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야 할 일들(1)

작업기록 20251220

by 오후열시

누구에게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노력과 정성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보답이 있다.


공방을 시작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가구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판매에 정신은 없었지만, 밤을 새워가며 하나 둘 만들어 소중하게 고객의 집으로 가구를 전달해 드렸다. 가구를 제작한 기간이 짧아 손이 느렸기에 제작을 하는 시간은 더 길었고, 그만큼 하루를 아낌없이 쓰며 작업을 했었다.


하지만 가구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침대는 사이즈가 다르다는 것이다. 정신없이 작업을 했다 보니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진 것이다.


초반에 걸었던 철칙이 있었는데, 그건 마음에 안 들 시 100% 환불이었다. 가구를 배웠고, 많이 만들고 계속 테스트를 거쳤다곤 하나, 그래도 초보목수라는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손해를 보더라도 환불을 해주는 게 맞다 생각을 했다. (본래 주문제작의 경우는 가구의 문제점이 아닌 이상 환불이 어렵습니다.)


침대 고객분은 처음 전화를 하시고 약간 상기된 목소리도 말씀하셨다.


'아니, 도면도 안 보고 제작을 하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다시 작업해서 빠른 시일에 드리겠습니다'

'하...'


침대 디자인 수정을 5차례 있었던 터라 도면이 꼬여버렸던 것이었다. 어찌 되었건 내 잘못이라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 침대 고객분은 경기도에 사셨고, 공방은 대구에 있다. 그래서 내려오는 고속도로 졸음쉼터에서 한참을 앉아서 한숨만 쉬었다. 바보 같은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렇게 20분 앉아있다 다시 운전대를 잡고 내려오는데, 다시 연락이 왔다. 또 무슨 문제가 있나 해서 심장 먼저 덜컹 내려앉았다.


'먼 길 운전해서 내려가시는데 제가 너무 화를 낸 것 같아서요.'

'아 아닙니다.. 당연한걸요'

'아 그래도 경기도까지 오셨다가 또 내려가시는데, 제가 내일 연락드렸어도 됐는데 마음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해요'



참.. 죄송스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화가 날만 한 상황이고, 그렇게 끝을 맺었어도 되었지만, 나를 배려해 다시 한번 전화를 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다.





오늘의 기록


가구를 만들 수 있게 가공을 끝나면, 구조에 맞게 연결을 시킨다.


원목 가구는 합판가구와는 다르게 원목이 움직이는 것까지 신경을 써서 구조를 잡아야 한다. 원목은 섬유질로 습기가 많고 온도가 높으면 팽창을 하고, 습기가 적고 온도가 낮을 때 수축을 한다. 그렇다고 수축과 팽창을 못하게 둘러싸 버리면 터지거나 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축도하고 팽창도 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 좋다.


테이블의 구조는 다리, 다리를 잡아주는 치마, 상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다리, 치마, 상판을 어떻게 디자인을 하냐 또는 어떻게 구조를 잡냐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이번에는 70mm 중간대를 80mm로 넓혀서 조금 더 두 다리를 잡을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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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연구가 들어간 칠.

다양한 브랜드의 페인트를 사용해 봤고,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봤다. 이것 때문에 밤을 새우는 날이 참 많았는데, 그 덕분에 우리 공방의 퀄리티가 많이 올라가긴 했다.


칠이 들어가는 원목은 주로 집성목재로 나무조각들이 붙어있는 판재다. 이렇게 솔리드 형식으로 붙인 하이엔드 가구에는 색상을 입히진 않지만, 블랙을 입혀놓으면 그 결이 은은하게 살아나기에 디자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기도 하고,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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