에는 도시와 자연이 펼쳐진다.


음악을 들을 때 나는 세상을 바라보기보다는 조용히 듣는다.

새 소리나 바람 소리, 자동차나 자전거 소리가 섞이기도 하는데 괜찮다.


선곡은 매일 달라진다.

경쾌한 리듬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하거나 느린 멜로디로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도 한다.


음악은 나를 억지로 어디로 끌고 가지 않고 그저 흘러간다.

나의 걸음과 세상의 풍경과 내 안의 생각의 배경으로 채워준다.


한때 삶을 산다는 것에 있어서 성취나 목표가 우선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하루를 무사히 통과하거나 흘러가는 것 자체도 괜찮다.


그래서 걷고 음악을 듣는 시간은

나와 삶이 분리되지 않고 나와 삶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브리지가 된다.


3. 걷기 + 사유하기


어떤 날은 음악을 멈추고 화면을 꺼둔 채로 걷는다.

귀에는 바람 소리만 남고 눈에는 사람들의 형상만 스친다.


나는 걸으면서 생각한다.

아무 목적이 없이, 답을 찾으려는 것도 없이 그냥 생각이 흘러가게 놔둔다.


걷다 보면 생각이 깊어지고

생각이 깊어지면 걷는 속도도 달라진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빠르게 걷고

오랜 질문이 떠오를 때는 천천히 걷는다.


도시의 거리를 지나고 자연의 길을 돌아가며

나는 나에게 중얼거리며 걸어간다.


뒤를 돌아볼 때가 많았지만 의식적으로 앞을 보려고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


4. 결론


걷기는 어느 것 하나 억지로 하지 않는다.

그저 발을 옮기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무언인가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욕심 없이

모든 것을 알아야 겠다는 의지 없이, 그저 살아내고 싶다.


바람을 맞이하고 풍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걸어가는 것처럼

천천히 내 안에서 묵묵히 내 삶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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