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야 할 일들(3)

251225 작업일지

by 오후열시

다시 경기도로 향했다.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면서 제작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완벽하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올라갔다. 무거운 침대를 들고 다시 고객의 집에 설치를 해드리고, 이전에 실수로 제작되었던 침대는 회수를 했다.


혹여나 또 내려가는 길에 전화가 올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내려갔다. 다행인 건지 내려가는 길에 전화는 오지 않았고, 무사히 집에 도착해 누웠다.


'그래 이번에는 치수도 꼼꼼하게 봤고, 칠도 잘 마무리 됐어'


앞으로는 더 꼼꼼하게 작업을 해야겠다는 마음과 한걸음 더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하며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전화벨이 울렸다. 침대를 배송했던 그 고객이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문제 될 것은 없었고, 제작은 정말 잘되었다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전화벨을 소리는 심장을 쪼여왔다.


'여보세요?'


전화의 내용은 이랬다. 침대의 사이즈는 잘 맞았는데, 그전 것보다 먼지가 너무 잘 붙고, 조금 찐득한 느낌도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침대는 블랙컬러여서 먼지가 어느 정도 잘 드러나게 되긴 하지만, 광도에 따라 차이는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의 광이 있었는데, 수정된 블랙컬러는 광도가 조금 더 떨어져서 먼지가 더 잘 보이고 잘 붙는 것이었다.


차분하게 설명을 잘해드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경험이 많지 않았고, 이런 문제 또한 큰일 중 하나라 여겼기에 바로 '죄송합니다. 다시 교환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 했다.


사실 이런 말을 들으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법도 하다. 잘못된 제품을 받았다고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2번째 이런 일이 발생했기에 신뢰는 뚝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분께서는 아무런 짜증도 없이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라고만 했고, 짜증도 화도 없었다.


나는 참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마음이 넓으신 분이구나라는 생각으로 다시금 제작에 들어갔다. 세 번째 같은 제품을 같은 집의 가구를 만들었다. 짧은 시간 안에 같은 제품을 연속으로 만들다 보니 손을 조금씩 빨라졌고, 안전성이나 칠의 내구도는 더 좋아졌다.


작업은 끝났고, 이전에 작업했던 결과물보다는 확연하게 좋아 보였다. 그렇게 다시 경기도로 3번째 올라갔다. 그 이후로는 연락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제작된 것은 그 고객이 만족했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이 사건 이후로 작업에 대한 방향성이 바뀌었다. 치수는 무조건 3번 이상 확인을 했고, 혹여나 놓친 것이 없는지, 상담내용을 다시 확인을 했다. 그리고 출고는 5-7일 이상 더 기다렸다가 제품의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발송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작의뢰를 무작위로 받지는 않는다. 정해진 수량을 정했고, 몸에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제작을 진행했다. 제품의 퀄리티는 좋아졌고, 내 몸과 마음도 덜 힘들었다.


좋은 고객을 만나 많은 많은 생각과 가르침 덕에 공방은 한 단계 더 성장을 했다.


내가 처음부터 잘했거나, 실수가 없는 사람이었더라도 나는 이런 일이 꼭 한 번은 일어날 것이라 생각을 한다. 피드백은 소비자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그 피드백을 무시하지 말고 잘 모아둔다면 성장을 하는데에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업일지


가구의 마감.

흔하게 보는 가구들은 유성 바니쉬나 락카 등으로 마감이 된다. 하지만 공방이나 하이엔드 가구에는 오일로 마감이 된다. 이 차이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냐?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냐? 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전자에 해당되는 마감은 나무에 막을 씌우는 형태인데, 손으로 만지면 코팅이 되어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오염도 적고 스크레치에도 강하다. 후자는 나무속에 오일을 침투시켜 변형을 막고 내구성을 높인다. 그리고 2차로 오일을 발라 코팅을 시켜준다. 전자보다는 오염과 스크레치에 약하지만 나무의 질감이나 표현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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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재를 오일로 한정해서 10가지 이상의 재료를 사용했었다.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고, 오일에 따라 표현되는 원목의 색상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나무는 탄닌 성분이 있기에 오일의 철성분과 만나면 더 짙게 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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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을 바르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했었다. 천으로 꾹꾹 눌러 발라보기도 하고, 스펀지를 사용하기도 하고, 헤라를 사용하기도 했다. 결국 전부다 때에 따라 사용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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