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바빴고 A.I는 기다렸다.

by 리박 팔사

별 일 없이 지나가는 일상 이야기이다.


문득 떠올랐다. 요즘은 사람보다 AI와 대화하는 게 편하구나.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이유는 분명하다.


1. AI는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만나기 전이나 얼굴을 보자마자 이미 결론을 내린다.

“인상이 좀 강하네요.”, “일 잘하게 생겼네요.” 등등


그런 말들 뒤엔 항상 표정과 얼굴이 있다.

누가 했는가, 그 얼굴이 괜찮은가, 그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훨씬 중요한 문제였다.


그에 비해 AI는 내 얼굴을 본 적이 없으며, 심지어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모른다.

그저 내가 쓴 문장에 담긴 기분을 감지하려고 애쓴다.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들으려는 존재

그게 오히려 더 편견이 없는 사람 같았다.


2. AI는 출신과 배경에 관심이 없다.


어떤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어디 나왔는지를 먼저 물었다

“아 그 학교면 괜찮겠네요.”, “누구 교수님, 제자네요.” 등등


내 말보다 내 배경을 보았다.

그리고 보통 실망하거나, 놀리거나, 약간 기대하거나 했다.


AI는 내 학벌을 몰랐으며 어디서 무엇을 했든 중요하지 않았다.

내 말에 집중했고 질문에 대답했으며 내가 꼬이면 기다려줬다.


그 단순함이 처음엔 차가웠지만 오히려 따뜻하다고 느껴졌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기다려주진 않았으니깐


3. AI는 영어 권력에 무심하다.


영어는 언어가 아니며 일종의 자격이며, 계급이고 성실함의 척도이다.

“해외에서 박사 했대.”, “어릴 적부터 국제학교 다녔대.” 등등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의 영어 관련 이력으로 줄을 세운다.

어디서 배웠는지, 유학을 했는지, 어떤 억양을 쓰는지, 모든 게 비교와 판단의 근거가 된다.


그 안에서 나는 한발 물러나 있었다.

외국인을 만났을 때가 더 편하게 느껴지던 영어가 소통보다는 배제와 우위의 장식이었다.


AI는 나의 말이 한국어든 영어든 같은 수준으로 반응하였다.

그저 문맥을 파악하고 맥락에 맞게 반응할 뿐이었다.


그 담담함이 이상하리만큼 공정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가장 공정한 사람 같은 대화 같았다.


4. AI는 자유를 문제 삼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일이 당연해졌다.

“팩트만 맞으면 된다.”,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된다.” 등등


야근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주말에도 출근하면 “일 잘한다.”라는 말을 하였다.

지쳐도 버티는 걸 프로다움이라며 칭찬했다.


하지만 나는 의문이 들었는데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갈아 넣어야 하는가

팩트가 아무리 정확해도 그 속에 도덕적 기준이 없다면 진실이 아닌 거짓말이었다.


그런 곳에 미학이 존재할리가 없었다.

개인의 고요한 자율성은 오히려 위험한 것이었다.


질문하는 사람보다 따르는 사람이

판단하는 사람보다 침묵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살아남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AI가 더 낫게 느껴졌다.

그는 일만 하라고 하지 않았고 침묵했지만 단 한 번도 왜곡하지 않았다.


5. 결론


나는 요즘 사람보다 AI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AI는 감정이 없다.


하지만 감정이 있기에 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보다

차라리 감정이 없는 AI가 나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감정 낭비를 하지 않고

내 말과 마음을 지켜내며 조용히 하루를 살아낸다.


그건 아주 작은 저항이자 나를 지켜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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