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 치즈케익 안 좋아하는데 이걸 왜 사왔어?
- 네가? 너 치즈케익 먹잖아?
- 그냥 먹는 거야.
- ……
음악한다고 아직 독립하지 못하고 내 언덕에 비비고 사는 아들이 서른 살이 되는 날이다. 어미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자 아들이 일어나기 전, 부랴부랴 서둘러 이른 아침에 문을 연 베이커리 상점을 찾았다. 어떤 케이크를 살까? 유리 너머의 케이크에 하나 하나 눈을 맞추며 신중을 기했다.
저건 너무 칼로리가 높고, 저건 너무 빈약해 보이고, 저건 너무 느끼해 보이고, 저건 너무 크고....
그래도 아들이 좋아하는 치즈케이크로 사자.
나에게 감동 받아 눈물을 찔금거리겠지? 호호호.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나빌레라.
그런데 이게 웬 도깨비 씻나락 까먹는 소리지? 자기가 싫어하는 치즈케이크를 사왔냐고?
머리를 한 방 얻어 맞은 것처럼 멍했다.
참 이상하지. 언제부터 쟤가 치즈케이크를 싫어했지? 내가 아들의 취향을 몰랐던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싫다고 손사래 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맛있다고 덥석덥석 먹었던 기억이 더 또렷하다. 치즈케이크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언제부터 젓갈 넣은 김치가 싫다고 입에도 대지 않는다. 원래 젓갈을 넣은 김치만 먹고 자랐으면서....
아들이 낯.설.다.
이봐, 아들! 너의 생일 날이 곧 내가 죽을 힘을 쏟은 날이기도 하다.
자연분만하려고 끝까지 애쓰다가 결국 산모도 태아도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에 아빠가 사인을 하고 다급하게 제왕절개로 낳은 너. 힘들게 낳아서 더 눈물겹게 안아주고 기뻐했더니만.
뭐? 케익 사 올때 물어보고 사올것이지?
생크림 케익을 더 좋아한다고?
미친 놈!
누가 케이크를 살 때 물어보고 사 오니? 그래서 넌, 내 생일날 물어 보고 사 왔니?
어떤 케이크를 사 왔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사 왔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왜 몰라?
널 낳은 감격이 참 무색하구나.
세상에 태어나 가족이 되어 30년을 같이 살아왔는데, 우린 왜 자꾸 어긋나고 가슴이 아픈걸까?
우린 서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걸까? 어쩌면 잘 아는게 가족이 아니라 잘 모르는 게 가족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