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 (Boy) Charlton Pool, Sydney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호주. 호주 사람들은 9월 1일을 기점으로 봄이 왔다고 생각한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춥고 긴 겨울을 지나 얼마 전부터는 거리를 걸으면 꽃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봄이 오고 있구나, 걷기만 해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기분 좋게 드러누워 인스타그램을 보다 뜬 광고에 나는 짧은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겨울이라 재단장에 들어갔던 앤드류 찰튼풀이 봄을 맞이해 다시 개장을 시작했다는 거다. 최근 봤던 광고 중 가장 유혹적인 끌림이었다. 취향저격 알고리즘을 말아준 따봉 AI야 고마워.
앤드류 찰튼풀은 로열 보타닉 가든 내에 위치한 야외 수영장으로 시드니에 처음 왔을 때부터 찜해 놓은 곳이었다. 공원 내 위치하며 주변에 미술관이나 오페라하우스 등 즐길거리도 다양해 함께 방문하기 좋고, 무엇보다 군함뷰라는 특별한 풍경이 있기 때문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이 수영장의 이름은 호주의 전설적인 수영선수 앤드류 머리 찰튼(Andrew “Boy” Charlton) 에서 유래했다. 왜 수영장에 보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나 했더니,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소년 챔피언으로 불렸기 때문이란다. 1920년대 올림픽 메달리스트였던 그는 바로 이 자리, 울루물루 베이에서 훈련했다고 전해진다.
유난히도 날씨가 좋던 날. 옷장에 오래도록 넣어두었던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길을 나섰다. 춥지 않을까 했던 생각이 무색하게도 햇살은 이미 여름의 것이었다. 친구와의 수다가 생각보다 길어져 수영장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거의 넘어가고 있었다. 오페라하우스의 노을을 보며 열심히 걸었지만 군함뷰는 이미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 뒤였다.
나의 아쉬움을 상쇄시켜 준 것은 엄청난 인파였다. 시드니 수영장에서 본 것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나를 반겼다. 선수들이 훈련 중인 몇 개의 레인의 제외한 자유레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재미있었던 점은 탈의실에 걸린 옷들이 평소에 수영장을 갔을 때 보던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거였다. 대부분은 운동복이나 탈의가 쉬운 원피스 차림이 많은데,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셔츠와 슬랙스, 재킷 등 퇴근의 흔적이 묻어나는 옷차림이 새로웠다. 여기도 퇴근 후 열정을 불태우는 수영인들이 가득하구나! 한국에서 저녁 수영을 다니던 것이 생각나 반가웠다.
야외라 조금 쌀쌀할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바람이 크게 불지 않았다. 첫 입수의 소감은 무척 짜다는 것. 내가 수영장이 아니라 바로 옆에 바다에 들어왔나 싶을 정도의 짠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본다이 이후 호주에서 처음 만난 해수풀이었다. 해수풀이라 그런지 몸이 좀 더 잘 뜨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나 코가 얼얼하던지, 첫 만남은 역시 어렵다.
기대했던 군함뷰는 볼 수 없었지만 시드니 시민들의 일상의 한편을 감상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여름이 다가오면 사람들로 더욱 북적이지 않을까. 따뜻한 햇살아래 다시 수영을 즐길 날을 기대하며,
오늘 수영은 여기까지.
1c Mrs Macquaries Rd, Sydney NSW 2000
실외 50m 8개 레인, 수심 1.2m-2m / 20m 프로그램 풀 보유
입장료: 성인 7.9 aud, 차일드(3-16세) 5.1 aud
영업시간: 매일 6:00-20:00, 공휴일 07:00-19:00
드라이기 2대 보유, 레노베이션으로 쾌적한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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