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이서만?
- 그렇지.
- 벌써?
- 그게 무슨 상관이야. 사랑하는데.
- 방은 두 개 잡니?
- 엄마 왜 그래? 우린 연인이야.
작은 아들이 사귄 지 100일밖에 안된 여자 친구와 일본 여행을 가겠단다.
듣는 순간 온갖 물음표가 분수처럼 솟구쳐 오른다.
여자 친구 집에선 허락한 거니? 좀 더 사귀어 보다가... 아니, 너무 빠른 것 아니니?
그러다 덜컥 애라도 생기면? 책임 때문에 결혼하는 일이 생기면?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넌 아직 공부해야 하는 학생이잖아?
이미 차분함을 잃어버린 내 물음은 음주 운전 마냥 지그재그다.
그런데 이 물음조차 내뱉기 전에 아들은 이미 마침표를 찍어버린다.
너는 결론이고, 통보구나.
나는 아직 과정이고, 유보인데.
나는 당황스러운데, 너는 뭐 이런 것을 가지고 하는 눈으로 황당하다는 듯 보는구나.
- 오케이, 그럼 손만 잡고 자기!
- 네?
겨우 숨 고르기 하고 내뱉은 말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알면서도 억측을 부렸다.
그렇다고 흔쾌히 허락해 주는 것도 모순 같고, 못 가게 붙드는 것도 모순 같고.
오랫동안 내 정신에 벤 잣대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고물과 같은 것이 돼 버린 것인가.
나의 설득력은 힘을 쓰지 못했다.
기가 막힌 아들이 황당한 표정으로 당황하는 물음표를 입에 물었다.
그래, 내가 가지 말란다고 안 갈 청춘들도 아니고,
동성 친구랑 간다고 거짓말한 것도 아닌데.
난 뭘 바란 것일까?
27살 된 성인 아들에게.