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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열시 Jan 25. 2024

No.3 삶의 이야기를 담는 원목가구

1mm의 작은 숫자

가장 익숙한 단위 cm. 우리는 어떤 사이즈를 측정할 때 cm 단위를 주로 사용한다. 키를 젤 때나, 멀리 띄기를 할 때나 가장 친숙한 단위가 바로 cm 다. 하지만 목공을 할 땐, 특히 소가구를 만들 때는 cm가 아닌 mm단위 사용한다. 그 이유는 1mm의 단위가 가구에서는 결속력을 달리하고, 결합력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1cm도 작게 느껴지던 그때는 이젠 지금은 참 크게도 느껴진다.







DIY의 첫 수업이 끝났다. DIY의 수업은 어떻게 보면 몸풀기 수업이었고, 본격적인 수업은 전통가구제작이었다. 이제 그 과정의 첫발을 내딛으려 한다. 전통가구라 함은 철물의 사용을 줄이고, 짜맞춤의 형태로 나무의 성질을 가지고 제작을 하는 것이다. 틈을 만들어 끼워 넣거나, 짝을 만들어 맞춰서 넣는 등 다양한 방식들이 있다.



요즘은 전통가구를 사극에서나 볼 수 있지, 일반 가정에서는 잘 볼 수 없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원목가구보다는 철제나 합판, 시트지 등을 이용한 가구를 사용한다. 그 이유는 가격이 싸고, 전통가구를 만드는 목수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통방식과 비슷한 형태로 제작하는 목수가 있지만 그 마저도 그 수가 현저히 적다. 사실 원목가구를 만지는 것보다는 합판가구를 만지는 것이 좀 더 쉽긴 하다.



하지만 원목가구는 50년 이상, 아니 그 이상도 사용할 수 있는 가구다. 제작이 까다로운 대신 그만큼 더 값진 가구다. 



가까운 일본은 공장에서 만든 가구보다는 목수가 제작하는 가구를 높이 산다. 그 과정과 그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인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성을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얼마 전 문의를 했던 고객은 디자인은 내가 하고 제작은 공장에서 하는 걸로 알고 있을 정도로 사람이 손으로 제작을 한다는 것을 신기할 정도로 보고 있다. 그만큼 가구목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원목가구, 전통가구가 어려운 것은 가구의 구조가 나무의 성질과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목수는 가장 먼저 나무의 성질을 잘 이해해야만 한다. 단단한 나무도 있고, 부드러운 나무도 있다. 습기에 강한나무도 있고 습기에 약한 나무도 있다. 심지어 변형이 심한 나무도 있다. 이 나무들을 상황에 맞게 잘 사용해야 하며, 나무의 수축과 팽창을 고려해 결합방식도 생각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가구제작에서 전통방식으로 제작되는 전통가구는 참 어려운 과제다. 



가장 먼저 접한 가구는 전통기법인 주먹장을 이용한 협탁이었다. 장부의 형식이 주먹과 닮아서 주먹장이라고 되어있는데, 결합방식 정말 튼튼하다. 하지만 그 결합 방식이 M과 W처럼 암놈과 수놈이 있는데, 딱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1mm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주먹장을 하기 전 가장 기본이 되는데 톱질 연습은 했다. 선을 긋고 그 방향으로 톱이 나가는 연습을 하는데, 쉬워 보여도 이것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샤프심이 0.5mm인데, 그 오차도 줄이기 위해서 한쪽은 선을 살리고, 한쪽을 선을 죽이는 방식으로 톱질을 했다. 그리고... 톱질로 인해 잘려나가는 건 2mm다 이 또한 고려해야 될 수치다.



이렇듯 원목가구를 제작할 땐 많은 걸 고려해야만 한다. 합판과 달리 원목은 마치 살아있다고 보면 된다. 여름에는 팽창을 하고 겨울에는 수축을 하면서 결합했던 곳이 더 단단해진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가며 원목의 고유한 고풍스러움이 함께 나타난다.



나는 원목가구란 삶의 기록이 담기는 하나의 이야기라고 말을 한다. 잘 만든 원목가구는 평생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세월 동안 함께해 오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다고 생각을 한다. 오래된 의자, 오래된 책상만 보더라도, 내가 어릴 적 동화책을 볼 때, 시험준비를 할 때 늘 함께 해오던 가구다.



그렇기에 가구를 만듦에 있어 더 소중하게 애틋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이야기보따리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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