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금 Oct 08. 2020

나는 아직도 어린애입니다

아버지의 돈 봉투



- 생일 축하한다. 맛있는 거 사 먹어라.

- 아버지. 이게 뭐예요?








친정아버지께서 내게 돈 봉투를 건네주신다. 봉투를 건네주실 때는 주로 설날이다. 

은행에서 미리 오천 원 권과 만원 권을 두둑이 바꾸어 손주, 손녀들 그리고 사위들과 세 딸들에게 1년 동안 열심히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달하신다. 그런데 생일에 봉투를 주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끝이 짠해진다. 

- 제가 아버지께 드려야지, 내가 뭘 잘했다고 받아요?

나는 사양했지만 옆에서 엄마가 받으라고 성화시다.


혼자 사는 딸이 가슴 아프고,

코로나로 인해 강의까지 쉬고 있어 더 안타깝고

아직 두 손주들이 딸에게 의지하고 있으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앉으나 서나, 누우나 자나, 

두 분의 시선은 온통 나를 향해 있다.

즐겁게 명랑하게 잘 살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해도

- 저 마음은 오죽하랴.

실체보다는 그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두 분의 눈엔 늘 슬픔의 눈물이 고여있다.


나는 아직도 어린애입니다.

당신들 가슴에 어떤 폭풍이 휘몰아쳐 갔는지

뜬 눈으로 지새운 밤은 얼마나 켜켜이 쌓였는지

한숨의 골은 얼마나 깊고

눈물의 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입니다.

다만

당신들이 없는 내 하늘은 온통 핏빛일 거라는 것만 압니다.

이전 05화 둥근 소리,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